▲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4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사업 전략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이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해 의약품 단일 품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처방액 1조3000억원을 기록하고,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네이터) 시장점유율을 앞서는 등 한국의 미래산업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2018년 제약바이오 시장규모는 전년 1조1950억달러 대비 4.3% 성장한 1조2460억달러다. 이밸류에이트 파마는 2017년 기준 전체 의약품 시장은 8030억달러로 분석하고 있다. 이 중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5%를 차지한 2020억달러로 추정된다.

2020년까지 유럽과 미국에서 8개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네이터 특허만료가 예정돼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성과를 만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한국 제약바이오기업,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주목된다.

셀트리온, 램시마SC 시판에 힙입어 직판 전략 구축

매출액을 기준으로 글로벌 10대 의약품 중 8개가 바이오의약품이다. 1위는 2017년 기준 184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의 오리지네이터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다. 이는 약 한 종류로 약 2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셀트리온의 주력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의 오리지네이터 ‘레미케이드’도 2017년 기준 58억달러의 매출로 6위를 지키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초’라는 단어를 이끌고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앞서가고 있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성장질환(IBD)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전 세계 최초 단일클론 항체 의약품으로 한국 최초로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이다. 이 바이오시밀러는 2013년 8월 유럽 식품의약청(EMA), 2016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다. 램시마는 2018년 11월을 기준으로 한국 단일 의약품 가운데 연간 처방액 1조원을 돌파한 약이기도 하다.

▲ 레미케이드와 램시마 유럽 시장점유율(단위 %). 출처=아이큐비아(IQVIA) 유럽 28개국 기준.
▲ 램시마 유럽 주요국 시장점유율(단위 %). 출처=아이큐비아(IQVIA)

의약품 시장조사기업인 아이큐비아의 분석에 따르면 램시마는 유럽 28개국 대상 2018년 3분기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56%를 달성했다. 이는 유럽 내 바이오시밀러 중 최초로 오리지네이터인 레미케이드의 시장점유율을 넘어선 것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내부 자료 기준으로는 60%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의 활약에 힘입어 2018년 12월 환자 편의성을 높인 새로운 피하주사 제형(SC)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 특허 출원을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완료했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램시마 정맥주사 제형(IV)은 투약 시 약 효능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나타나지만, 병원에서 2~4시간가량을 소모해 투여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SC제형은 IV제형보다 약 효능과 효과가 낮을 수 있지만, 환자가 짧은 시간에 자가투여할 수 있어 편의성이 뛰어나다. SC제형의 활용도는 특히 IBD 질환을 겪는 환자들에게서 높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장 질환 환자는 대개 20~40대로 가장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환자들이 많다”면서 “IV제형을 투여받으면서 병원에서 2~4시간 누워 있기 어려우니 SC제형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독일의 한 의사는 “경험상 IBD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건 인플릭시맙(램시마 성분)이다. 그러나 편의성을 중시하는 환자에게는 SC제형이 있는 아달리무맙(휴미라 성분)을 처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3종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 출처=셀트리온

단순히 편의성만으로 제품 매출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은 아니다.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은 환자 상태에 따라 제형을 선택하는데, 높은 효능이 필요할 때는 IV제형을 처방하고 이후에는 SC제형을 처방하는 것을 선호한다. 문제는 의사들이 제형을 바꿀 때 같은 물질로 만든 의약품 처방을 희망하는 것이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프랑스의 한 의사는 “인플릭시맙 성분 IV와 SC 패키지가 기대된다”면서 “반응이 좋은 IV로 치료 시작 후 SC로 스위칭을 할 수 있는 좋은 옵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의 시판허가를 2019년 3~4분기에 받는 것을 목표로 두면서 본격적으로 직판 체제를 위해 유럽 등 각 국가에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램시마IV와 SC의 듀얼포메이션 전략이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18년 직판할 수 있는 준비 작업은 다 했다”면서 “램시마SC부터 글로벌 직판하기 위해 기획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글로벌 유통망 확보는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정진 회장은 “직판의 의미는 셀트리온 제품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약도 팔 수 있을 것이다. 1400조 시장으로 갈 수 있는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유통 수수료가 40% 수준이라면 우리가 25%에 맞출 수 있게 될 때 한국 제약사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사업 뚝심 세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제약사 암젠이 개발하고 화이자가 판매하고 있는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성분명 에타너셉트)’와 J&J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성분명 인플릭시맙)’의 유럽 시판 허가를 2016년에 받았다. 두 바이오시밀러는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이 판매를 맡고 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에 출시하기로 목표한 바이오시밀러 4종을 모두 선보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젠의 2018년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두 바이오시밀러는 베네팔리 1억2340만달러, 플릭사비 1140만달러로 유럽에서 1억348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베네팔리는 전년에 비해 24% 성장했고, 플릭사비는 같은 기간 대비 418% 성장했다. 2018년 3분기까지 두 바이오시밀러의 누적 매출액은 3억8910만달러로 전년 연간 매출액인 3억7980만달러를 넘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오리지네이터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의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도 유럽에서 출시했다. 이는 2018년 6월 덴마크 의약품 공식 입찰기관(Amgros)에서 진행한 트라스투주맙 입찰을 수주해 9월부터 판매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안정적 제품 공급체계와 파트너사의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적극 온트루잔트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8년 10월 유럽에 매출액 글로벌 1위 오리지네이터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를 출시하면서 목표한 네 가지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선보였다.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는 4개 제약사가 동시에 유럽에 이를 출시해 경쟁과열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경쟁 우위를 다지기 위해 오리지네이터 휴미라의 오토인젝터(Auto-Injector) 제형보다 더 간편하고 수명이 긴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이후 유럽 시장에서 축적한 실제 처방 데이터를 활용, 의사와 환자들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교육 활동을 전개하는 등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면서 “제품 매출 확대 노력과 함께 연구개발(R&D) 공정 개발을 통한 수율 개선, 물류 비용 절감 등 원가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구체적인 현지 마케팅 전략과 실행은 파트너사의 영역이므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