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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 스타일, 삼성 새 상권을 만들다] ③ 상권 업그레이드, 큰 손 몰리는 이유

대기업 오너·연예인 거주부터 특유의 분위기까지

김진후 기자 jinhook@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12.06  11: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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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동 블루스퀘어.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일본의 아방가르드 브랜드 ‘꼼데가르송’이 개관한 2010년을 기점으로 한강진역 부근 한남동은 ‘제2의 가로수길’로 탈바꿈했다. ‘꼼데가르송길’이 그곳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카페, 미술관과 복합문화공간이 상권에 진입하면서 최신 ‘잇’ 트렌드를 찾는 젊은 층과 구매력 있는 소비계층으로 북적이고 있다. 이태원로 261번지의 꼼데가르송 한남은 올해 11월 리뉴얼 오픈으로 다시 한 번 이미지 변신을 단행 중이다.

리뉴얼 오픈은 브랜드의 성격을 극대화하고, 찾아가는 매장이라는 ‘플래그십 스토어’의 개념으로 한남동 특유의 문화 코드를 부각했다. 고객들은 건축물의 미학적 요소를 즐기면서 나이키랩 등 협업 제품, 대중화한 브랜드인 CDG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꼼데가르송 한남이 자리한 이곳 이태원로 북쪽 변은 삼성 등 굴지의 대기업 총수 일가들이 거주하는 고급주택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과 삼성일가 소유의 건물들은 물론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정상급 미술관 ‘리움’ 미술관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삼성일가 외에도 이명희 신세계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거주하면서 서울 시내 최고 부촌으로 각인되고 있다.

반면 이태원로의 남쪽 대로변엔 카페와 의류 브랜드, 각 분야 기업들이 론칭한 상점들이 한남동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담고 있다. 현대카드가 그중 특기할 만하다. 이태원로 248번지의 ‘현대카드 스토리지’는 동시대미술의 활동과 예술적 잠재성을 담는 ‘창고’라는 개념으로 이태원에 자리 잡았다. 바로 옆 246번지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는 책과 바이닐(LP)을 매개로 아날로그 감수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들 매장은 임대사업장이든 자체사업장이든 ‘현대’라는 브랜드를 한남동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이태원로 북쪽은 삼성이, 남쪽은 현대가 석권한 뒤로 ‘꼼데길’ 상권은 더욱 풍성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꾸로 말해 삼성과 현대가 특정 입지를 중심으로 직접 상권에 뛰어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제일기획 사옥이 면한 대사관로를 기준으로 동쪽의 주거지는 본래 저층 위주의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다. 그러나 ‘꼼데가르송길’이 형성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투자자들이 저층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 혹은 재건축에 나서면서 상권 다분화가 시작됐다. 무엇보다 방문자들이 발길을 멈추는 까닭은 강남 등 기존의 명품매장과 차별화한 ‘체험형’ 매장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한남동의 상가 임대료 추이와 용산구 토지가격 추이가 비례관계를 보이고 있다. 출처=한국감정원.

상권 형성 후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임대료다. 부동산정보 분석전문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꼼데가르송 개관 후 약 6개월이 지난 2011년 1분기 당시 한강진역 부근 한남동의 상가 환산임대료는 3.3㎡당 11.4만원이었고, 그해 4분기 임대료는 15.2만원까지 뛰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평당 10만원 아래로 떨어진 가격대를 유지하다가 상권이 전성기를 맞은 2015년 말 무렵부터 점차 뛰기 시작했다. 해당 상권은 2017년 3분기 평당 23.3만원으로 2011년 임대료의 두 배 이상을 호가했으나 현재는 살짝 주춤해지면서 18.1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용산구 전체의 토지 가격상승세와도 비례한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2016년 11월 1일을 기준점 100으로 잡았을 때, 꼼데가르송이 입주한 2010년 8월의 지가변동지수는 95.74였다. 2009년 12월 94.298과 비교했을 때 약 1.5 상승한 값이다. 한남동 임대료가 뛴 2015년 4분기에 해당하는 2015년 10월은 96.896을 기록했고, 그 뒤로 상승세만을 유지하며 2018년 10월 현재 113.297을 기록 중이다.

