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교 더샵 포레스트'의 분양 관련 상담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청약자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두 견본주택 모두 베란다 확장을 실용성 있게 잘 꾸려서 좋지만, 병원 등 편의시설이 언제 들어올지가 문제라 고민 중이다” 얼마 전 은퇴한 60대 후반 A씨의 말이다. A씨는 수년 전 대장지구를 염두에 두고 보유한 주택을 처분해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금융통은 크게 부담이 되지 않지만 새로 조성되는 택지 특성 상 상권조성이 늦다는 평가다.

성남 대장지구가 드디어 기지개를 펴는 분위기다. 주택공급 규칙 개정으로 지난 10월 분양이 미뤄진 성남 대장지구에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각각 약 1000가구 정도의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판교와 분당 생활권을 누릴 수 있는 지역에서 주변 단지보다 저렴한 3.3㎡당 평균 2030만~2080만원 선의 분양가로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다만 변경된 청약 제도에 따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는 만큼 향후 당첨자들의 자금조달 여부가 주목된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은 14일 성남 대장지구에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와 ‘판교 더샵 포레스트’의 견본주택을 각각 개관하고 이 지역 첫 분양을 알렸다. 분당과 판교의 생활권을 공유해 기대를 모은 남판교 지역에 처음으로 분양되는 단지인 까닭에 다수의 방문객이 몰렸다. 다양한 수요층이 있었지만 주로 신혼부부와 노년층이 실거주를 염두에 두고 견본주택을 둘러봤다.

성남 대장지구는 판교신도시와 분당신도시와 이웃한 곳으로, 2020년까지 약 5900가구가 공급될 계획이다. 단지를 둘러싼 녹지는 물론, 용인서울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를 포함한 교통 인프라와 함께 분당과 판교의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공유할 수 있다. 학군 역시 지구 내의 초·중학교를 비롯해, 분당지역 판교고등학교, 서현고등학교 등이 형성돼 있다.

‘주택공급 규칙’ 첫 시험대 오른 대장지구

해당 지구는 11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새 청약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분양되는 단지이기도 하다. 개정된 규칙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성남 대장지구는 추첨제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해야 한다. 다만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와 ‘포스코 더샵 포레스트’는 모든 가구가 85㎡이하인 84㎡로 구성돼 규정에 따라 가점제 100%를 적용받는다.

변수는 가격이다. 해당 지구 ‘푸르지오’의 분양가는 최소 6억6430만원~최대 8억980만원이고, ‘더샵’는 최소 6억4380만원~7억4800만원 정도다. 대장지구는 민간 택지지구로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대장지구의 북쪽의 판교 지역은 현재 3.3㎡당 매매가가 약 2600만원에서 3000만원에 육박한다. 지구 동쪽의 분당구 정자동은 3.3㎡당 약 1900만원에서 2900만원까지 다양하다. 퍼스트힐 푸르지오의 신축 아파트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향후 미래가치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방문객은 자금조달에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눈치였다. 당해지역인 성남시의 분당신도시, 판교신도시에서 이주하려는 관람객들은 특히 이러한 경향이 강했다. 또한 관람객 다수는 청약 제도가 개정되기 이전부터 무주택자를 유지했다는 응답도 많았다. 해당 단지들은 중도금 대출이 40%까지 가능해 전체 60%에 이르는 최소 3억8000만원~최대 4억8000만원의 자본을 쥐고 있어야 입주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이 중도금 대출과 함께 살고 있는 전세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 '판교 더샵 포레스트'의 분양 관련 상담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청약자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판교에서 월세를 살고 있다는 40대 B씨는 “판교에서 방 네 개 딸린 집을 월 250만원에 살고 있다”면서 “주택을 구매하는 건 설레는 일이지만 방이 세 개로 주는 게 한 문제고,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다닐 부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일단 이 두 곳과 힐스테이트까지 돌아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성남에서 온 50대 C씨는 “판교와 분당 환경을 공유하는 걸 감안하면 분양가는 생각보다 저렴하게 느껴진다”면서도 “북위례도 분양시장이 열려 조금 더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용인 수지에서 방문한 70대 D씨 부부는 “둘이 살기에도 적당한 평형으로 보인다”면서 “지금까지 17년 동안 전세로 살면서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했고, 나이가 있어 자금 부담은 덜 하지만 저렴한 가격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장지구 가운데 판교, 강남과 가장 가까운 북쪽지역 A1·A2블록에 자리한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는 지하 3층~지상 최대 20층 높이의 18개동에 총 974가구로 공급된다. A1 529가구, A2은 445가구 규모로, 모든 가구가 전용면적 84㎡로 구성되지만 개별 구조의 편차로 다섯 유형으로 구분된다.

분양 일정은 대상별로 ▲특별공급 221가구가 12월 24일 ▲당해지역인 성남시 1순위 공급이 25일 ▲기타지역 1순위 공급이 27일에 잡혀있다. 당첨자 발표는 내년 1월 4일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무래도 1순위에서 공급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여러 단지가 한꺼번에 분양하기 때문에 분산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힐스테이트’는 대형평형을 공급하는 등 겨냥한 대상층이 다르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한 해당 단지가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소유권 등기이전 이후까지 전매제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분당신도시의 노후화가 이어지면서 신축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가 많다고 관계자는 분석했다. 이날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견본주택은 약 5000명의 예비청약자가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장지구 남쪽 입구와 가까운 ‘판교 더샵 포레스트’ 역시 네 유형의 주택이 모두 84㎡로 구성된 총 990가구 A11, A12에 공급된다. A11 지구는 지하 3층~지상 20층의 7동에 448가구가, A12 지구는 지하 4층~지상 20층 높이의 9동에 542가구가 입주할 수 있다. 전용면적별 가구수는 ▲84㎡A 401가구 ▲84㎡B타입 281가구 ▲84㎡C타입 215가구 ▲84㎡D타입 93가구다.

