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사막에 피는 꽃’이다. 휴먼스케이프는 높은 수준의 의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이 더딘 한국에서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 입주하고, 35억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휴먼스케이프가 진행 중인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환자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는 개인 건강을 기록할 수 있는 서비스(PGHD)를 환자에게 제공하고, 이를 데이터로 가공해 필요로 하는 제약사, 연구기관 등에 제공하고 환자와 수익을 나누는 데이터 허브다.

환자 스스로 생성하는 건강‧질환 등과 관련한 정보를 기업이나 병원이 아닌 환자가 활용할 수 있는 환우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두고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에 참여한 스타트업인 ‘휴먼스케이프’가 주목된다.

스타트업, ‘한 방’이 아니라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야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30)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마음이 맞는 멤버들과 재학 중에 창업팀을 결성했다. 창업 초기 추진한 헬스케어 서비스는 특정한 소비자인 ‘임산부’를 위한 스케줄 관리 달력 앱이었다. 장민후 대표는 “첫 임신을 했을 때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 정책과 주기에 맞춘 산부인과 진료 등을 안내하는 서비스였다”면서 “시기별, 지역별, 나이별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첫 사업에서는 ‘수익’과 관련, 부족한 부분을 체득할 수 있었다. 장민후 대표는 “임산부가 앱에 나타나는 광고를 보고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고, 육아조리원, 산후조리원 등도 산부인과와 연계된 곳이 많았다”면서 “비록 수익모델을 찾지 못했지만, 헬스케어 업계에 뛰어든 시작점이다”고 말했다.

▲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장민후 대표는 시장과 수익모델을 분석하면서 휴먼스케이프팀을 결성했다. 그는 이후 특정 지하철역에서 성형외과와 관련된 광고가 곳곳에 있는 것을 보고 성형수술 후 예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헬렌’을 만들었다.

헬렌은 고객관리 솔루션으로 성형외과, 피부과를 이용하고자 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시술 후 예후 관리를 돕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헬렌은 이용자에게 단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장민후 대표는 “당시에는 이것이 사람들이 원하는 포인트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관련된 의료 환경을 알고 싶어서 파트너 역할을 해준 병원에 상주하며 환자들과 병원 실무진들을 인터뷰하고, 현장을 공부했다”고 덧붙였다.

헬렌도 수익성 부분이 아쉬웠다. 병원이 광고비를 지출하는 구조였는데, 이 역시 기존과 같은 사업모델이었다. 휴먼스케이프팀은 병원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등을 만들면서 경험을 쌓았다. 장민후 대표는 “당시 느낀 점은 이 서비스는 지불 주체에게 있어서 단순히 ‘비용’일 뿐이었다”면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실리콘밸리 등에서 환자 예후 관리 솔루션 등을 찾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환자 헬스케어 효율 높이는 솔루션 구축이 목표

장 대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질환과 관련한 정보를 나누는 환우회 커뮤니티로 시작된 ‘페이션스 라이크 미(Patients Like Me)’는 환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글로벌 제약사 등에 팔면서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장 대표는 “이를 활용해보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서 “환자가 제공하는 데이터로 사업을 하는 기업은 지속해서 데이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환자는 데이터를 기업에 제공할 이유가 없다. 데이터 생산 주체인 환자와 기업의 매칭이 잘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먼스케이프가 구축하고 있는 환자 커뮤니티 솔루션은 근본적으로 환자가 데이터 통제권을 보유하고, 질환이나 병원이 아닌 곳에서 환자에 의해 기록, 생성되는 개인건강기록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이 솔루션은 환자 본인이 겪고 있는 질환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하면, 관련된 건강관리 콘텐츠를 제공받거나 다른 이와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로 구축될 예정이다.

건강관리 데이터를 환자가 통제한다는 의미를 예로 들면, 건강관리 SNS라고 볼 수 있다. 이용자가 생성한 건강관리 데이터를 ‘전체공개’ 하거나, ‘특정인에게 공개’, ‘비공개’ 하는 등 스스로 데이터 공개와 관련된 범위를 고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 공개 단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가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장 대표는 “우리는 건강관리 데이터를 생산하는 환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데이터가 활용되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필요에 의해 환자의 데이터에 접근했는지 데이터 생산 주체인 환자, 당사자가 알 수 있어야 된다. 투명한 데이터 이동 환경을 만들어 데이터 획득에 지속 가능성을 얻는 것. 이에 적합한 기술이 블록체인이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본인 건강과 관련한 데이터를 내놓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암호화폐 등을 받으면,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변동성도 있고 이를 현금화하려면 여러 어려움이 있다”면서 “앞으로 구축할 커뮤니티 안에서 실제로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보상받은 암호화폐를 토대로 휴먼스케이프와 파트너십을 맺은 헬스케어 전문 센터에서 관련 서비스를 받거나, 의료 연계 쇼핑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이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 연계는 특히 휴먼스케이프가 구축하고 있는 솔루션이 환자의 증상을 계속 추적하므로 투약 후 데이터 등을 지속해서 입력하면 이에 맞는 관리를 전문 의료인들에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휴먼스케이프는 이외에도 제약사, 연구원, 보험사, 일반인들이 건강관리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어 업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