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스테이트 녹번역'은 2016년 분양한 '힐스테이트 녹번' 등 주변 시세에 따라 3.3㎡ 당 약 1000만~2000만원의 시세 상승이 예상된다. 출처=네이버부동산.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연말 청약시장이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되면서 서울에 산적한 대기수요를 입증하고 있다. 9.13 대책 이후 대출규제로 아파트 거래가 급랭을 보이는 가운데, 세제개편이 예상되는 내년부터 더욱 분양이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본 수요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규제’에 따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지만 주변 시세 따라 올라가는 아파트 가격 특성상 ‘시세 차익’ 논란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금융결제원 청약사이트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해당지역 1순위를 모집한 지난 4일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는 평균 경쟁률 23.94:1로 모집을 마감했다. 총 848가구 가운데 조합원 분 638가구를 제외한 210가구가 일반분양 청약 대상이었고, 청약통장 5028명이 몰려들었다.

1가구를 모집하는 104.9812B 유형은 412:1의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중소형 평형대를 선호하는 여타 단지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특히 대형 평형대들도 예외없이 다수의 청약자가 나타나 모두 1순위에서 공급이 마감됐다. 반면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까닭에 84.98㎡ 이하의 모든 평형대가 50:1 이하의 경쟁률을 보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급규칙과 관련한 청약제도가 변경되기 전 마지막 공급이란 특징과 공급량이 6가구로 적기 때문이라 판단하고 있다"면서 "85㎡ 초과 물량 가운데 사실상 1주택자가 서울시내에서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다보니 청약자들이 경쟁률 등을 감안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단지는 ‘삼호가든3차’ 아파트의 재건축 단지로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고 지난 5월부터 공사 중에 있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104.9812B 유형의 분양가격은 17억100만원이다. 50A 유형도 2층 기준 9억3800만원 정도다. 이를 환산한 전체 평균 3.3㎡당 분양가는 4687만원이다.

단지 남쪽의 서초동 삼풍아파트 가격은 약 15억~27억원으로 3.3㎡당 5252만원이다. 단지 남쪽의 반포래미안아이파크는 매매가가 19억~36억원 선으로 3.3㎡당 6436만원이다. 디에이치 라클라스가 신규 단지임을 고려했을 때 1000만~2000만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해당 단지는 경부고속도로 반포IC, 고속터미널, 다수의 지하철역을 배후에 두고 있어 상승 경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역시 현대건설이 응암1주택재개발구역에 시공한 ‘힐스테이트 녹번역’도 비슷한 모습이다.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해당지역 1순위 청약을 모집한 4일 힐스테이트 녹번역의 평균 경쟁률은 59.05:1을 기록했다. 194가구에 1만1455가구가 모인 것이다. 주택유형 가운데 74.9900T 유형이 183: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물량이 적어 소형 평형대에서 경쟁률이 높았지만, 084.9900B 유형 역시 34.48:1을 기록하면서 1순위에서 공급이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힐스테이트 녹번역의 공급량은 전체 879가구로, 이 가운데 336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다만 모든 주택유형이 분양가 9억원을 넘지 않아 336가구 가운데 142가구는 특별공급 물량이다.

분양가는 84.9900E 유형이 가장 높았다. 일반분양 16가구 규모의 84.9900E 분양가는 5층 이상 고층 조건에서 7억1370만원이었고, 저층의 경우 6억3000만~6억6000만원 선이다. 가장 낮은 분양가를 보인 유형은 41.7600A로 3억5960만원 선이다. 이 주택의 경쟁률은 64.33:1로 나타났다. 평균 분양가는 1864만원이다.

힐스테이트 녹번역 역시 적지 않은 시세 차익을 안을 것으로 점쳐진다. 바로 서쪽 응암2주택재개발구역에서 공사 중인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은 2020년 준공임에도, 3.3㎡당 평균 분양가 1699만원이 현재 2708만원까지 올라 분양권의 형태로 매매 중이다. 약 1100만원이 오른 것이다. 2016년 분양한 단지 동쪽의 ‘힐스테이트 녹번’은 분양 당시 가격인 1590만원이 현재 3431만원까지 치솟았다. ‘디에이치 라클라스’와 마찬가지로 1000만~2000만원의 차익 발생 가능성이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최소 2억에서 5억원 정도다. 해당 단지는 3호선 녹번역, 백련산, 은평초등학교 등의 입지를 갖췄고 종로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연말 청약시장에 몰리는 이유로 ‘공급 불안’을 꼽았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대출규제, 세금규제 정책이 실질적으로 시행되면서 규제 이전 마지막 기회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심리가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서진형 교수는 “정부 규제가 본격화하더라도 신규분양의 매력은 여전히 크다”면서 “특히 서울 시내에 입지가 좋은 곳에 공급될수록 몰림 현상은 더욱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내에서 앞으로 공급이 줄어들 거라는 예측이 수요자들 사이에 있다”면서 “정부가 가격안정 차원에서 여러 가지 지역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 등 수도권은 오히려 공급이 위축된 상태로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곤 교수는 “어느 정도일지 모르는 공시지가 인상분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최대 422.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래미안 리더스원이 5일 분양 후 잔여 38가구 분에 대한 추가 모집 공고를 냈다. 출처=래미안 홈페이지.

