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 혁신의 다음 단계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그리고 인공지능(AI)에 있을 것이다.    출처= Draper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실리콘밸리는 지난 수년간 미래를 이끌어갈 혁신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번번이 좌절을 겪어왔다. 10년 전에 출현한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혁신 기업들이 이제야 마침내 수익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고 기업 공개까지 준비하고 있지만, 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규제 당국과의 불편한 싸움과 회사 운영에서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한편으로는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아마존의 위세는 새로운 스타트업이 싹트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인공지능과 블록체인과 같은 강력하고 널리 알려진 신기술의 파급력이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유명 벤처캐피털 회사인 안드리센 호로워비츠(Andreessen Horowowitz)의 베네딕트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실리콘밸리는 큰 혁신의 물결 속에서 더 많은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술회사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쇼핑을 하거나 거래를 하도록 설득하는 데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스마트 냉장고, 스마트 전자레인지, 기타 스마트 기기는 차치하고라도 스마트폰을 포함한 온라인 거래는 전체 소비자 지출의 5%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은 우리가 온라인 시대의 초입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제 겨우 초입의 끝자락에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다른 전문가들은 그와 같이 낮은 수치는 물리적 경험이 디지털화될 수 있는 방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전자상거래 분석가들은 많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직접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모든 상거래가 온라인이나 스마트폰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또 구글, 페이스북, 옐프(Yelp, 여러 도시의 식당, 백화점, 병원 등에 대한 평판을 크라우드 소싱을 이용해 모으는 지역기반 소셜네트워크), 질로우(Zillow, 미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앱) 등 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에 출범한 잘 알려진 기술 회사들은 그 동안 많은 양의 정보를 찾아 효율적으로 사람들에게 노출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춰 왔으나, 이제는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단순한 정보 검색만이 아니라 직접 현물을 배달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질로우는 부동산 목록과 쇼핑 가격 비교 정보를 제공해 왔지만, 5년 된 스타트업 오픈도어(OpenDoor)는 직접 당신을 위해 집을 사거나 팔아준다. 또 옐프는 지역 업체들의 디렉토리를 제공하는 데 그쳤지만, 오늘날 많은 식품 시장 앱들은 그와 비슷한 레스토랑 검색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집 문 앞까지 음식을 배달해 준다.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회사들은 단순히 여행객들을 위해 집을 검색해 주거나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목록을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위치 인식 기능을 이용해 물리적 환경에서 전혀 새로운 타입의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등장한 스타트업들은 스스로 보험업자, 대출업자, 신용 융자 제공자가 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그들은 그저 재무 정보만을 제공해 주었을 뿐이었다.

▲ 새로운 스타트업들은 자본이 많이 필요 없는 정보 거래와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에서 모든 실물(entire meal)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출처= NextRestaurants

이와 같이 디지털에서 물리적 실체 제공으로 방향을 전환한 기업들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비트를 넘어서야 하는 엄청난 과제를 온 몸으로 겪었다. 그들은 산업 전체를 뒤흔들며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그들의 성장은 이전 세대보다 더 느렸다. 그들의 서비스는 많은 물류와 규제 비용을 수반해야 했기 때문이다.

에반스는 “새로운 스타트업들은 자본이 많이 필요 없는 정보 거래와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에서 모든 실물(Entire Meal)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단지 어떤 차를 사야 할 것인지를 말해주는 것보다 차를 직접 만드는 것이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지만, 그것은 기회의 결과일 뿐이다(보상도 크다). 그들은 또 자동차를 사는 경험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혁신의 다음 단계는 블록체인, 가상통화, 그리고 인공지능(AI)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2003년의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이러한 도구들이 사용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응용 프로그램들과 방법들을 한꺼번에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기반 앱은 유통의 주요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도 기업 성장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기술기업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무슨 일인가 벌어져서 현재의 순환(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그들이 더 빨리 성장하는)을 깨기 바라는 많은 벤처 투자가들의 소망에 부응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아직까지는 ‘희망 사항’이라고 부르고 있다.

인공지능은 고객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방법을 만들어 낼 것이며 그것이 새로운 상업 모델을 창출할 것이다. 에반스는 자신의 슬라이드에서 의자 사진을 보여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떤 회사도 이 의자를 의자 그대로 인식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존의 기술은 의자를 비틀어진 숫자나 바코드로 인식하고 다른 고객들이 무엇을 샀는지를 근거로 비슷한 제품을 추천해 줄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친구들 중 누가 그 의자를 좋아했는지 보여주고 그들의 기호에 따라 소비자들을 프로파일로 분류할 수 있지요. 구글은 링크와 검색 표시줄에 입력하는 단어를 보고 여러 다른 웹사이트에서 비슷한 의자를 찾을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사물을 시각적으로(의자를 의자로) 인식하도록 가르칠 수 있게 되면, 소프트웨어는 그와 함께 수반되는 인간의 의도와 욕망의 영역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정교한 마케팅으로 상거래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컴퓨터가 사물을 인식하게 되면, 컴퓨터는 당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실제로 말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전에는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들의 답을 모두 알려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