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로 한시름 놓는 듯 했던 삼성그룹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분식회계 의결에 따른 처분으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증선위는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지분법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4조 5천억 원 규모의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감사인 지정, 대표이사 및 재무담당 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하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7일 증선위의 이 같은 처분에 반발해 증선위가 내린 처분을 모두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와 함께 해당 취소청구 사건의 판결 시까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신청도 함께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에 배당되어 있는 이 사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가운데, 피고인 금융위원회와 증선위는 3일 소송을 수행할 소송수행자만 지정해 놓은 상태로 현재까지 별도의 소송대리인 선임을 하지 않은 상태다. 행정소송의 경우 국가기관 소속의 공무원인 소송수행자가 직접 서면을 작성하고 재판에 출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나, 이번 사건과 같이 난이도가 높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는 별도의 소송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아 현 시점에서는 금융위원회와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소장을 검토함과 동시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대응할 소송대리인을 물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 전경.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관전포인트 1.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집행정지신청은 받아들여질 것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청한 집행정지는 이번 달 19일 10시 심문기일을 앞두고 있다. 집행정지신청은 본안 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본안 판결을 받기 전에 당사자의 권익을 잠정적으로 보호해 주는 제도(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로 독일과 달리 행정소송이 제기되었다고 하여 집행을 정지하지 않는, 이른바 ‘집행부정지’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 법제상 만약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가 내린 처분을 지정된 시한 내 이행해야 한다.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것 ② 긴급한 필요성이 있을 것 ③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을 것 ④ 본안 판결에서 신청인이 승소할 가능성이 있을 것 등의 요건이 구비되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특히 재무제표 재작성은 회계처리 적정성과 관련해 본안판결에서 핵심쟁점으로 다투어질 가능성이 높고, 재무제표 재작성으로 상장폐지 등의 처분이 추가적으로 내려질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점, 재무제표와 관련하여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처분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도 사회관념상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로 정의내리고,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이할 수 있는 처분에 대해서는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대법원 2001. 10. 10. 선고 2001무29 판결 참조).

 

관전포인트 2. 종속회사에서 지분법 상 관계회사로, 우연인가 필연인가?

본안 소송과 관련하여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설립한 에피스가 회계기준 상 종속회사인지 지분법 상 관계회사인지, 특히 2015년을 기점으로 재무제표 상 에피스가 종속회사에서 지분법 상 관계회사로 지위가 달라진 만큼 과연 그것이 단순한 회계기준의 차이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분식회계의 고의에 의한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하여 증선위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지분법 상의 관계회사로 처리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한 그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을 내렸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올린 ‘증선위 결정 및 IFRS(국제회계기준) 회계처리에 대한 FAQ’라는 글을 통해 보수적이고 투명하게 회계를 처리했고 본질적인 기업가치의 변화에 어떠한 영향도 없었으므로 분식회계와는 전혀 다르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본안 소송에서는 과연 이 같은 회계기준의 변경이 가능한 것인지, 이 같은 경우 분식회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회계감정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의’와 관련하여서는 정치권에서 문제 삼고 있는 이른바 ‘내부문건’의 ‘증거력’이 문제가 되는데, ‘내부문건’은 문서 자체로 법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처분문서와 달리 말 그대로 보고문서에 불과한 것이어서, 증거력의 측면에서는 분식회계의 고의를 인정할만한 직접적인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하고, 만약 법원이 분식회계의 ‘고의’를 인정할 경우 이를 정황적인 증거로 참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전포인트 3. 행정소송 선고 결과, 삼성 그룹의 운명을 뒤바꿀까?

이번 행정소송 선고 결과에 대하여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행정소송 선고 결과에 따라 현재 삼성 그룹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하여서는 금융위 등 금융당국은 물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검찰에 형사 고발을 한 상태이고, 이번 소송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주주들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제기도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2016년 일성신약이 제기한 합병무효소송은 비록 지난해에는 1심에서 패소했지만, 이번 소송 선고 결과에 따라서는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지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현업에 복귀하였으나 현재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 부회장으로서는 이번 행정소송 선고 결과가 대법원 선고 결과를 결정지을 마지막 분수령이 될 수 있어 당분간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 부회장의 형사 사건과 관련하여 분식회계 여부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대통령에게 묵시적으로 청탁’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한 정황사실에 불과한 것이지만, 떨어지는 낙엽이라도 조심하고 싶은 것이 이 부회장의 현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삼성그룹으로서는 이번 소송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