이는 명실상부 서울 시내 부촌으로 자리 잡은 한남동의 주택 가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비단 이태원로만이 아니라 한남더힐, 한남동 유엔빌리지, LG한강자이, 래미안첼리투스 등 고급 주택들이 이태원로, 대사관로, 독서당로 등 한남동 주변에 즐비하다. 가장 최고가 주택에 거주하는 기업 총수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으로, 이태원동에 시세 약 175억원에 이르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택은 170억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주택은 135억원 선이다. 유명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주택들의 시세는 최소 15억원 이상을 호가하고, 30억원을 넘는 주택도 부지기수다.

일반 주택과 아파트라 하더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워낙 고가 주택의 이미지가 뚜렷한 이유로 건설사들은 앞다투어 고급 브랜드 아파트를 유치했다. 현대건설이 한강을 마주보는 입지에 힐스테이트, 하이페리온을 세우면서 ‘이태원로 남쪽은 현대가 강세’라는 인식을 구가 중이다. 현대하이페리온 전용면적 197.22㎡의 시세는 2018년 11월 19일 24억3000만원을 기록했고, 이는 5년 내 최고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9.13 대책의 여파에 아랑곳 않고 줄곧 상승세를 이어왔다.

 

‘브랜드 효과’ 누리는 한남동

한남동 일대의 ‘브랜드화’는 ‘개발 선순환’과 연관지어 해석할 수 있다. 기존 개발 선순환의 의미는 과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현대중공업의 예시에서 알 수 있듯, 업종별 입지 특성에 맞춰 산업단지 조성에서 유리한 지방 중소도시로 생산 공장 등을 이동하면서 발생한다. 기업이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관할 하청업체도 단지 주변 혹은 위성도시에 밀집하고, 종사하는 인력들의 거주지가 생겨나며,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조성된다. 즉 고용이 증가하면서 사업 수요에 맞춰 도시가 확장한다는 의미다. 확장된 도시는 다시 훌륭한 환경을 바탕으로 생산과 소비가 진작되면서 도시의 위용을 굳건히 해나간다.

대기업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생해서 도시 생태계를 발전시킬 여력이 있다. 이러한 개발 선순환 현상의 배후에 대기업이 있다는 사실, 대기업이 도시 조성에 뛰어드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남동의 사례처럼 대기업이 한곳에 집적해 상권 조성에 이바지하면서 생기는 ‘브랜드화’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삼성과 수원의 예를 보면, 지나치게 수도권에서 벗어나면 반도체 개발을 담당할 우수 인력을 유치할 요인이 사라진다. 반면 지나치게 서울과 가까이 있으면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를 받는 단점이 있다. 올해 6월 일부 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인구집중유발시설, 대규모개발사업 등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 집적을 규제하고 있다. 과밀억제권역에 속하는 지역에 사업지를 유치하거나 증축할 경우 해당 조합이 과밀부담금을 내야 하는 조건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도시나 주정부별로 기업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서 “대기업 효과를 누리면서 부수적인 고용 창출, 도시 정비 등 도시가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교수는 LG그룹이 마곡산업단지에 모이는 조류도 같은 경향으로 이해했다. 이 교수는 “서울권에서 고용 효과를 만들어내기 힘든 상황에서 서울시내에 마곡처럼 우수 인력을 끌어들일 요인이 충분한 입지가 생기는 것은 대기업에게 호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의 이야기처럼 지방 분산이 예상만큼 좋은 효과를 가지고 온 것은 아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에 따르면 “1992년 이후 한국 대기업들은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과거와 달리 공격적인 토지 매입에 나서지는 않는다”면서 “예전엔 정부가 지방에 혁신도시를 만들고 기업 연구소를 연계하는 형식이었지만, 성과가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고정자산축적을 가급적 피하려는 추세라는 해석이다.

