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경우 1950년대에만 하더라도 생산인구 14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했지만 1985년에는 4.5명, 2015년는 2.5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출처= The Economic Transcrip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의학이 발달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인간의 평균 수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출산율 저하까지 맞물리면서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에, (UN의 구분에 따라) ‘고령화 사회’라고 정의되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 7%(7.9%, 377만명)를 돌파했고, 예상(2019년)보다 2년 빠른 2017년에 ‘고령 사회’로 정의되는 14%(14.2%, 711만 5천명)를 넘어섰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5년,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속도로 갈 경우 8년 후인 2025년에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로 진입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의 경우도 ‘고령화 사회’(1970년)에서 ‘고령 사회’(1994년)에 진입하는데 24년이 걸렸고, 2006년에 초고령 사회에 이르는데 다시 12년이 걸렸다.

출처= UN

단순한 노인 인구 증가가 아닌 산업 구조의 변화    

고령화 사회의 도래는 노인 개인의 문제이자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고령화 사회는 일반적으로 노인들이 전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집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로 이해되지만 그러나 단순히 노인의 수가 많다는 것에 의미가 있기보다는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사회 경제적인 구조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수반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고용, 문화, 산업구조 등이 새롭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고령자 취업의 사회적 측면

고령자 취업은 노인 개인의 경제적 자립, 역할 부여, 건강 유지, 생활 만족도 향상 및 가족관계 향상 등 개인적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측면에서의 중요성이 훨씬 크다.

첫째, 고령자 취업은 고령자 개인의 소득 보장뿐 아니라 사회의 노인부양비를 절감시킨다.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 전세계에 걸쳐 나타나는 출산률 저하로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를 가져와 서구 사회에서도 연금 급여와 의료비 증가는 가장 큰 사회 문제의 하나다. 노후의 생산적 생활은 연금재정 안정화와 노인 의료비의 사회적 부담을 덜어주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1950년대에만 하더라도 생산인구 14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했다. 1985년에는 4.5명, 2015년는 2.5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노인복지 프로그램 역시 높은 재정 부담으로 한계에 도달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일본이 노인 취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다.

둘째, 취업한 노인은 근로자로써 무엇인가를 생산해 내거나 혹은 어떤 기여를 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에 상당한 것을 제공해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조기 퇴직과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령 증가에 따라 업무능력지수가 반드시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인들을 취업 인력으로 활용하지 못해 노인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노인의 취업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시킴으로써 사회적 통합에 기여한다. 노인을 사회의 짐으로 보는 고정 관념을 깨고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세대 갈등뿐 아니라 사회의 양극화 갈등을 해소하고 연대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고령자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 고령자 취업 문제를 선진국들은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 고령자 취업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일본 포스터. 출처= 일본 노동후생성

일본   

일본은 대표적 고령 국가다. 따라서 일본은 고령자 고용 정책을 가장 강력히 펼쳐 나가고 있는 나라다. 일본의 동네 카페나 음식점에서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고령자 고용정책이 성공적으로 효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각종 노동정책이 효과적으로 개발돼 있기도 하지만 노동시장의 인력 부족으로 노인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아울러 일본은 노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고용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일본은 1986년 고령자 고용관련 법규들을 하나로 통합해 ‘고령자 고용 안정법’을 제정해 고령자 고용정책의 틀을 제공할 뿐 아니라 법적 근거로 삼고 있다.   

일본은 고령자의 재취업시에 지급하는 보조금 이외에도 다수의 고령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과 정년연장 또는 정년 후 계속 고용을 위하여 노력하는 기업에 대한 각종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주가 사업내 직업능력 개발계획에 따라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직업훈련 비용과 훈련기간 중 훈련생에게 지불한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근로자 능력개발 급부금, 정년퇴직 후의 재취업 등 직업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고령자가 노동성이 지정하는 교육훈련을 스스로 신청, 수료할 경우에 고용촉진 사업단이 소요비용의 일부를 해당 고령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고령 근로자 수강 장려금, 60 세를 초과한 근로자를 정년연장, 재고용제도, 근무연장제도 등을 도입하여 계속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제공하는 계속 고용제도 도입장려금, 60대 고령자를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는 사업주 및 고령자를 고용하기 위한 시설, 설비 등을 정비하려는 사업주에게 제공하는 고령자 다수고용장려금, 고령자에 알맞게 직장을 개선하는 사업주에게 필요한 자금을 융자해 주는 고령자 직장개선자금 융자제도, 공공 직업안정소가 소개한 고령자를 채용한 사업주에게는 1년간 임금의 일정비율에 상응하는 액수를 지급해 주는 특정구직자 고용개발 조성금, 정년 제도에 의해 60세 이상의 나이로 퇴직하게 되는 고령자가 재취업에 필요한 공공직업훈련을 받는 동안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주에게 지급해 주는 재취업 원조 촉진조성금 등 셀 수 없이 많다.

