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규모에 버금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증가율에 비해 소득증가율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체 가계부채 중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금리인상 등 국내외의 경제시장 변화로 제2금융권의 수익성 하락 등도 예상된다. 이에 채무상환 능력과 손실흡수 여력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 주요국 GDP대비 가계대출 비율. 출처=kif

19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2015년 2분기 이후로 은행권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통상 제2금융권은 신용도와 소득이 낮아 은행권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을 대상으로 주로 자금을 공급한다. 이에 가계대출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94.8%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경제규모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BIS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는 94.8%다. BIS에 가계부채를 보고하는 43개국 중 7위다. 43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평균은 57.4%, 선진국 평균은 76.1%다. 특히, 신흥시장국가 평균 39.8%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주요국보다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향후 금리가 인상되거나 소득수준이 저하될 경우 큰 위기에 봉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 경제성장률과 가계소득 증가율 추이. 출처=kif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OECD국가의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OECD국가들은 소득과 가계부채의 증가율이 비슷한 수준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의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는 주로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취급유인 증대, 부동산시장의 호조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급증, 가계의 소득 부진에 따른 신용대출 의 증가 등이 꼽힌다.

▲ 금융권별 가계대출 비율. 출처=kif

한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에 비해 소득증가율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자산 대비 부채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따라서 금융권의 생계형 신용대출 즉, 기타대출이 많이 늘어났다. 이는 결국 가계부채를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2분기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은 411조2000억원으로 금융위기가 본격 발생하기 직전인 2007년 4분기에 비해 약 101.5%로 증가했다. 박 실장은 “은행권에 비해 금리가 높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이 급증했다는 것은 그만큼 생계형 대출자가 많다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의 채무상환 어려움이 가중될 경우, 금융시스템의 잠재 위험을 증대시킬 가능성도 있으므로 정책적 대응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금융권별 가계대출 구성비. 출처=kif

제2금융, 전체 가계대출의 51.6% 차지

금융권별 가계대출을 살펴보면 올해 2분기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681조7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48.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2금융권으로 분류될 수 있는 비은행예금취급기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을 합한 규모는 예금은행보다 46조5000억원 많은 728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의 51.6%에 이르는 비중이다. 가계대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기 시작한 2015년 3분기부터 국내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제2금융권이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가계대출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014년에 LTV와 DTI 규제가 완화되고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은행권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다시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은행권보다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대출수요가 은행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이른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금융기관별로 살펴보면 올 2분기 상호금융기관이 183조8000억원, 기타금융중개회사와 보험회사가 각각 164조7000억원, 116조5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금융기관에서 증권회사, 자산유동화회사와 대부사업자 등으로 구성된 기타금융중개회사의 비중은 40%를 웃돌고 있다. 기타금융중개회사에는 대부사업자도 포함돼 있다.

이에 박태준 실장은 “향후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 급증에 대부사업자의 가계대출 증가분도 일정부문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만약 대부사업자의 가계대출이 늘어나면서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이 급증했다면, 제도권의 대출이 어려운 한계차주들이 그만큼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의 질적인 측면이 많이 저하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비은행예금취급기관별 가계대출 추이. 출처=kif

취약차주 가계대출 중 제2금융권 65.5%, 재무상환 능력 점검해야

가계대출이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기 시작한 2015년 3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살펴보면, 저축은행의 증가세가 돋보인다.

최근 2년간 분기 평균 증가율은 저축은행(31.7%)과 기타금융중개회사(24.0%)가 가장 높았다. 박 실장은 “이들의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율보다 높은 증가세를 시현하고 있다”면서 “최근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에 상당부문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가계부채가 몇 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특히, 소득의 증가폭을 크게 웃돌면서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을 포함한 제 2금융권에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제2금융권은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은 신용도와 소득이 낮은 취약차주에 대한 가계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취약차주의 대출규모는 올 2분기 8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2조4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6%로, 올 2분기에는 비취약차주 대출규모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이 중 제2금융 이용자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 취약차주 가계대출 중 제2금융권의 비중은 65.5%다. 제2금융권의 금융기관별로 취약차주 대출비중은 상호금융, 여신금융회사,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저축은행 고금리 가계대출 비율. 출처=kif

특히 대부계열 저축은행을 포함한 상위 7개사의 고금리대출 잔액비중이 70% 이상으로 평균보다 7.5%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일부 저축은행들이 중신용자의 신용도와 위험수준에 대한 고려 없이 고금리를 부과하면서 고금리대출 잔액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국내 금리가 상승으로 전환될 경우 저축은행에서 고금리대출을 받은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은 크게 확대될 소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금리가 몇 차례 인상되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차주의 채무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리금상환과 이자로 생계에 지장을 받는 가구가 약 70%로, 이들 가구는 실제로 소비지출이나 저축, 투자 등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소득 증가율이 부채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국내 금리마저 인상될 경우 취약차주의 채무상환어려움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은 신용도와 소득이 낮은 취약차주에 대한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을 포함한 제2금융권에서 증폭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금리상승 등 위기 시 손실흡수 여력도

제2금융권의 손실흡수 여력은 현재 양호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의 악화 등으로 여신부문별 연체율 동향 파악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제2금융권의 건전성은 현재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향후 영업환경 변화에 따른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체금리 산정체계 개편이나, 법정최고금리 인하, 비은행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등 제2금융권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제2금융권의 연체율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도 가계부채 위기의 선행지표가 아니고 위기발생시 변동성도 큰 지표이기 때문에 이의 해석에 주의를 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의 연체율 개선은 대출 잔액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이 시기의 연체율 하락은 가계대출의 건전성이 개선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 취약차주 대출 규모와 비중. 출처=kif

상대적으로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는 금리상승 시 한계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건전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또 법정 최고금리 인하(27.9% → 24%)로 제2금융권의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수신기능이 없는 여신전문회사의 경우 자금조달을 채권발행, 차입 등에 의존하고 있어 조달비용 상승 부담도 가중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박연구원은 “제2금융권은 금리 상승 등 거시경제적 요인에 대비해 고위험 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예금보험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시스템에 불안정성을 일으킬 수 있는 제2금융권 특히, 부보금융 기관의 부실화 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을 조기에 파악,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은행과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의 결과나 상호연계성 분석 등을 적극 공유하고, 위기 발생 시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공동대응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