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 부족 현상이 다시 나타난 것은 세계 경제가 아직도 여전히 달러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Pixaba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다시 달러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에 나타난 달러 부족의 희생자는 신흥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달러 부족의 징후는 그다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으나, 지난 9월부터 서서히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밖의 투자자와 기업들은 궁극적인 유동성의 원천으로 달러를 사용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나, 유로존 위기 때, 심지어 2016년에도 많은 투자자와 기업들이 달러 부족 사태로 피해를 입었다.

달러 부족은 통상적으로 매 분기말이나 연말 경에 심각하게 나타난다. 은행들이 자신들의 장부를 감독 당국에 보고하면서 자신들의 위험 노출 정도를 작게 보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달러 보유를 늘림). 은행들은 연말 실적 정산 마감일 전에 달러 보유를 늘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재의 손해 가능성이 전보다 낮아졌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 부족이 다시 나타난 것은 세계 금융 시장의 달러 의존도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것은 국제 달러 유동성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과 국가, 특히 은행과 신흥 시장에는 불길한 징조다.

달러가 얼마나 부족하느냐는, 미국 밖의 투자자와 기업들이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종 통화 스와프(cross-currency basis swaps)라는 파생 상품의 스프레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론적으로, 이 스프레드는 장기간 넓게 퍼질 수 없다. 달러 차입에 접근할 수 있는 중개인들이 그 틈을 타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은행들이 겪는 스트레스로 인해 이 격차는 지속되어 왔다. 은행들이 대차대조표를 확대하면 법규에 의해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과는 달리, 올해 초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채권을 다시 시장에 팔면서 금융시스템에서 달러를 흡수했는데도, 스프레드가 좁아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전 세계 달러화 자금 조달 유동성을 나타내는 3개월 유로·달러와 엔·달러 스와프 스프레드가 올여름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초 -0.001%포인트 수준이던 유로·달러 및 엔·달러 스와프 스프레드는 11월 현재 -0.005~-0.006%포인트 수준으로 내렸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은행들이 자신들의 대차대조표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거나 더 많은 달러 예금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일본 투자자들이 현재 미국 채권을 팔고 유럽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막대한 달러의 수요를 줄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그런 움직임은 미국의 단기 이자율이 장기 이자율에 비해 더 많이 상승한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이로 인해 달러화 환위험을 회피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단기 금리 상승은 다른 금리 상승을 이끌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는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본의 달러 수요 감소가 신흥 시장에서의 달러 경색을 모호하게 만들 수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흥국들은 국제 투자자와 은행을 상대로 달러부 채권을 발행하는 데 크게 의존하고 있어, 달러화의 부족은 신흥국 경제 성장을 크게 해칠 수 있다.

미국이 금본위제를 시행하고 있던 1896년,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하원의원은 "금 본위제는 인류를 억압하는 황금 십자가다. 미국 경제는 황금 십자가에 못 박혔다”고 한탄했다. 비록 못은 보이지 않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달러 십자가에 묶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