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60대부터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급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이 공공성과 산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 적극 도전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출시된 치매 치료제는 4종이다. 이마저도 ‘치료제’라기보다 ‘증상 억제제’ 성격이 강하다. 치매치료제 시장은 아직까지 시장 지배자를 기다리고 있는 미지의 시장인 셈이다. 그만큼 치료제개발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 독식이 가능한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다.

고령화 따른 치매 사회문제 부각…공공성, 시장성 모두 챙길 수 있어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 치매정보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65세 이상 전체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치매 유병률은 10.2%로 환자 수는 72만4857명이다. 이는 2024년 100만명, 2040년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치매에 사용되는 관리 비용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14조7396억원이 들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 2017년 기준 치매 환자 수와 비율. 출처=중앙치매센터
▲ 나이대별 치매 진단 환자 수(단위 명).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진병 진료현황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치매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49세까지 103명 수준이다가 50~59세까지 1073명으로 약 10배 급증한 후 60~69세 7080명, 70~79세 3만5362명, 80세 이상 5만5356명으로 급등세를 나타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진료비가 2011년 8655억원에서 2015년 1조6285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치매 관리 비용은 2013년 약 13조2000억원에서 2050년까지 106조5000억원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나이대에 따른 치매 환자 발생 추이와 진료비, 관리 비용 추이를 보면 치매 치료제 개발 시 공공에 있어 사회경제적인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업 데이터모니터는 헬스케어 알츠하이머 질환 시장이 2015년 31억1000만달러에서 2024년까지 126억1000만달러로 연평균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치매 치료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제라고 할 수 있는 약물이 없어 미충족 수요가 높아 개발 시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보인다.

치료제 개발 성공률 극악…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가설 휘청?

치매는 다양한 원인에 따라 발생한다. 대개 60~70%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알려졌다. 다음으로는 혈관성 치매, 복합성 치매, 루이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파킨슨병성 치매 등으로 구분된다. 가장 대표적인 치매 질환인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여러 가설과 타깃이 있으나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에 β(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비정상적으로 쌓일 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이 서로 접촉하고 화학적으로 소통하는 영역인 시냅스를 파괴한다.

초기 치매 치료제 개발 전략으로 베타 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의 후보물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는 다양한 부작용으로 대다수 실패했다. 지난해 초에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의 ‘MK8931’이 임상에 실패했음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다수의 베타 아밀로이드 억제 약물이 임상 2상과 3상에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 시냅스 연결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CamKII' 효소의 정상 모습(왼쪽)과 아밀로이드 베타가 활동을 방해할 때 모습. 출처=프랑스국립과학원(CNRS)

베타 아밀로이드 억제 기전 후보물질이 연이어 실패함에 따라 새로운 타깃인 ‘타우 단백질’이 떠올랐다. 타우 단백질은 신경세포 뉴런에서 세포물질을 수송하는 관인 마이크로튜브를 만드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부족하면 마이크로튜브에 결함이 생겨 신경세포 전달이 불규칙적으로 이뤄져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은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를 막는 기전이다. 이는 2016년 세계 알츠하이머협회 컨퍼런스에서 임상 3상 첫 번째 결과가 발표됐으나, 연구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AbbVie), BMS, 얀센(Janssen), 미국 머크(Merck&Co.) 등은 타우 타깃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다.

배애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치매DTC융합연구단 단장은 “베타 아밀로이드 치료제보다는 적지만 타우 단백질 관련 치료제 개발도 예전부터 시작했다”면서 “다양한 방면에서 임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성공한 것은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 타깃을 동시에 목표로 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원 치매DTC융합연구단에서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이상현상을 동반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인 ‘Necrostatin-1’을 개발해 신경전달, 스트레스 감소, 미토콘드리아 표적 치료 등을 고려해 연구 중이다.

배애님 단장은 “아직까지 치매 치료제와 관련해 정답이 없지만, 많은 부분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임상 3상까지 가도 통계적으로 치료와 관련한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국내 제약사 어디?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성공률은 0.5%다. 이는 임상 1상, 2상, 3상에 돌입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됨에도 국내 제약사들은 99.9% 실패한다면 0.1% 가능성이 있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Biogen)과 에자이(Eisai)가 2014년부터 공동 개발한 치매 치료제 임상 2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성에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바이오젠은 올해 7월 BAN2401이 총 856명의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가벼운 인지기능 악화 상태인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 환자와 경증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임상 2상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발표했다.

▲ 주요 국내 제약사, 기관 치매 치료제 개발 현황. 출처=각 제약사, 기관

메디프론은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억제제 기전의 치매 치료제 ‘DWP09031을 개발하고 있다. 김영호 메디프론디비티 대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고령화 사회가 올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면서 “알츠하이머는 한 번 진행되면 멈추기가 어려워, 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 개발에 도전했다. 많은 제약사가 도전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치매 근본 치료제 개발을 위해 2013년 민간이 주도하는 치매 전문 연구센터인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한 동아ST는 삼성서울병원, 차의과대학,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등과 함께 치매환자에서 유래한 역분화 줄기세포 활용 치매질병모델을 개발해 치매의 진단과 평가에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 연구를 하고 있다.

동아ST는 또 천연물 소재에 기반을 둔 치매 치료제 ‘DA-9803’의 전임상을 마치고 미국계 제약사인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에 500만달러와 지분 24%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수출했다.

일동제약도 천연물에 기반을 둔 ‘ID1201’의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이는 멀구술나무의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물로 치매의 주요 발병 원인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보인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ID1201은 동물 시험에서 치매의 다양한 원인들을 차단하면서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차바이오텍은 태반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CB-AC-02’의 임상 1·2a상을 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2012년부터 보건복지부의 줄기세포재생의료 실용화 컨소시엄 사업 과제의 지원을 받아 제대혈에서 유래한 중간엽줄기세포를 주성분으로 한 ‘뉴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올해 2월 미FDA로부터 경도와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2a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 1·2a상을 하고 있다.

제약사에게 기술이전을 할 수 있는 정부 기관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치매DTC융합연구단은 4종의 타우 타깃 치매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 전임상 성공 확률이 높은 물질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중 ‘DTC0100’은 신경세포 내로 타우 단백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수용체를 발현하는 기전을 나타내 유망한 후보물질로 꼽힌다.

배애님 단장은 “타우 타깃 치료제의 경우 현재 싱가포르에 있는 제약사 타우RX 세라퓨틱스(TauRX therapeutics)의 후보물질 ‘TRx0237’이 가장 앞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DTC0100을 비롯 연구단에서 개발 중인 후보물질 4종은 TRx0237과는 전혀 다른 기전의 약물이므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