이 견해를 거꾸로 해석하면, 롯데의 잠실·을지로 상권처럼 한남동도 ‘대기업 효과’를 누리고 있음이 드러난다. 대기업 부동산의 지방분산 기조가 철수하면서 나온 곁가지 부동산 모델로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이 영국 런던에 보유한 독일 코메르츠방크 빌딩을 싱가포르 부동산 개발업체 ‘윙타이홀딩스’에 약 5억9100만달러 규모로 매각하는 등 활발한 자산 리밸런싱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태원로 253번지처럼 삼성물산이 직접 소유하면서 임대업을 겸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입지를 새로이 만드는 것이 기업 효과 중 하나임을 감안하면 산단 형성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지점이다”라면서 “대기업 효과를 상권에 꼭 맞춰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빌딩 매입 등 개인투자자보다 우위에 있는 투자 경험·상권분석·자금력을 바탕으로 부동산 시장을 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혁 연구원은 “행정수도, 혁신도시 등 지방의 개발호재가 산발적으로 많아지면서 투자가치 있는 알짜 입지를 골라내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여전히 서울의 업무·행정 기능을 대체할 곳은 찾기 어렵다 보니, 자본 여력만 된다면 다소 높은 가격이라도 뛰어들 만하다는 게 서울 부동산 투자자들의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 한남동에 자리한 리움미술관.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왜 다름아닌 한남동인가?

삼성·현대뿐 아니라 동서식품 등이 한남동 지역에 진출한 이유를 두고 이상혁 연구원은 “삼성이 선호하는 동네로서, 꼼데가르송 이후 부동산 가치가 크게 상승한 것은 맞다”면서 “이건희 회장의 주택, 리움미술관 등 삼성의 네임밸류가 떠받치는 요인이란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선상에서 “상권, 부동산 모두 어느 기업이나 유명인들이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다”면서 “실질적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설명했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연구원은 “해당 지역은 장동건, 싸이 등 유명 연예인 소유의 건물도 있어서, 2012~2015년 사이 많은 매각이 일어났고, 더 큰 규모로 지어 최근 되팔기도 하는 등의 사례도 있다”면서 “전 층 쓰는 편집숍, 커피숍, 레스토랑 위주로 상권 진입이 많았고, 평당 매매호가 역시 2014년 5000만~6000만원에서 지금은 약 1억원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저평가된 상권을 중심으로 신상권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이상혁 연구원은 “골목상권이라는 키워드가 트렌드를 관통하면서 전성기가 왔다”면서 “대기업 자본 내지 규모가 있는 예술품 매장, 식당 등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봐서 한남동이 더욱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대조군으로 압구정 로데오,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을 꼽았다. 그는 “해당 지역은 임대료가 높은 데 비해 유동인구도 줄어들고, 매출도 부진을 겪으면서 임차수요가 받쳐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신사동과 압구정동의 2011년 1분기 환산임대료는 각각 3.3㎡당 14.2만원, 23.2만원으로 같은 시기 한남동의 11.4만원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면서 기존 강세 상권이 개성을 잃은 데다 가격 경쟁력에서 한남동에 밀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압구정동은 2013년 3분기 평당 임대료가 28.7만원이었지만 2018년 3분기 현재 15.5만원으로 급감한 상태지만 이미 특색을 잃은 상권이 재부흥할 기미는 아직 없다.

   
▲ 신사동과 압구정동은 임대료 고공행진을 벌였지만 한 풀 꺾인 모양새다. 출처=부동산114.

골목상권 양날의 검

이상혁 연구원은 한남동 상권을, 공급자들이 명품, 고가제품을 소비할 수 있는 대체 상권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한 곳으로 풀이했다. 그는 “한남동은 단독상권으로 보기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면서 “이태원 상권, 경리단길 상권이 확장해가면서 닿은 부분으로, 생애주기 단계로 따지면 탄생-성장-성숙-쇠퇴기 중 성장기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는 게 이상혁 연구원의 판단이다. 이미 쇠퇴기에 접어든 압구정 로데오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이 대표격이다. 그는 “가로수길은 강남역, 논현동과 달리 특색 있는 상권으로 유명세를 누렸지만 대기업 자본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상권에 뛰어들면서 그 특색을 해쳤다”면서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업종, 이를테면 카페와 같이 특정 업종의 쏠림이 너무 과도하면 장사도 되지 않고, 찾는 사람도 여러 번 찾을 만한 가치를 찾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혁 연구원은 “프랜차이즈의 영향 없이 독특한 트렌드를 언제까지 유지할지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획일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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