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뉴욕 주식시장에서 3대 주요지수는 19일(현지시각)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반도체 주 약세와 나스닥 주요 종목인 ‘FAANG’ 주가 하락장인 베어마켓에 들어서면서 일제히 내렸다.  시장전문가는 미중무역전쟁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지속해서 하락장 현상이 나타나고, 이는 결국 투자심리를 둔화시켜 경제성장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가 영국과 타결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와 관련한 이슈도 증시에 하방압력을 줬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56%(395.78포인트) 하락한 2만5017.44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에 비해 1.66%(45.54포인트) 내린  2690.73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3.03%(219.40포인트) 하락한 7028.48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11개 업종 중 9개가 하락세를 보였다. 기술(-3.79%), 재량소비재(-2.71%), 커뮤니케이션 서비스(-2.60%), 산업(-1.57%), 소재(-1.40%), 헬스(-1.27%), 필수소비재(-0.19%), 에너지(-0.10%), 금융(-0.03%)가 하락했다. 유틸리티(0.52%), 부동산(0.36%)은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미국 기술주의 대표 격인 ‘팡(FAANG)’주가 혼조세를 보였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회원 개인 정보 유출 등 신뢰도 하락에 5.72% 급락했다. 아마존 주가는 5.09% 하락했다. 애플은 전주에 반등했지만, 올해초 공개한 신제품 아이폰에 대한 생산 주문을 줄였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4.2% 내렸다. 넷플릭스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50일 이동평균선이 밑도는 현상인 ‘데드 크로스’를 나타내면서 5.45% 하락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는 3.82% 내렸다.

중국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Micron) 등 세 기업이 반도체와 관련 반독점 행태에 대한 상당한 증거를 확보 이를 조사를 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반도체 관련 주는 급락했다. 엔비디아(Nvidia)는 12.00% 폭락했다. AMD는 7.50% 하락했다. 마이크론(Micron)은 6.62% 하락했다.

자동차 제조기업 GM의 주가는 0.20% 하락했다. 수출에 영향을 크게 받는 보잉은 4.47% 하락했고 캐터필러는 3.06% 하락했다. 카를로스 곤 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체포됐다고 보도된 후 닛산 자동차(Nissan Motor)와 르노(Nenault)는 각각 일본, 프랑스 증시에서 0.4%, 8.43% 하락했다.

은행주인 JP모건체이스 0.76% 상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은 각각 0.47%, 0.51% 하락했다. 보험회사인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merican International Group, AIG)는 0.84% 상승했다.

스위스계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Novartis)는 0.43% 하락했다. 희귀병인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에 대한 고가 치료제 ‘솔리리스’를 판매하는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알렉시온 파마슈티컬스(Alexion Pharmaceuticals)의 주가는 3.00% 내렸다.

글로벌 제약사 중 하나인 화이자(Pfizer) 주가는 1.54% 상승했다. 마리화나 치료제 관련 기업인 오로라캐너비스(AuroraCannabis)는 4.41% 내렸다. 틸레이(Tilray)는 3.36% 상승했다.

주말 사이에 보도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관련한 소식과 중국의 반도체 업종 압박, 영국 정치 불안이 이날 시장 하락을 이끌었다.

파푸아뉴기니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18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통상 무제와 남중국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등에 대해 치열하게 부딪쳤다.

시진핑 주석은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분명하게 반대하는 깃발을 들어야 한다”면서 “한 나라가 어떤 발전의 길을 걸어갈 것인지는 그 나라 국민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제조2025 등 중국식 발전계획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면서 “육·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는 개방과 협력 플랫폼이며, 지연이나 정치적 목적이 없고, 누구를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으며, 폐쇄적인 소집단도 아니고, 남들이 말하는 ‘함정’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에 이어 펜스 부통령은 “중국이 수년 동안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미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앞으로 그 규모를 두 배로 늘릴 수도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으로 파트너 국가들을 ‘부채의 바다’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시진핑 주석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중국 무역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APEC 폐막식 공동성명문은 “우리는 모든 불공정한 무역관행 등을 포함해 보호무역주의와 싸우는 데 동의했다(We agreed to fight protectionism including all unfair trade practices)”라는 문장을 포함해 발표하고자 했다. 그러나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관행’은 중국을 지칭하는 것이라며 이를 제외하기를 원하고, 나머지 20개국은 이를 넣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공동성명문은 내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반도체 메모리 3사를 겨냥한 독과점 조사에 나서고 있다. 한 중국 관리는 “반도체 조사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가격 담합을 입증할 자료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 반독점 당국은 약 6개월 동안 3사의 PC, 모바일, 서버용 반도체 제품 자료와 가격 변동 추이, 고객사들과의 계약 내용 등의 자료를 수집·분석해왔다.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를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도 투자자들은 주시하고 있다. 협정 초안이 영국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금융시장에 파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U는 브렉시트 방식과 조건에 관한 합의문을 추인하면서 추가 협상은 없다고 영국의 수용을 촉구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는 부진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에 따르면 건설업계 경기신뢰를 반영하는 11월 주택시장지수는 60을 기록해 전월 68에서 대폭하락했다. 이 지수는 4년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지면서 2년래 최저치로 낮아졌다.

시장전문가는 반도체 종목과 관련, 연말로 갈수록 기술주의 하락세를 더 보게 될 것이라면서 하락한 주식들이 더 많은 매도압박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는 주택 지표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면서 금리 인상과 신규 주택 수요 둔화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