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은퇴 후 유일한 노후보장수단이다. 은퇴 후 노년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다.

이 자산을 활동기에 최대한 잘 관리운용하여 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퇴직연금 관리의 최종 목표이고 근본 취지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제도가 퇴로없는 막다른 골목에 직면해 있다.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과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의 진단과 조언을 통해 길을 모색해본다.

■ 자본시장연구원, 남재우 퇴직연금 전문연구위원

▶기금형 퇴직연금은 근로자 수급권을 강화하는 제도인가?

큰 그림으로 보자면 우리나라는 현재 계약형을 기금형제도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는 데 목적은 수급권 강화이다. 현실적으로 기업이 근로자의 퇴직금을 계약형 퇴직연금제에 적립하고 있으나 이 제도 하에서는 자산관리운용자인 금융기관이 투자위험을 무릅쓰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애 쓸 필요가 없는 제도이다. 안정적으로 원금을 보존하면서 거의 위험이 없는 정기예금으로 운용해도 금융기관이 받아들이는 보수와 수수료는 변함없기 때문에 위험이 낮은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기금형은 기금을 관리하는 별도의 비영리 법인이 자산관리기관으로 활동하며 퇴직금을 책임감을 가지고 관리운용하기 때문에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수익률 높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수익률이 높아지면 원리금이 커지고 근로자들이 적립한 퇴직적립금이 커지기 때문에 근로자의 수급권이 강화되는 것이다.

▶현재의 계약형도 수급권은 보장할 수 있다. 어떻게 다른가?

기금형의 도입 목적은 퇴직적립금 운용의 합리화라고 하면 적절하다. 지금까지는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계속 운용되고 있다. 먼저 그 큰 투자금(퇴직적립금)을 원금 보존과 낮은 수익률로 운용하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인 투자운용방식이다. 금융회사들이 자기 비용을 들여 자금을 조달했다고 가정하면 그렇게 안일한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겠는가? 최대한 위험을 최소화하며 투자하겠지만 감내할 만한 위험은 감내하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계약형 제도에는 기업-근로자-은행 누구도 수익률을 반드시 높여야 한다는 의식을 가질 수 없는 구조이다. 기업은 담당자들이 부수적인 업무로 여기면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퇴직금을 적립하는 데만 신경쓰지 관리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근로자가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운용해 달라고 건의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퇴직적립금을 운용해서 이익이 많이 생겨도 자기 퇴직금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

관리 운용하는 금융회사는 굳이 수익률 높은 상품으로 운용하도록 조언하거나 제안할 필요가 없다. 안정적으로 보존만 하면 정해진 보수와 수수료가 나오기 때문에 긁어 부스럼을 낼 필요가 없고 그런 권한도 없다.

구조 자체가 굳이 위험을 부담하며 수익률을 높여 합리적이 운영방법을 찾을 필요가 없고 제도상 문제점을 굳이 드러내서 변화를 추구할 주체나 동력이 없고 그런 개선의 의지가 없다.

▶기금형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나?

기금형은 우선 거액 자산을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 운용할 수 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DB형은 거의 99%가 정기예금, 그것도 1년 길어야 2년짜리 정기예금으로 운용한다. 그리고는 만기도래하면 다시 갱신 계약하는 방식으로 돌려막기식 예금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높일 수 없다. 기껏 1% 대 수익률을 올리는 데 이건 물가상승률 보다 낮아 실직수익률은 마이너스 실적이다.

퇴직자산 운영관리 책임을 맡게 되는 기금위원회는 비영리 수탁법인이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기구이다. 따라서 작은 위험은 감내하면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운용하여 최대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처럼 방치하지 않는다. 퇴직적립금을 활성화 할 동인(動因)이 된다.

여기에 DC형의 경우 디폴트옵션을 추가하면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퇴직연금 선진국에서도 대부분이 근로자들이 디폴트옵션에 의해 투자상품이 선택되고 수익성이 자동적으로 상승하게 하는 정책 대안이 되고 있다.

▶외국을 포함하여 바람직한 퇴직연금 제도의 사례는?

퇴직연금제도를 100년 이상 운영한 나라들로 미국, 독일, 영국 등이 있고 가까운 일본과 호주, 그리고 칠레 등을 우수한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은 제도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제도도 이미 선진국에서 실행되고 있는 제도이나 외국은 기금형을 먼저 도입하고 대부분 퇴직연금은 DC(확정기여형)-기금형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퇴직연금 제도를 준강제성을 띄고 도입하면서 노사합의의 형태로 계약형 퇴직연금제도를 먼저 도입했다. 거기다 과거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위험을 두려워 한 나머지 근로자들이 원리금보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DB형이 거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호주의 기금형이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 운용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호주의 기금형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기금끼리 수익성 경쟁을 하는 형태로 수익률이 높은 기금에는 적립금이 계속 증가하고 그렇지 않은 기금은 더 쪼그라 들어 기금 간 퇴직연금의 차별화가 확실하다. 기금은 산업별로 구분되어 설립되었으나 근로자는 자기가 속한 산업에 상관없이 운용을 잘하는 기금을 선택할 권리가 있어 수익률 높은 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익률이 낮은 기금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다른 기금과 합병하거나 수수료를 낮춰 경쟁력을 높이게 되는 특색있는 제도이다. 최근 5년간 호주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연 9%에 달하고 있다.

■ 키움자산운용, 민주용 퇴직연금마케팅연구원

▶향후 기금형이 도입되면 어떤 점이 달라질수 있나?

현재는 근로자의 수급권 선택권이 다양하지 않다. 따라서 제도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각 기업에 맞는 유형의 제도를 활용하면 운용 효율성도 높아지고 합리적으로 운용되어 수익률이 높아지면 결국 근로자의 퇴직금이 많아져 수급권이 강화되는 것이다. 지금 제도는 적립금 규모는 164조원으로 매우 커졌지만 퇴직연금이 본래 기능인 연금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계약형의 가장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계약형은 기업, 근로자, 자산관리기관인 금융기관 모두 권한과 책임을 놓아버린 제도이다. 기업은 원금만 보존하면 족하고 근로자는 90%가 DB형이기 때문에 자기 퇴직금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관심이 없다. 여기에 금융기관은 안정위주의 운용으로 연1%대 수익률을 올리면서 보수와 수수료는 다 받아 챙기는 형국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현재의 사용자 위주의 퇴직연금 운용 방식을 버리고 비영리 법인인 민간 기금위원회에서 권한과 책임을 분리하여 근로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기금위원회의 전문가들이 퇴직연금 운용방향을 정하여 적극적으로 운용하면 효율적이고 수익성이 향상되어 결과적으로 근로자의 수급권이 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제도 하나를 추가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기금형이 도입되더라도 계속적으로 근로자가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교육과 정보가 제공되면서 퇴직연금의 근본 취지인 연금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야 퇴직연금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