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글로벌 시장이 위험을 알리는 미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세계 증시와 유가의 변동성 확대되고 있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지난 1980년 1, 2차 오일쇼크 이후 소련의 붕괴 과정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패권 전쟁으로 해석되는 만큼 통화, 유가 등의 흐름도 중요하다. 다만, 중국의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 제안에 미 하이일드채권 시장은 한숨 돌린 것으로 관측된다.

원유는 세계 경제를 지배하기 위한 3대 패권(에너지, 통화, 군사) 중 하나로 지목된다. 그 중요성이 부각된 시기는 지난 1970~1980년대 1차, 2차 오일쇼크를 겪고 난 이후다. 이전까지는 에너지 안보 문제와 직접 연관되기보다 선진국이 신생독립 국가에 대한 영향력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오일쇼크 발발로 미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극심한 물가상승에 금리는 20%대까지 올랐다. 당시 레이건 정부는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소득세율을 낮췄다. 물가를 잡는 동시에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중요한 변화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 정책이다. 외교 문제에 있어서 원유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뒀다.

1차 오일쇼크 직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그들의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해 수출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 대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존재를 인정했다.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기축통화 달러가 모습을 드러낸 배경이다.

이후 미국은 냉전시대를 종식 시킨다. 우선 달러 유동성 축소로 소련의 무역 상대국을 무너뜨렸다. 당시 소련은 석유 수출 강국이었다. 미국은 유가를 움직일 힘은 없었다. 그러나 사우디에 석유 매입을 제안했고 양국의 공조 하에 유가가 하락했다. 소련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이 세계화를 추진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원유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2020년까지 500~60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반면, 수요는 2000만 배럴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존립마저 위협할 수 있는 전망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대한 미국’에서 그 기조를 바꾼 것이다. 그 일환으로 2001년 중국의 국제무역기구(WTO) 가입을 허용한다. 2003년에는 이라크 전쟁을 통해 중동 정세에 관여해 에너지 안보에 더욱 힘썼다.

2000년대 들어 자유무역협정(FTA)가 활발히 추진됐고 이 과정에서 중국은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미국은 과거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수많은 대외정책을 번복했다. 미중 무역갈등도 이러한 ‘번복’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미국에 불리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40년 전과 다른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과거 소련과의 냉전체제를 끝내기 위한 시발점이었다면 현재도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에 신흥국 시장 변동성 확대는 물론 실물경제마저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자국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그간 뉴욕증시를 주도한 IT주의 하락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기 둔화다. 이는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소비가 감소해야 가능하다. ‘위대한 미국’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결국 선택지는 여타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최근 미국에 제출한 무역전쟁 타협안에 미국산 천연가스를 대거 수입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지난 18일 보도했다.

현재 중국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입장에선 달콤한 제안이다.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40년전과 달라진 것이라면 에너지의 ‘종류’다. 이미 독일과 일본은 미국산 천연가스를 늘리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미국이 일일 원유생산량 1100만배럴를 돌파하면서 최대 생산국이 됐다”며 “천연가스에서도 지배력을 늘리면 에너지 안보 정책에 일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장금리 하락에도 거품이 상당한 미국 하이일드채권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미국도 추가 금리인상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 미국채 10년물과 하이일드 스프레드 추이 [출처:FRED]

미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지난 15일 4%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2017년 4월 이후 최고치다. 특이점은 경기둔화 우려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하락한 반면, 하이일드채권 금리(채권가격 하락)가 상승한 것이다.

하이일드채권 금리는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버블 우려가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 글로벌 증시와 원유 시장 등 대외 변수에 민감한 시장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유독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 개편이 있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들도 더 많은 부채 관리가 가능해진 탓이다. 천연가스 딜(deal)로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 운용역은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 제안은 시장 위험지표의 마지막 보루였던 하이일드 스프레드의 급격한 확대는 제한될 수 있다”면서도 “이를 위험자산 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버블이 해소됐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