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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의 월街 내부자들] ① 세기의 스캔들

제5화 월가의 무적함대 갤리언의 침몰

김정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12.18  0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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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1일, 미국 연방 검찰은 내부자거래의 역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초대형 사건인 갤리언 스캔들에서 주모자인 라지 라자라트남에 대해 배심의 유죄 평결을 받아냈다. 그리고 2011년 10월 13일, 연방 지방법원은 라자라트남에게 징역 11년형을 선고했다. 연방 정부로서는 고되고 힘들었던 싸움이었지만 그만큼 값진 승리였다.

2009년 10월 16일, FBI는 새벽 6시에 라자라트남을 비롯해서 그의 핵심 정보원 5명의 아파트를 급습해 전격적으로 체포했다. 미국의 모든 언론과 TV는 라자라트남이 아파트에서 수갑을 차고 FBI 수사관들에 의해 끌려 나오는 장면을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미국인들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이 충격적인 뉴스를 듣거나 보고 있었다.

라자라트남이 주도한 갤리언 스캔들의 전모가 속속 드러나면서 미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과거에도 월가에서 발생한 대형 내부자거래 스캔들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처럼 내부자거래의 규모, 대담성과 지속 기간, 거미줄 같이 뻗어 나간 정보 네트워크, 정보원들의 사회적 지위, 이들을 잡기 위한 연방 정부의 조사 기간과 투입 인력, 그리고 내부자거래 수사 역사상 최초로 광범위한 도청 작전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등은 미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가히 ‘세기적인 내부자거래 스캔들’이라 할 수 있었다.

한편 법정에서 밝혀진 이 사건의 수사 기록은 내부자거래를 뿌리 뽑겠다는 미국 SEC의 변호사, FBI 수사관, 그리고 뉴욕 남부지검 연방 검사들의 분투, 희생, 그리고 헌신에 대한 증언이기도 했다. 연방 정부는 1980년대 월가를 충격으로 뒤흔들었던 대형 내부자거래 스캔들 이후 약 20년 만에, 내부자거래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전투에서 기념비적인 승전비를 세운 것이다.

이 사건의 주모자는 라지 라자라트남(Raj Rajaratnam)으로 세계적인 헤지펀드의 설립자 겸 대표였고, 그가 움직였던 내부정보의 링에는 미국 최고의 기업과 금융회사의 고위급 임원들을 비롯해 컨설턴트, 정치인, 그리고 월가를 쥐락펴락했던 파워엘리트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라자라트남은 주도면밀하게 정보망을 움직였고, 연방 정부(SEC, FBI, 뉴욕 남부 연방 검찰청)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했다. 그들은 연방 정부의 조사에 대비해서 위장 이메일을 만들어 놓거나 위장거래를 해놓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다.

SEC와 FBI는 인내를 가지고 분투했다. 라자라트남의 내부자거래에 대한 최초의 조사는 1999년, 인텔의 내부자가 인텔의 실적 정보를 라자라트남에게 팩스로 보내는 행동이 내부 감시카메라에 찍히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FBI 샌프란시스코 지국은 추가 증거를 잡지 못했다. FBI 샌프란시스코 지국은 뉴욕에 라자라트남 자료를 보내면서 공조 수사를 요청했지만, 2001년에 비극적인 9/11 사태가 터지면서 라자라트남에 대한 수사는 흐지부지 끝나 버렸다.

그러나 점점 더 대담하고 광범위해진 그의 내부자거래는 뉴욕증권거래소, SEC, FBI 등 도처의 감시망에 떠오르고 있었다. 이들 기관들은 서로 협력하며 라자라트남과 정보원들을 잡기 위해 포위망을 좁혀 갔다. 2008년 1월, SEC와 FBI는 라자라트남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 정보원을 잡아 정부의 협력자로 전향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사건 수사에 있어서 대단한 진전이었다. 그녀(정보원)는 자신의 범죄에 대한 감형을 조건으로 라자라트남과의 전화 도청을 허용했다. FBI는 도청을 통해 라자라트남의 내부자거래에 대한 증거를 잡았고, FBI는 라자라트남의 전화에 대한 직접 감청 허가를 법원으로부터 받아 냈다.