일본의 고령자 취업 정책 중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도 도입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퇴색한 현실에서 고령자의 장기고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연공 서열에 따른 임금 체계이다. 일본의 경우 1970년 중반 정년을 55세에서 60 세로 연장하면서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2013년부터 65세 현역 사회를 지향하며 정년을 65세로 늘리거나 정년 후 재고용 방식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실버인재센터는 1975년 실업 대책으로 설립된 고령자 사업단이 그 시초다. 60세 이상 건강하고 활동할 의사가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며 전국에 2000여개의 센터가 있다. 특히 한번 회원으로 가입하면 일회적인 취업 알선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자리가 제공된다. 또 시니어워크프로그램을 실시해 고령자의 직업능력도 키우면서 지역의 기업이나 공공기관, 지방정부로부터 일자리를 의뢰받는다.

▲ 1942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던 미국은 1965년에 미국 노인법(The Older American Act)를 제정해 노인층의 취업 증진을 모색해 왔다.    출처= US News & World Report

미국   

우리나라보다 60년 먼저인 1942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던 미국은 1965년에 미국 노인법(The Older American Act)를 제정해 노인층의 취업 증진을 모색해 왔다. 특히 이 법은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수행해야 하는 특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재정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또 각 주정부에 노인부(Department of Aging)를 설치해 이의 시행을 추진할 것도 명시했다. 이 법에 따라 고령자 지역사회 고용 프로그램(The Senior Service Employment Program, SCEP)이 각 주마다 운영되고 있는데, 2000년 부터는 고령자의 경제적 독립성을 강화하고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는 고용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변경되었다.

또 1967년 제정된 연령차별금지법(Age Discrimination in Employment Act)은 제정 당시 65세 이전의 강제 퇴직을 금지하도록 규정했으나 사회 경제적 변화에 따라 1978년에 70세 이하로, 1986년에는 특수 직종을 제외하고는 연령 제한 자체가 폐지돼 연령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직장에서 강제 퇴직시키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고령자 고용 정책은 소득 보장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사회참여 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 삶의 보람을 부여한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고령자와 불우한 노동자들을 위해 국가 주도로 지역사회에 훈련과 고용 기회를 제공하는 녹색손길 프로그램(Green Thumb Program), 지역 사회의 자원 사업에 고령자들을 참여시켜 그들의 숨겨진 재능과 경험을 이용하는 퇴직노인 자원봉사 프로그램(Retired Senior Volunteer Program, RSVP), 식품점, 음식점, 약국 등에서 관리 경험이 있는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중소기업의 상담과 지도를 하게 하는 퇴직자 경영인 프로그램(Retired Corps or Retired Executive, SCORE), 이 외에 노인 동반자 프로그램(Senior Companion Program), 고령자 지원 프로그램(Senior Aids Program) 등이 운영되고 있다.

유럽   

영국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5%가 넘는 대표적 고령 국가다. 현재 영국에서는 남자는 65세, 여자는 60세가 되면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본인이 원하면 남자는 70세, 여자는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할 수 있다.

영국의 대표적 고령자 취업 프로그램으로 노인복지공장(Old Worker Sheltered Workshop)이 있다. 노인들이 할 수 있는 노동 강도가 적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자는 제도로, 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을 받아 민간단체가 운영하기도 하고 민관 협동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140여개의 공장이 있으며 400여 종의 직종이 제공되고 있다.

뉴딜 50 플러스 정책(New Deal 50 Plus)으로 50세 이상으로 6개월 이상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고용한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1년간 고용 관련 면세, 훈련 비용 보조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 ‘제3세대 도전’(Third Age Challenge)이라는 민간 단체가 55세~74세 고령자의 취업을 위한 정보 제공, 교육 훈련, 취업 알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고령 노동자의 취업 욕구를 조사해 정부, 기업, 상업 단체들을 대상으로 고령자 취업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2013년 65세이상 인구비율이 21.1%에 달했던 독일은 노년층에 대한 정의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지닌 가치 있는 인간’이라는 인식변화를 통해 노년층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출처= TUC

사회 예산의 과중으로 국제 경쟁력이 하락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던 독일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사회보장에 대한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해 왔다. 이에 따라 사회보장 제도의 범위를 축소하고, 사회보험료의 비율에 기초하여 사회급여를 제공하는 성과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금 제도를 개혁하고, '근로조건법'(The Work Condition Act)을 제정해 고령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하고 있다.

또 다른 사회부조급여에 의해서 보호되지 못하는 고령자의 특수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급여로 65세 이상 고령자부터 자신에게 맞는 소일거리의 마련, 주거 부조, 사교와 오락 등 문화적 욕구에 따른 모임이나 시설 이용을 위한 부조, 친지와의 접촉을 위한 부조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65세이상 인구비율이 21.1%에 달했던 독일은 노년층에 대한 정의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지닌 가치 있는 인간’으로 재조명하고 이러한 인식변화를 통해 노년층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스웨덴은 저출산 대책이 따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노인 고용정책보다도 연금제도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높은 소득 보장성과 소득 재분배성이 특징인 스웨덴의 연금제도는 사회보험 방식과 사회수당 방식이 결합된 형태를 띤다.

네덜란드의 경우 OECD나 IMF 등 국제기구에 의해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3중 혹은 다층 노후보장제도를 갖춘 것으로 자주 언급되는 국가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