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통계청이 지난 11월 취업자 숫자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11월 대비 무려 16만5000명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오랜만에 국내경제발(發) ‘굿 뉴스’가 눈길을 끌고 있지만, 사실 ‘진짜 고통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통계청의 올해 취업자 수 자료를 1월부터 11월까지 쭉 펼쳐놓고 보면, 1월은 지난해 1월보다 무려 33만명이 넘는 취업자 수 증가를 기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취업자 증가폭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7월과 8월 최악을 기록했고, 이후로는 조금씩 반등해 11월에는 ‘16만5000명’이라는 숫자에 이르렀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통계청의 취업자 수 증가 추이를 보고 ‘다행이다’라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단 1월은 통상적으로 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시기이며, 11월 깜짝 반등은 정상적인 일자리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11월 취업자 수를 보면 서비스업과 공공 행정분야에서 많은 취업자를 배출했는데, 전자의 경우 유통업계 특유의 사정과 관련이 있다. 11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절, 나아가 국내 이커머스 기업과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파격세일에 돌입하며 일시적인 취업자 증가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는 정상적인 일자리로 볼 수 없고, 일종의 파트타임 일자리다. 공공 행정분야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난 10월 공공 부문의 단기 일자리를 대거 확충하며 벌어진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정부가 확대한 공공일자리는 총 5만900개로 8월 고용 증가폭 3000명의 55배에 이르는 규모다.

민간 주도의 지속적이고 양질의 일자리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고, 계절이나 공공 정책의 영향을 받는 일부 일자리의 폭발적인 증가를 두고 ‘국내 취업자들의 숨통이 트였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게다가 고용 구조 개선의 지표로 볼 수 있는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은 올해 11월 9만1000명을 기록, 10월 4만5000명과 비교하면 2배 증가했다. 단언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위기처럼, 고용 지형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빨라지며 전체 일자리 구조도 기형적으로 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3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법인기업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액은 3.5%를 기록, 2분기 4.9%과 비교해 축소됐으나 반도체가 포함된 기계 전기전자의 매출 증가는 오히려 8.3% 늘어났다. 그나마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으나,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3분기 22.6%에 비해서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내 고용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13일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한 자동차 부품 생산 전문 업체를 방문해 “제조업 분야의 활력이 시급하다”면서 “자동차 부품 산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홍 부총리가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을 찾은 이유는, 최근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화된 가운데 자동차 부품 산업의 경우 그나마 고용 창출력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고용창출을 중심으로 제조업 부흥의 기치를 내거는 장면은 고무적이다. 다만 여기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실질 성장과 고용 창출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도 중요하다. 홍 부총리는 “필요하다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이야기도 듣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이 잘 지켜지며 의미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진짜 고통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