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카메라 업체 소니에 비상이 걸렸다. 전통 카메라 업체인 캐논과 니콘이 첫 풀프레임 카메라 출시를 통해 독주를 이어가던 소니에게 심각한 존재감을 보여준 탓이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약 5년째 사실상 소니의 독점 시장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일본 카메라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니콘과 캐논이 연이어 첫 풀프레임 카메라의 판매를 시작한 직후 소니의 점유율을 30% 넘게 파고 들었기 때문. 새로운 35mm 센서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소니의 고전이 전망된다는 평이 나온다.

▲ 캐논 EOS R. 출처=캐논

일본 풀프레임 미러리스 점유율 캐논 22.1%, 니콘 10.4% 차지… 소니 99.5%→67%

20일 일본 시장조사업체 BCN에 따르면 10월 일본 내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 점유율에서 캐논이 22.1%, 니콘은 10.4%를 기록했다. 캐논의 점유율은 신제품 EOS R의 판매분이며 니콘은 Z7의 판매로 거둔 성적이다. 캐논과 니콘의 점유율을 합치면 32.5%로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으로의 진출과 동시에 전체 파이의 3분의1 가량을 소니에게서 가져왔다.

반면 소니는 3달 사이 점유율이 99.5%에서 크게 줄어든 67%를 기록했다. 만약 캐논과 니콘의 신제품 판매 기세가 지속된다면 올해가 가기전 소니는 전체 점유율의 절반을 내어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 일본 풀프레임 미러리스 판매 점유율. 파랑색은 소니, 빨간색은 캐논, 녹색은 니콘. 출처=BCN

이 데이터는 일본의 대형가전제품매장과 온라인 쇼핑몰 POS(판매시점정보관리)에 기반해 집계됐다.

캐논과 니콘의 경쟁에서는 캐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EOS R은 출시 한달만에 22.1%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일본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에서 회사의 점유율은 여전히 소니가 절반 이상을 기록하지만 개별 제품으로 비교하면 EOS 의 판매 점유율은 소니의 알파7 III(17.1%)보다 앞섰다.

니콘은 이달 말 또 하나의 라인업인 Z6를 추가로 선보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점유율 확장 가능성이 열려있다.

국내에서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예상된다. 캐논에 따르면 지난 9월 시작한 EOS R의 국내 예약 판매는 10월 초 모두 완판됐고 그 이후에도 순조로운 판매 추세를 보이고 있다. 캐논 관계자는 “카메라의 바디 자체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스펙은 아니지만 캐논이 생산하는 고급 렌즈에 대한 사용자들의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니콘도 국내에서 Z7의 순조로운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일본과 마찬가지로 Z6가 출시될 예정이다. 니콘 측은 Z시리즈의 새로운 마운트의 직경이 타사보다 대구경인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대구경 마운트를 채택하면 더 좋은 성능의 렌즈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니콘은 내년 조리개 밝기 0.95의 렌즈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밝은 렌즈는 출시되지 않았다.

소니는 긍정적인 요소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니콘과 캐논 같은 대형 카메라 업체가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에 들어오며 시장 규모의 확대 효과가 일어나는 건 소니도 바라는 바 라는 설명이다.

소니 측은 “우리는 2013년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한 이후 이 시장에서 겪어야할 과정을 미리 겪었다”면서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이 분명히 있고 제품의 완성도도 높다. 타사와의 경쟁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소니는 자사의 제품에 자신감을 갖는 모습이지만 점유율 하락세를 보면 위기의식을 갖지 않기는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 일본 10월 풀프레임 미러리스 기종별 시장 점유율. 출처=BCN

소니, 니콘, 캐논 삼파전

풀프레임 미러리스 제품 라인업은 소니가 여전히 우세하다. 소니는 5년전부터 풀프레임 미러리스 영역을 개척했으며 알파7, 알파7R, 알파9 등 세분화된 라인업과 시리즈를 가지고 있다. 현재 캐논은 EOS R 하나, 니콘은 Z6와 Z7 총 두 모델을 발표했다.

다만 니콘과 캐논은 이미 다양한 DSLR 모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으로 선보인 카메라 이후에도 다양한 가격대의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는 자사의 E마운트 렌즈 라인업을 40종 이상 보유하고 있다. 내년에는 60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캐논은 EOS R을 내놓으며 새로운 마운트의 렌즈 4종을 발표했고 니콘은 렌즈 3종을 발표했다. 대신 양사 모두 기존의 DSLR 마운트에 사용하는 렌즈와 호환할 수 있도록 별도의 어댑터를 함께 내놓았다. 미러리스 전용 렌즈 수는 소니가 선택의 폭이 훨씬 넓지만 캐논과 니콘은 어댑터를 이용해 기존 DSLR 마운트 렌즈를 호환해 사용할 수 있다.

마운트 직경은 니콘과 캐논이 소니보다 좀더 크다. 양사는 풀프레임 미러리스에 새로운 마운트 시스템을 탑재했다. 니콘의 Z마운트는 기존 DSLR보다 넓은 직경인 55mm로 타사 대비 가장 넓다. 캐논의 RF마운트는 기존과 같은 54mm다. 소니는 직경 46mm의 E마운트를 사용한다. 마운트 직경이 넓다고 더 좋은 사진이 나온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직경이 넓어지면 좀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렌즈를 개발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평이 나온다.

▲ 니콘 Z7. 출처=니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더 다양해진다

카메라 업체의 양대산맥인 캐논과 니콘 이후에도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출시를 준비하는 업체는 더 있다. 파나소닉은 지난 9월 라이카의 L마운트(직경 51.6mm)를 탑재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S1과 S1R을 공개했다.

캐논, 니콘의 참여에 이어 파나소닉, 시그마 등의 카메라 업체들이 내년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던 렌즈 교환식 카메라 시장이 이 같은 열기로 인해 활기를 되찾을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본의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2년을 정점으로 전 세계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출하량은 계속 감소했다. 2012년 출하량은 2015만대를 기록한 반면 지난해 출하량은 그 절반 수준인 1168만대다.

그러나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달랐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출하량은 5년 전인 396만대와 비교해 지난해 408만대를 기록하며 오히려 소폭 올랐다.

CIPA는 올해 3분기까지 미러리스 카메라의 생산량이 전년 동기보다 22.5%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DSLR 카메라 생산량은 4.7% 하락했고, 렌즈일체형 카메라는 29.2% 줄었다.

DSLR 카메라만을 고집하던 캐논과 니콘이 미러리스 시장으로의 본격 진출 행보를 보이자 카메라 사용자들도 변화에 반응하고 눈길을 주고 있다. V로그, 유튜브 등 1인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이 많아진 점도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 촉진에 한 몫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