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구동진의 기업과 커뮤니케이션] 샐러리맨은 늘 3 6 9의 매직에 걸린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12.04  18:36:26

공유
ad59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내게는 약점이 하나 있다. 직업병처럼 생긴 것인데, 과도한 스트레스,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던 꽉 막힌 사무환경에 더해진 술 담배 때문인 듯 한데, 어렸을 때는 없었던 비염이 40대부터 생겼다. 딱히 알레르기는 아닌 것 같은데, 컨디션이 좀 떨어지는 날이면, 눈이 시리고 따끔거리고 코에서는 폭포수가 쏟아지고 재채기가 끊이질 않는다.

코감기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아 명동의 한 이비인후과를 찾았을 때 의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술 담배 끊으시고,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적당히 운동하고 푹 쉬시면 괜찮아질 겁니다.” 그 때는 그냥 받아 넘겼지만, 생각해보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누군 그러기 싫어서 이러나?’ 두 번째 병원에 가던 날엔,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힘든 대기업 팀장을 하고 있어서 술 담배 안 할 수 없고, 스트레스 엄청나게 받고, 새벽에 나가고 밤 늦게야 들어와서 운동은커녕 수면 시간도 부족하다’고 속사포처럼 내 처지를 대변하는 말을 뱉어 냈다.

“수술 합시다.” 대번에 의사는 치료법 중 가장 센 수단을 골라서 얘기했다. 특단의 해답을 기대하는 궁금증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놓는 가장 근원적인 대답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답일 경우가 많다. ‘술 담배 하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적당히 먹고 운동하고 푹 쉬면 대부분의 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은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안다. 알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병원이라는 곳에 기대게 된다.

비슷한 예로, 연초면 찾아보는 토정비결이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올 것이니, 어려움이 닥쳐도 참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 평소에 남에게 잘하고, 좋은 일에 힘쓰면 반드시 귀인이 와서 도와줄 운세다.’ 표현에는 그때 그때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금까지 봤던 수십 번의 운세를 관통하는 함축적인 의미는 한결같다.

 

성공할 때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성공한다?

우리가 고생만 하고 낙이 오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은 참고 기다리지를 못해서다. 성공하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성공할 때까지 지속하지 못해서다. 이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지속해왔기에 가능했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알면서도 우리가 성공하지 못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어릴 때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람의 몸과 감성과 지력은 늘 일정한 패턴으로 지속되지 않고 계속 사이클을 그린다. 말 그대로 기운이 왕성할 때도 있고, 별다른 이유 없이 잦아들 때도 있다. 직장 생활도 해보면 주기를 두고 변한다. 오르락 내리락 하게 된다.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의 일은 지속력이 크지만 그렇지 못한 일은 지속 기간이 짧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결론은 크게 흥미를 가지지 못한 것을 성공이란 미명하에 억지로 붙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왜 직장은 재미가 없는가?’라는 우문에 ‘재미 있는 곳에는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데, 돈을 받고 있으니까 재미가 없지’라는 현답이 있다. 구글 같은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어떻게 꾸며놓고 있다더라 하는 얘기는 현실감 있게 와 닿지도 않는다. ‘직원들이 맘 편히 와 있을 수 있도록 온갖 것들을 갖춰 놓았다’는 것은 잠깐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또, ‘직원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자유를 주었다’는 얘기도 크게 부럽진 않다. 하지만 ‘잘 나가는 기업들은 성과를 골고루 나눠 가진다’는 대목에서는 배가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잠들기 직전 오늘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지고, 내일 가서 해야 할 일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도 몰래 금새 깊은 잠이 들어서는 알람이 울기 직전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러시아워 혼잡을 피해 일찌감치 사무실에 도착, 짧은 시간 집중하는 독서삼매경 그리고 서서히 사무실에 사람들이 늘어갈 시간쯤엔 어젯밤에 떠올린 생각대로 업무에 집중한다. 효율도 높고, 업무 결과들에 대해 윗분들을 비롯한 주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다. 어느 틈엔가 퇴근시간, 퇴근 하면서 어서 빨리 내일이 왔으면 하고 바란다.

샐러리맨이라면 몇 년에 한번 정도는 이런 경험을 한다. 나 역시도 삼 년에 한번씩은 이런 발동이 걸려서,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곤 했다. 그런 때는 일의 결과도 좋아서, 힘이 나는 피드백을 주위에서 받곤 했다. 하지만 잠시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침 해가 싫어지기 시작한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다한 생각과 걱정의 연속이다.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은 피곤한 느낌에 지배당한다. 눈을 뜨자마자 뒤통수를 휘갈겨 오는 ‘아, 오늘이 휴일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헛꿈만 꾸게 된다.

