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정유사의 정유사업부문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정제마진이 현재 배럴당 4달러대로 하락해 정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제마진이 현재 바닥을 찍고 내년 반등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미중무역분쟁과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정제마진 회복세가 더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료비인 원유가격과 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이익을 뜻한다. 보통 원유 1배럴을 공정에 투입했을 때 공급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다. 원유가격이 높아 판매가격과의 차이가 적어질수록 정제마진이 낮아져 정유사의 이익은 줄어들고, 반대로 원유가격이 낮아져 판매가격과의 차이가 벌어져 정제마진이 높아지면 정유사의 이익은 늘게 된다.

▲ 정제마진 추이. 출처=KB증권

정제마진 바닥 찍었나...내년 소폭 반등 전망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11월 4주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3.8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통상 아시아지역 정유업체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라는 것과 비교해보면 제품을 만들수록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유사업의 수익성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정제마진 수준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시아지역 정제마진이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유럽으로부터 휘발유가 유입되면서 아시아지역 휘발유 정제마진을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내년 1월에 접근할수록 휘발유 정제마진은 회복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회복의 이유로는 아시아 정유업체의 가동률 조정을 꼽았다. 황 연구원은 “중국과 일본의 소형정유사들이 생산량 조정 검토에 들어가 늦어도 12월 말과 1월 사이에 정제마진 반등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휘발유 수요가 개선되지 않아서 내년 2월 혹은 1분기까지 정제마진이 개선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휘발유 수요가 증가하고 재고분이 감소하는 시점이 오면 소폭 반등이 예상 된다”고 말했다.

정제마진의 회복세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제마진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석유제품 중 휘발유의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 속에서 휘발유 공급이 과잉되고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휘발유 정제마진 개선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셰일오일이 많이 생산돼 공급과잉으로 미국 내에서 원유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있다”면서 “이러다 보니 미국 정유사는 타지역 정유사보다 원유를 더 싸게 사와 공장 가동률을 최대로 높이면서 휘발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데 이것이 아시아지역 정유사들의 휘발유 정제마진 하락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도 “정제마진이 현재 많이 내려간 상태여서 바닥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는데 내년 반등이 있어도 폭은 작을 수 있다”면서 “그 이유는 세계 경기가 올해를 정점으로 확장세가 꺾이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양상에 있다는 점과 전 세계 석유 수요도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 PX 스프레드 추이. 출처=KB증권

정유사들 뾰족한 대응책 없다...사업 다각화로 손해 상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의 국내 정유 4사는 정제마진 하락에 대해 뾰족한 수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국제 유가와 수요 공급에 따라 언제나 상황이 변해온 만큼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사실 유가변동과 정제마진 하락에 대해 정유사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다만 정유사들이 주력사업을 정유에서 화학 등으로 다변화해서 다른 분야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정유분야에서의 발생하는 손실을 메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유사들이 석유화학사업에서 주력으로 생산하는 파라자일렌(PX)은 4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평균 PX가격은 3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고 원료인 납사(Naphtha) 스프레드도 전분기와 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 따르면 PX는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톤당 200~250달러의 스프레드가 535달러까지 올라 업황 개선세가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제마진 하락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가동률을 낮추는 방법이 있는데 가동률을 낮게 하면 경쟁사 대비 석유제품의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원유 수입선 다변화, 타 분야 경쟁력 강화 등의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