분양 일정은 대상별로 ▲특별공급 436가구가 12월 24일 ▲당해지역인 성남시 1순위 공급이 26일 ▲기타지역 1순위 공급이 27일 ▲2순위 청약이 28일에 잡혀있다. 당첨자 발표는 내년 1월 4일이다. A형과 D형은 판상형, B와 C형은 이면개방(타워)형 주택으로 이뤄진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큰 무리 없이 1순위 마감이 가능하지만 동시분양의 분산효과가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는 단지 가까이 서판교터널이 개통해 판교 접근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쌍둥이 두 단지 변별점은?

‘푸르지오’와 ‘더샵’은 분양일정과 평수가 대부분 겹치는 탓에 입지환경과 가구 내 세부사항에서 승부를 걸고 있었다.

‘푸르지오’는 대장지구 가장 북쪽에 자리해 견본주택부지에 들어서는 상업지구나, 지구 중앙의 학교부지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다만 단지 가까이에서 2020년 서판교터널이 개통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판교로 향하는 접근성은 가장 높아질 전망이다. 서판교터널은 총연장 1.1km, 터널길이는 893m로 대우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승용차로 약 5분이 걸리는 거리다. 서판교터널을 지나면, 2025년 완공될 것으로 고시된 ‘월곶-판교선’ 복선전철의 ‘서판교역’과 경부고속도로 판교IC로 이어져 서울과 수도권 접근성도 높아진다.

반면 ‘더샵’은 대장지구 초입에 자리해, 왕복 6차선의 동막로를 타고 분당신도시 미금동과 정자동으로 약 5~10분 이내에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해당단지는 상업부지, 학교부지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학생들의 통학거리는 도보로 약 500m로 추산된다고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전했다. ‘더샵’은 또한 조망권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푸르지오’가 대장지구 전체를 조망하는 ‘아파트 조망’인데 반해 ‘더샵’은 남쪽으로 숲을 면하고 있는 조망권을 갖췄다.

▲ '판교 더샵 포레스트'는 대장지구 남쪽에 있어 분당 미금 접근성이 높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두 단지 모두 주변 산세에 설치된 송전탑의 영향권 안에 자리하고 있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대장지구의 시행사인 ‘성남의뜰’ 컨소시움에 따르면 대장지구 송전탑 NO.84와 NO.85는 지하 매설할 계획이지만 관람객들 가운데 미심쩍어하는 눈치가 있었다. 두 살 된 아이까지 3세대가 방문한 한 가족은 “부엌과 안방의 구조가 굉장히 좋지만, 아무래도 송전탑이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푸르지오’와 ‘더샵’은 발코니 확장 여부에 따라 다양한 유상 옵션을 갖추는 한편, 알파룸과 팬트리, 드레스룸 등 최신 주택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었다.

‘푸르지오’의 경우 발코니 확장금액은 약 1500만원~1660만원 선으로, 확장을 선택하면 유상으로 현관 중문, 거실 바닥재, 주방 엔지니어드스톤 벽체와 아일랜드 식탁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더샵’ 역시 대동소이한 조건을 갖고 있었다.

평형에 따라 주방의 여분 공간을 팬트리와 알파룸으로 활용할 수 있고, 안방 역시 쇼룸형 드레스룸을 선택할 수 있다.

▲ 대우건설은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에 8가구의 펜트하우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푸르지오’는 펜트하우스인 84㎡PA를 강조했다. 84㎡PA형은 전용면적 84㎡에 전면 5평, 후면 3평의 서비스 면적 테라스가 설치된다. 해당 주택유형은 A1블록에 5가구, A2블록에 3가구가 공급되고, 공급가격은 약 7억8800만원에서 8억980만원이다.

‘더샵’은 경동나비엔과 협력해 ‘나비엔 에어원’ 청정환기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약 110만원의 추가 금액으로 5단계 청정시스템을 구입할 수 있다. 가구 내 설치된 에어모니터와 에어룸콘트롤러로 초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등을 측정해 환기기능을 조절 가능하다. 또한 ‘더샵’은 초벌 빨래가 가능하도록 세탁실 내부에 개수대를 도입하고, ‘타워형’ 주택의 채광을 위해 2면의 벽에 창을 내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 '판교 더샵 포레스트'는 초벌빨래에 용이하도록 세탁실에 개수대를 설치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대장지구, 향후 전망은?

성남 대장지구에 대한 공인중개사와 전문가의 평가는 나뉘는 모양새다.

미금동 D공인중개사는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면서 “판교나 분당은 이미 상권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중개사는 “향후 대장지구 남쪽의 고기리와 함께, 미금동과 대장지구 사이 지역의 개발 가능성도 있어 미래가치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부동산 칼럼니스트는 “과거 용인 서수지와 신봉2지구의 관계와 비슷하지만 당시 신봉2지구가 고분양가 평가를 받은 것과 달리, 대장지구의 분양가는 어느 정도 적정성을 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지영 칼럼니스트는 “다만 승용차가 필수로 있어야 하는 점, 송전탑 지중화, 초등학교 개원시점이 부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상업지구 외에도 이주자택지의 상가권역 토지가격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임차수요를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교의 전셋값이 2~3배 뛰면서 임차인들이 이탈한 과거와 달리, 대장지구는 생활기반시설이 아직 미비해 전세대란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