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국정보화진흥원 산하에 있는 수어통역기관인 손말이음센터 중계사들이 새해 대량 해고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각자의 주장이 첨예하게 충돌하며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TV로 잘 알려진 나우콤의 창립자로 활동하다 정치의 길에 들어선 문용식 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감지되고 있다.

진흥원 산하 손말이음센터는 지금까지 KTCS가 위탁운영을 했으나, 현 정부 들어 진흥원이 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중계사들을 직접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묻지마 해고'가 빈번했다는 폭로가 눈길을 끈다. 진흥원이 무기계약직 직접고용을 추진하며 이를 기존 중계사를 대거 해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비판이다. 심지어 노조원들을 타깃으로 삼은 해고가 있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진흥원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출처=진흥원

진흥원은 3일 입장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진흥원은 "2017년에는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였고, 2018년 상반기에는 행정업무 지원 파견직과 인터넷중독상담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였으며 하반기에는 경비, 미화 등 청사관리 및 정보시스템 유지관리와 함께 통신중계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진행한 바 있다"면서 기존 중계사들을 무분별하게 채용하는 것은 또 다른 불공정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에, 새로운 채용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진흥원이 기존 인력을 대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시험에 응시할 때, 중계사들로 하여금 원청업체인 KTCS에 사표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고 주장했으나 진흥원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진흥원은 "직원 누구도 중계사들에게 사표 제출을 전환조건으로 내건 적이 없으며, 사표를 제출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KTCS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노조에서 제기하는 시험 과정에서의 미흡함도 투명하고 정당하게 진행됐으며 "채용에 불합격된 분들도 응시 자격을 부여, 가급적 많은 인원이 구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흥원의 주장이 나오자 진흥원 KT 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는 즉각 반박했다. 노조는 "(이번 해명은) 그 동안 진흥원이 얼마나 손말이음센터를 부실하게 관리했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종용했다는 내부 폭로와 함께, 이번 사태야 말로 진흥원의 센터 부실관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진흥원은 재차 반격했다. 진흥원은 6일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준수했으며 "청년실업으로 고통받는 외부 채용 희망자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 직접고용을 추진하며 기존 인원을 100% 채용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채용특혜"라고 맞섰다.

진흥원은 합의된 절차에 따라 엄격하고 공정한 채용 절차를 진행했으며 중계사를 대상으로 KTCS에 사표 제출을 요구한 바가 전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 노조가 원하는 것은 결국 "채용특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진흥원이 무기계약직 직접고용을 추진하며 노조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는가도 관심사다. 진흥원은 "노조 관계자, 장관 표창 수상자, 장기 근속자 관련 사항은 자기소개서에 기록되지 않은 내용으로 면접심사위원들이 확인할 수 없는 사항이기에 특정인을 의도적으로 불합격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전혀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 직접고용에 나서며 기존 인력을 대상으로 합리적인 평가를 했으며, 이들을 100% 고용승계하는 것이 또 다른 특혜라는 프레임이다.

KT새노조는 다시 반박했다. KT새노조는 진흥원의 주장이 나온 후 "비정규직 중계사 대량해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치졸하기 짝이 없는 언론플레이에 나섰다"면서 "분명한 것은 길게는 10년 이상 간접고용 형태로 일했던 통신중계사의 절반이 해고자가 됐다는 사실이다. 다른 어떤 이유도 아닌 공공기관 간접 고용노동자를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믿고 전환채용에 응시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직고용협의회에서 노사합의 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는 한편 모든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이 동일한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진흥원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한국사회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데,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일반 정규직도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그마저도 절반만 채용하고 나머지를 해고했다. 비정규직을 두 번 울리는 진흥원 문용식 원장은 사태의 책임을 깊이 반성해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흥원 해고사태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문용식 진흥원장을 겨냥한 발언도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TV로 유명한 IT 전문가인 문 원장은 정치에 투신했으나 2016년 더불어민주당 후보경선에서 탈락했다. 당시 문 원장은 후보경선에 문제가 많다는 이유로 당을 비판하는 한편 여론조사기관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4월 진흥원장으로 부임했으며,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그가 IT 비즈니스에는 밝아도 진흥원 업무에는 확실하게 녹아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