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원통형 모양의 배터리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의 배터리다. TV리모컨과 같은 가정에서 가전제품을 컨트롤하는 리모컨에는 대부분 원통형 배터리가 들어간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는 아마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의 배터리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통형 배터리는 현재 전동공구, 무선청소기, 전기자전거, 전기차 등에 탑재되고 있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원통형 배터리는 폴리머 형태나 각형태의 배터리보다 출력을 더 높게 낼 수 있는 고출력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에서 순간적으로 큰 힘이 필요한 전동 공구,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등에서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있다. 크기는 작아도 고용량, 고에너지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셀과 팩. 출처=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2014년부터 부활

원통형 배터리는 1990년대 초 캠코더 시장에 진입했고, 2000년대는 IT 주력 제품인 노트북의 등장으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삼성SDI와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2002년 약 2억 9000만셀의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2010년 16억셀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노트북의 슬림화, 경량화 추세와 스마트폰의 고성장, 태블릿 등장으로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2011년을 정점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이러던 원통형 배터리는 전동공구 시장의 고성장과 비IT제품의 등장으로 2014년부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 세계 원통형 배터리 사용 추이. 출처=B3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원통형 배터리 수요는 비IT제품인 전동공구, 전기자전거, 전기차 분야에서 급격히 늘어났다. 2002년 노트북에 2억 1000만셀 수준이었던 원통형 배터리는 2010년 12억셀로 정점을 찍었지만 올해는 1억 2000만셀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비IT제품인 전동공구에서는 2010년 2억 3000만셀에서 올해 9억 1000만셀 규모로, 전기자전거에서는 2010년 1600만셀에서 올해 4억 1000만셀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기자동차에서 원통형 배터리 시장 셀 규모는 올해 22억셀 수준으로 원통형 배터리 시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원통형 배터리는 노트북이나 전동드릴에는 3~6개 정도만 들어갔지만 전기자동차에는 한 대에 수백개에서 수천개가 탑재되기 때문에 잠재수요가 엄청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현재 주요 전기차 제조사 중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업체는 테슬라 정도로 알려져 있다.테슬라 모델S는 7000여개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모델3도 3000~4000여개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전기차 업체서 원통형 배터리 채택이 더 늘어난다면 원통형 배터리 수요는 더 급격히 늘어난다.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용 소형 원통형 배터리 수요의 증가 가능성을 언급했다. 삼성증권은 “테슬라 이외의 후발업체 및 스타트업 회사들이 18650 또는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바탕으로 전기차 진입을 모색하고 있어 원툥형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 수요의 일정부분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모델3의 대량생산이 성공하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와 중대형 배터리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18650배터리는 지름 18mm 길이 65mm의 원통형 배터리를 말하고 21700은 지름 21mm, 길이 70mm의 배터리를 말한다. 통상 18650 배터리가 표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에너지 용량을 최대 50%늘린 21700 배터리도 등장했다.

삼성SDI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는 규격을 표준화하기 쉽고,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가격 경쟁력도 있어서 30여년간 다양한 제품에 적용돼 오면서 신뢰성이 높아졌다”면서 “제조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규격의 배터리를 공급받는 것보다 원통형 배터리를 여러개 붙여 사용하는게 더 편리하다고 말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 원통형 배터리로 만들어진 테슬라 배터리 팩. 출처=테슬라, 삼성증권

양극재는 출력높은 NCA사용

원통형 배터리의 양극재는 일반적으로 NCA로 알려졌다. NCA는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으로 구성된 양극재를 말한다. 보통 니켈 함량을 높여야 에너지 밀도가 높아 배터리 용량이 커지는데 NCA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80%이상의 니켈이 포함됐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알루미늄은 양극재에서 출력을 높여주는 소재다. 이런 이유에서 작지만 큰 에너지밀도와 출력을 내야 하는 원통형 배터리에서 NCA양극재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에서 일반적으로 NCA 양극재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출력이 NCM(니켈 코발트 망간)양극재보다 더 높게 나오기 때문”이라면서 “현재는 NCM 양극재로도 출력을 높이는 배터리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존에 NCA 양극재로 원통형 배터리를 만들어왔던 업체들은 NCA 양극재가 더 익숙하기 때문에 이를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