반면 지난달 최고 422.25: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은 26가구 분의 주택이 미계약 물량이 발생했다. 면적별 잔여가구 수는 ▲83㎡A 5가구 ▲84㎡A 17가구 ▲84㎡B 3가구 ▲84㎡C 1가구 등 총 26가구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청약제도와 현금 융통의 복합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도에 대한 이해가 미비해 헷갈린 청약자들도 있고, 아무래도 자금 대출액에 부담을 느낀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미계약 주택의 일부는 정원 규모의 80%로 구성된 예비당첨자에게 계약 의사 청취 후 공급할 계획이다. 그 밖의 잔여물량 26가구는 래미안 홈페이지에 공고를 내고 홈페이지 또는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에 마련된 견본주택에서 신청을 받고 있다.

서진형 교수는 “강남지역에 규제가 집중해서 이뤄지다보니 자금 출처조사와 세금 등에 부담을 느낀 청약자들이 청약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영곤 교수는 “애초에 무리가 있는 가격”이라면서 고가아파트에 무주택자가 들어가게끔 하는 규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과거 편법 증여라면 몰라도 지금은 쉽지 않고, 혹여 되더라도 적은 수의 사례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급규칙 개정 변경 11일로 다가와...1순위 마감 이어질까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시행될 것으로 예견된 ‘주택 공급규칙 개정안’이 이달 11일부터 적용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2월 분양이 계획된 단지 수요에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1순위 청약 마감 조류가 이후 공급 단지에도 그대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주택 공급규칙 개정안은 신규 분양 단지에 무주택자를 우선해 공급하는 내용으로 9.13·9.21 대책의 후속 조치다. 해당 규칙이 개정되면 투기과열지구, 청약과열지구 등지에 공급되는 추첨물량 75%가 무주택자에게 우선으로 공급된다. 나머지 25% 역시 1차 추첨에서 탈락한 무주택자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분양권, 입주권 소유자 역시 1주택자로 간주돼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1주택자들이 청약을 노릴 수 있는 단지가 제한돼, 규칙 개정 전 분양이 이뤄질 단지로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은 이번달 중으로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의 공급을 계획 중이다. 전용면적 128~162㎡로 이뤄진 총 836가구 규모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측이 주택 공급규칙 개정 이후로 승인을 내려줄 가능성이 크다고 현대건설 관계자는 전했다. 해당 단지가 85㎡ 초과분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고 고분양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다른 분양 준비는 모두 이행 중이지만 분양가 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지자체 승인 등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늦춰지면 내년 초가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4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래미안 부천 어반비스타’의 1순위 청약 모집을 5일부터 받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 송내1-2구역 재개발 단지 위에 최대 29층 8개동, 총 831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면 497가구로, 전용면적은 49㎡~114㎡로 다양하다. 당첨자 발표는 이달 13일에 이어진다. 해당 단지는 개정될 공급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아 전용 85㎡ 이하 주택유형은 가점제 40%, 추첨제 60%로 공급된다. 다만 전용면적 114㎡는 100% 추첨제에 의거한다.

▲ GS건설은 주택 공급규칙 개정안 시행 이후인 12월 14일 일산 식사지구에서 '일산자이 3차'를 공급할 계획이다. 출처=GS건설.

GS건설은 12월 한 달 동안 5개 도시에 총 6774가구 가운데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고 4807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그 중 수도권은 4곳으로 3842가구 규모다.

12월 가장 많은 분양 비중을 차지할 건설사는 GS건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2월 전국의 일반분양 공급물량은 약 1만8000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GS건설은 이 가운데 27%를 차지하는 셈이다.

GS건설은 일산 식사지구에서 12월 14일 ‘일산자이 3차’를 공급한다. 총 1333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59~100㎡로 구성된다. 2020년 11월 개통 계획이 잡힌 서울-문산 고속도로, 대곡-소사선 등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임곡3지구 재개발 부지에서 이뤄질 ‘비산자이아이파크’ 공급이 12월 21일로 계획돼 있다. 총 2637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39~102㎡로 이뤄진 107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물량의 99% 이상이 전용면적 84㎡ 이하 중소형 아파트이고, 49㎡ 이하 소형 아파트도 496가구 규모로, 1~2인 가구, 신혼부부의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1호선 안양역과 1번국도, 관악대로가 있어 서울과 수도권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같은 날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B3블록에서도 ‘다산신도시 자연&자이’가 공급된다. 전용면적 74~84㎡로 이뤄진 총 878가구다. 지하철 8호선 연장역 다산역(가칭)이 2023년 완공될 계획이다.

규칙 개정으로 지난 10월 분양이 미뤄진 하남시 위례지구 A3-1블록 ‘위례포레자이’도 이달 중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위례포레자이는 전용면적 95~131㎡로 이뤄진 558가구로 모든 물량이 중대형으로만 구성됐다. 이 때문에 기존 가점제·추첨제 비중이 11일 이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처럼 11일 공급규칙이 개정된다면 지금의 청약 양상은 사뭇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주택자의 개입 여지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거꾸로 향후 공급될 지역이 수도권으로 타지역 대비 높은 분양가로 공급되는 만큼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가진 무주택자가 시장의 열쇠를 쥐게 된다. 오히려 무주택자 수요가 더욱 몰릴 수도 있지만, 대출 등 자금 융통을 감안했을 때 지금의 청약 열기가 다소 식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위례포레자이’의 예시처럼, 분양이 개시되면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아 낮은 가격에 높은 시세 차익을 누릴 기회가 무주택자에게 돌아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는 “자금 출처도 조사하는 등 규제가 강해졌지만 시세 차익이 생기더라도 무주택자에게 기회를 주자는 게 지금의 취지”라고 말했다.

이밖에 포스코건설이 판교대장지구에 공급하는 '더샵포레스트', SK건설이 은평구 수색6구역 재개발 부지에 공급하는 'DMC SK뷰' 등이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