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CLO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물류(Logistics)’라는 산업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주는 느낌은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뭔가 인천이나 부산항에 쌓여있는 수백, 수천 개의 컨테이너 박스들을 나르는 거대한 선박 혹은 쉴 새 없이 가동되는 컨베이어 벨트를 오고가는 상자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물류의 어떤 영역이 우리 생활과 맞닿아 있는지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어려운 물류가 우리의 삶 속에 녹아 들어있는 문화이자 곧 생활임을 강조하며 물류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가 있다. 그가 말하는 물류는 과연 이전의 물류와 무엇이 다를까. 물류와 생활에는 어떤 접점이 있을까. 물류의 인식 대중화를 위해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생활물류 전문 미디어 CLO의 김철민 편집장 겸 대표이사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물류에 대해 들어봤다. 

본인을 ‘물류에 미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물류라는 산업에 몰입하게 만드는지?  

‘물류에 미친 사람’이란 별명은 제가 스스로 지은 것이 아니고요. 저를 향해 전통적인 물류시장의 영역에 있었던 사람들이 만들어준 겁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이 업계에 몸담아왔기 때문에 주변 분들이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닌가 합니다. 1999년에 운송신문이라는 곳에서 물류와 처음으로 연을 맺었으니 거의 한 20년이 다 되어가네요. 이쯤 되면 물류라는 업이 사실 이제는 조금 지겨워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이게 참 신기하게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슴을 뛰게 하지 뮙니까. 감히 말하건대, 물류는 지난 20여년 동안 거의 모든 성장하는 산업을 묵묵하게 도와주고 있던 버팀목이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한때 1990년대에 등장한 TV홈쇼핑은 그야말로 유통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때 홈쇼핑과 소비자를 연결한 매개체가 바로 물류였습니다. 요즘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몇 년 전부터 전 세계 유통업계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가장 뜨는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 이커머스의 경쟁력을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배송 서비스 혁신, 곧 물류입니다. 아마존, 알리바바, 징둥 등 글로벌 이커머스 사업자들이 물류에 쏟는 관심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재밌는 것은 아마존, 알리바바 등 거대 이커머스들의 물류 역량 강화 소식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되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 물류는 구글, 우버 등 IT와 공유경제 기업들의 전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모빌리티 발(發) 물류 혁신의 시대의 도래입니다.

저는 이 일련의 변화들을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잘 알고 있어야 미래에 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의 물류는 일반인이 공유(사용)하는 퀵보드, 전기자전거, 무인차, 드론 등을 통해 사람과 화물이 구분되지 않는 이동과 운송의 개념이 확 바뀌는 전혀 새로운 생태계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물류의 다이나믹함이 저를 물류에 몰입하게, 미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물류는 과거의 물류와 다르게 더 넓은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한다. 최근 물류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정리해 이야기한다면. 

물류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각 산업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재화를 나르던 서비스에서 벗어나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D2C(Direct to Customer)나 옴니채널과 같은 용어들이 물류업계에 확산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웹과 모바일 기술을 시작으로 모든 고객들은 제품과 함께 물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향후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 있어 물류는 서비스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더 이상 물류는 눈에 보이는 상품의 흐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무형의 서비스, 예를 들어 정보와 각종 문화예술 콘텐츠의 흐름까지 포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보편화된 스트리밍의 의미도 결국은 물류와 같은 ‘흐름’입니다. 그 결과 물류업계의 모든 플레이어들도 이제는 ‘가치의 흐름’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치의 거래와 이동이 이뤄지는 모든 곳이 활동영역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물류가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사진제공= CLO

최근 ‘생활 물류’라는 키워드를 알리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생활 물류’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물류 전문 미디어 CLO로 저는 물류가 만들어내는 수없이 많은 ‘가치의 흐름’을 알리고자 애썼습니다. 전통적인 물류 산업은 물론, 이제는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물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점을 지금도 계속 강조하고 있고요. 생활 물류는 이 관점을 축약해서 설명한 일종의 가치관입니다. 생활 곳곳에 물류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죠.

물론 물류라는 분야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분야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철도, 항공, 항만 등 전통 물류라 불리는 산업들의 특성 때문입니다. 거대한 부지와 인프라를 필요로 하며, 재화운송의 역할을 주로 담당하기에 늘 산업 뒷단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니까요. 그러나 이 전통 산업들마저 우리의 삶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해외직구와 같은 CBT(Cross-Boarder Trading)가 대표적입니다. 앞으로 물류는 보다 생활 친화적인,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 CLO의 물류산업 포럼 '로지스타 포캐스트'에서 강연하고 있는 김철민 CLO 편집장 겸 대표이사. 사진제공= CLO

‘생활 물류’를 알리는 것은 현재 물류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일인지. 그를 위해 어떤 활동들을 해왔으며, 앞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류의 대중화는 기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 물류산업 외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사업자들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것도 풀필먼트, 콜드체인, 라스트 마일 배송 등 우리 생활과 직접적인 접점을 가진 서비스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죠. 한국계 구글 3인방은 국내로 돌아와 각각 아마존, 우버, 페이오니아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물류시장에서 분명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을 것이며, 혁신을 꿈꾸는 수많은 스타트업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사업자들 또한 물류의 디지털 전환과 IT접목을 목표로 변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관이 우정사업본부입니다. 가장 오래된 물류 기관 중 하나인 우정사업본부 또한 물류 기술 개발과 스타트업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로지스타 포캐스트 2019에 함

저는 CLO와 함께 다양한 산업 영역과 물류의 접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생활물류벤처스포럼(가칭)’ 발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업, 스타트업, 정부기관, 연구기관, 대학 등 가치의 흐름을 고민하는 물류, 유통 그리고 모빌리티 업계의 모든 사업자들이 함께 할 것입니다. 물류로 동반성장을 꿈꾸는 것. 이것이 포럼의 목표입니다. 

끝으로, 앞으로 물류 업계에 김 대표가 남기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육·해·공 등 전통적인 운송시장의 물류혁신 대상이 예전에는 ‘화물’에 국한되었다면, 최근에는 이커머스로 시작돼 모빌리티로 이어진 물류 혁신으로 사람과 화물의 이동수단 공유가 이뤄지고, 정보와 가치 이동의 경계가 무너지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서비스 주체가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이 되는, 이전에 볼 수 없던 전혀 새로운 생활물류 생태계가 될 것입니다.

전 세계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이 변화들에 대해 저와 CLO 그리고 생활물류벤처스포럼은 계속 논제를 던지고,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고맙게도 이 움직임에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 우정사업본부 강성주 본부장 그리고 인하대학교 민정웅 교수 등 정부 기관과 학계의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태주고 있습니다. 이 분들과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다양한 산업계의 사업자들과 물류가 바꿔나갈 다이나믹한 변화의 세상에 대해 논의하는 즐거운 토론의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