이제 연방 수사기관은 결정적인 승기를 잡았다. 법무부는 라자라트남의 전화 감청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근거로 다시 새로운 혐의자들의 전화로 감청 범위를 확대해 나갔다. 총 10대의 전화가 도청됐다. 라자라트남을 비롯해서 이 사건의 핵심 주인공들의 집, 사무실, 핸드폰이 감청됐다. 법원에 제출된 기록은 16개월 동안 10대의 전화기에 550명의 통화자가 등장했고, 녹음된 통화 건수는 1만8150건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2009년 10월 16일을 ‘D-Day’로 잡은 연방 검찰과 FBI는 새벽 6시, 라자라트남을 포함해서 그의 핵심 정보원 5명을 전격적으로 체포했다. 이 사건에서 라자라트남을 비롯해 주요 핵심인물들에 대한 전화 도청은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들만의 은밀한 통화가 FBI에 의해 도청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들은 충격과 두려움 속에서 몸을 떨었다. 연방 정부에 의해 기소된 많은 사람들이 유죄를 인정하고 정부 측에 협력했다. 그러나 라자라트남을 비롯해서 일부 혐의자들을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저항했다. 그들은 화려한 변호사 군단의 호위를 받으며 법정에서 싸웠다.

그러나 전투의 승세는 이미 기울고 있었다. 연방 검사들은 너무나 강력한 증거들을 가지고 있었다. SEC, FBI와 연방 검찰은 라자라트남의 의혹 있는 거래 타이밍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정보원들과의 수많은 통화 기록 등 내부자거래의 강력한 정황증거를 포함해, 내부정보를 직접 전달하는 통화 내용이 녹음된 도청 테이프를 가지고 있었다. 검사가 법정에서 그들만의 은밀한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틀었을 때 그것은 충격 자체였다. 그들만의 은밀하고 불법적인 대화가 법정의 배심원들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 전 미국에 방송됐을 때 게임은 이미 끝난 것이었다.

그렇다면 갤리언 스캔들의 주인공인 라지 라자라트남은 어떤 인물인가? 그는 어떻게 스리랑카 출신으로 53세의 나이에 월가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로 성공했는가? 그가 설립하고 운용했던 갤리언 그룹은 2009년 10월 기준으로 운용 자산이 70억달러에 달했고 세계 최고의 대형 헤지펀드 중 7위에 올랐다.

라자라트남은 1957년 6월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가정은 스리랑카에서 성공한 집안이었고, 1971년에 그의 가족은 영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는 브리튼에 있는 서식스 대학(University of Sussex)에 진학했고, 그곳에서 엔지니어링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갔고 펜실베이니아 와튼 스쿨(Whaton School)에서 MBA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그는 졸업 후 뉴욕에 근거를 둔 증권회사인 니드햄 앤 컴퍼니(Needham & Company)에서 애널리스트로 일을 시작했다. 그는 1998년에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이름을 ‘갤리언(Galleon)’으로 바꿨다. ‘갤리언’이라는 이름은 16세기에서 18세기 사이에 유럽에서 사용했던 거대한 항해선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그래서 회사의 로고도 항해선을 상징하는 배 그림을 사용했다.

갤리언 펀드의 출범 자금은 3억5000만달러였는데, 그 돈은 주로 남아시아계 출신들로 이루어진 그의 추종 세력들과 함께 어렵사리 모든 돈이었다. 그는 뉴욕의 비좁은 사무실에서 세계적인 헤지펀드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야망을 키우기 시작했다.

갤리언 펀드는 초기부터 놀라운 성공을 보여 주었다. 1999년에 그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고객과 브로커 약 300명을 초대해서 거대한 파티를 열었다. 그는 놀랄 만한 수익률로 그의 능력을 시장에 보여 주었는데, 그해 갤리언 펀드의 수익률은 96.3%로 치솟았다. 갤리언 펀드는 2001년까지 인텔과 AMD(Advanced Micro Devices) 같은 기술주에 주로 투자했고, 당시 기술주 버블 바람을 타고 갤리언은 출범한 지 얼마 안 되어 50억달러의 거대한 펀드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 글은 Annita Raghavan, Billionaire’s Apprentice: The Rise of the Indian-American Elite and The Fall of Galleon Hedge Fund, Business Plus (2013); George Packer, A Dirty Business: New York’s Top Prosecutors Takes On Wall Street Crime, The New Yorker, June 27, 2011 Issue (http://www.newyorker.com/magazine/2011/06/27/a-dirty-business); Charles Gasparino, Circles of Friends (2013); U.S. v. Rajaratnam, 09-cr-1184, U.S. District Court, Southern District of New York (Manhattan) 를 참조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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