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덕평 물류센터. 출처= 쿠팡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소프트뱅크의 투자 펀드인 비전펀드(SVF)에게서 20억달러(약 2조원)라는 큰 금액의 투자유치를 이뤄낸 쿠팡이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업계 판 흔들기를 준비하고 있다.

쿠팡은 경기도 고양시에 약 13만2200㎡ 면적의 대규모 풀필먼트 센터 운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풀필먼트(Fulfillment)’란 주문 이행을 의미하는 영단어로 원래는 항만·물류업계에서 ‘고객의 주문에 맞춰 물류센터에 제품을 피킹(적재)하고 포장하고 배송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작업’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최근에는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상품의 배송이 중요해짐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단어가 됐다.

이에 물류와 유통업계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재고관리·선별·포장·출고를 처리하는 ‘오더 풀필먼트(Order Fulfillment)’ 그리고 고객 주문데이터와 배송을 연결해 온라인 마켓의 범주까지 포함한 ‘이커머스 풀필먼트(e-commerce Fulfillment)’ 등으로 풀필먼트의 의미를 구별해서 사용하고 있다.

풀필먼트의 이커머스 적용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의 물류 관리 서비스인 ‘FBA(Fulfilment By Amazon)’가 있다. 아마존은 자사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첨단 물류관리와 배송 체계를 갖춘 솔루션으로 FBA를 제안해 이커머스의 물류를 아우르는 경쟁력을 점점 키워가고 있다.

이미 쿠팡은 물류센터 관리부문 자회사 CFS(Coupang Fulfillment Services)와 배송 전문 자회사 CLS(Coupang Logistics Service)의 운영으로 물류 부문 인프라의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쿠팡은 창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운영의 많은 부분에서 아마존의 방법들을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풀필먼트 센터 운영 준비도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 로고. 출처= 쿠팡

쿠팡 풀필먼트의 효과? 

쿠팡이 아마존처럼 자사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입점 업체들에게 제공하면 우선 쿠팡의 거래금액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의 2017년 거래금액은 약 5조원(시장점유율 5~6%)으로 이 중 약 40~50%가 입점 업체와의 거래로 발생한 금액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쿠팡의 풀필먼트가 아마존의 방식처럼 이커머스와 물류를 원활하게 연결하는 체계를 갖춘다는 전제 조건이 이뤄진다면 이로 인해 ‘수익성’ 부문에서 항상 물음표가 남는 쿠팡의 문제가 점점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안정적 물류관리에 따른 입점 업체확대, 그로 인한 물동량 증가와 거래금액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 여기에 물류비용을 줄이는 배송 최적화까지 이뤄지면 현재 한 건당 약 5000원 수준인 쿠팡의 택배 운송비용은 현재 주요 3자 물류(3PL) 업체들의 비용인 1800~2000원 수준까지 내려가는 일도 가능하다.  

롯데·신세계 이커머스 확장에 위협? 

쿠팡이 풀필먼트 서비스 전개로 추가 입점 업체들을 다수 확보하고 거래액을 꾸준하게 늘려갈 경우 기존 오픈마켓과 더불어 이커머스 영역 확장을 준비하고 있는 롯데나 신세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쿠팡이 자사의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으로 감당하는 상품 SKU(Stock Keeping Unit·상품 관리·재고 관리를 위한 최소 분류 단위)의 수는 약 480만 가지다. 이는 국내 대형마트 온라인 몰의 SKU가 약 5만~8만개 수준인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풀필먼트의 운영은 곧 거래 상품의 추가 확대를 의미하기에 쿠팡은 거래 상품 수 측면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이미 갖추고 있는 배송 경쟁력(로켓배송)과 신선식품 경쟁력(쿠팡프레시) 등 서비스가 가미되면 쿠팡의 경쟁력은 온라인 시장의 모든 경쟁 커머스 업체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미래에셋 대우 김명주 연구원은 “무엇보다 쿠팡의 풀필먼트 운영이 기존 업체들에게 위협적인 것은 물류 효율성의 개선으로 경쟁업체들이 따라갈 수 없는 거래량의 증가”라면서 “이로 인해 쿠팡의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억 달러 투자 결정과 함께 배포돼 한동안 이커머스 업계의 화제가 됐던 소프트뱅크 손정의 대표와 쿠팡 김범석 대표의 악수 사진. 출처= 쿠팡

그러나 이렇듯 희망적인 전망도 어디까지나 ‘원활한 풀필먼트 체계가 갖춰졌을 때’라는 전제 아래서다. 결국 쿠팡이 어떻게 이것을 이뤄내느냐에 달린 문제다. 현재 쿠팡 측은 일련에 알려진 풀필먼트 센터 운영 준비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고양시 인근 지역에 물류센터 운영을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현재 여러 가지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며 풀필먼트 센터의 운영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지금은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확정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2조원이라는 대자본의 유입으로 쿠팡은 자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는 여력을 얻었다. 재료는 주어졌다. 만들어내는 것은 쿠팡이다. 과연 쿠팡은 풀필먼트 운영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이커머스 판의 독보적 입지를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