 

잘 해서 오래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하면 잘하게 돼

후배들이 오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직장 생활은 잘 해서 오래하는 것 보다는 오래 하다 보면 잘 하게 되는 것’이라는 말과 ‘누구나 인정 받고 제대로 보상 받으면 회사에 가고 싶은 맘이 절로 생기는데, 경험에 비춰보면 얼추 삼 년에 한번 꼴이었던 것 같다’ 이런 말을 들으면 모두가 이상하게 받아들이곤 했다. 마치 워커홀릭이라는 병에라도 걸린 듯이 삶의 모든 것을 일과 연관 지어 살면서도 그런 맘이 있었냐는 반응이다.

입사 직후에 의욕을 품고 일을 하던 마음이 불과 석 달 정도면 꺾여버리고 6개월 정도면 기존의 조직원들처럼 닮아가고, 9개월 정도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일년이면 조직에 계속 있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빠지곤 했다. 그러던 것이 첫 해를 넘기면 2년째는 그럭저럭 지나게 되는데 이런 마음도 3년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3년 정도가 지나면 직급이 바뀌고 새로운 분위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다시금 자극을 받게 된다.

대리가 과장이 되고 과장이 차장으로 그리고 차장은 부장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리가 바뀌고 나면 새로운 의욕이 샘솟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참 간사하기 짝이 없어서 새로운 자리가 정착이 되면 다시금 3, 6, 9의 리듬에 맞춰서 맘이 변하게 된다. 그러는 중간 3년 정도의 기간 동안에는 일의 효율이 피크에 이르고 의기도 충만하고 뭔가가 잘 풀릴 때가 한번 정도 온다. 빨리 오는 사람도 있고 늦게 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 번 정도는 일의 보람이 크게 느껴지는 시기가 온다.

인생 사부님으로 모시는 분이 몇 분 계신다. 그 중의 한 분이 청와대 홍보비서관까지 갔다 오셨던 분인데, 이미 30대 후반에 당시 재계에서 가장 빨리 별을 다셨던 분으로 유명하다. 그냥 웬만한 임원이 아니라 당시 재계 서열 5위권 내에 들어가는 대그룹의 그룹본부 임원이었다.

초고속 승진이었던 셈인데, 남들은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평가할 지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도 그 짧은 기간 동안에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해 낸 결과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 사부님은 그냥 덤덤하게 ‘운이 좋았어’, ‘신입 달고 열심히 하다가 문득 회의가 밀려올 때 대리 달았고, 새 명함 들고 열심히 다니다가 주춤 고민할 때 과장 됐고’ 그렇게 임원까지 올라갔다고 했다.

속으로는 커뮤니케이션 세계에서 하루 하루 살아가기가 얼마나 피가 마르는데 그냥 승진하고 새 명함 받고 얼렁뚱땅 하다 보니 어느덧 차∙부장 지나고 임원까지 올라 가게 됐다는 말이 곧이곧대로 믿어지지는 않는다. 지금도 별 탈없는 하루가 지나갈 때쯤이면 안도의 한숨이 내 쉬어 지곤 하는데 하물며 그때는 상상도 안 된다.

코넬 대학교 존슨경영학대학원의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인 로버트 프랭크 교수의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의 내용이 의미 있게 와 닿는다. 특히, 서평으로 쓴 신문의 제목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실력과 노력만으로 성공하셨다니 운이 참 좋으시네요!’다. 책에서는 실패한 사람들은 한결 같이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운이 없었다’고 평가를 하는데 반해,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에 끼어든 ‘운’이라는 것에 대한 인정을 쉽사리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게 운인데도 말이다.

사실 오너가 아닌 다음에야 자기가 하고 있는 일, 자리, 상황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자기를 저울질 하고 있고, 해주는 것은 쥐뿔도 없으면서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한정인 것이 직장 세계다. 솔직히 내 몸 하나 건사해서 가정을 꾸리며 헤쳐나가는 것만 해도 버거운데, 갈등은 계속된다. 물론 그 중간중간에도 고민은 많겠지만, 3개월 6개월 1년 3년 6년 9년 주기적으로 세상 모든 어른들은 매직에 걸린다.

엉뚱한 길임을 알고 되돌아오는 수고를 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엉뚱한 길에서 성공을 찾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탁월한 실력으로 인정 받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외로움을 더 느낀다. 나만 고민이 많은 것이 아니라 후배들도 고민이 많다는 것을 알자. 물론 선배들도 많지만. 최고경영진부터 신입사원까지 고민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힘들 때 내미는 손 고마워한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의 기사더보기

ad73
SPONSORED
ad61
ad62

헤드라인

ad63

중요기사

default_side_ad1

최근 전문가칼럼

ad66
default_side_ad2
ad36

피플+

1 2 3
set_P1
1 2 3
item49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57
default_setNet2
ad67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