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익 작가는 그리기를 접고 2000년대 초부터 만들기에 집중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가 만든 작품의 이름은 한결같이 지물(紙物, The Paper Things)이다. 지물이라는 이름아래 수많은 다른 지물들이 그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전환의 시작은 어릴 적 빛과 바람의 기억을 소환하는 한지였지만, 이제는 한지에 머무르지 않고 신문지, 잡지, 판화지 등 다양한 종이들의 숨은 내면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종이와 상반된 특징을 가진 오브제(고무)를 작업에 더하여 종이의 물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주된 관심은 종이다. 오랜 회화 작업을 버리고 그가 새로이 만난 종이와의 동행은 과연 어떤 발자취를 남기고 있을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들이 한 사람의 작가와 만났을 때 일어나는 신비한 현상을 우리는 송광익 작가의 작업을 통해 만난다.

 

즉 지물은 하나의 사물과 한 인간의 만남, 그리고 그 깊이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사상가 마르틴 부버는 인간의 태도가 ‘나와 너(Ich-Du)’ 혹은 ‘나와 그것(Ich-Es)’, 두 가지 관계로만 세계와 대면하며, 참된 삶을 찾는 방법은 ‘나와 그것’의 관계가 아닌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송광익 작가는 비록 종이가 하나의 사물이지만 ‘나와 그것’의 관계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라는 관계로 만난다. 작가는 하나의 작업에서 지물이 전하는 다양한 성질,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억한다. 그리고 그렇게 수집되고 축적된 경험은 다음 작업에서 또 다른 물성과 정서를 지닌 지물로 탄생한다.

종이가 가진 수많은 얼굴들을 호기심과 예민한 감각으로 잡아내어 또 다른 종이의 얼굴로 끊임없이 구현한다. 작가와 종이는 서로 자기 자신을 그리고 상대방을 알고 느낀다. 또한 작가( 서양화가 송광익,송광익 작가,송광익 화백,한지작가 송광익,KOREA PAPER,宋光翼,지물(紙物),SONG KWANG IK,ARTIST SONG KWANG IK,ソン・グァンイック)는 설레는 마음으로 종이와 끊임없이 현재적으로 만난다. 그리고 이 ‘나와 너’의 만남은 한계를 모르는 다양한 형태의 지물(紙物)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글=하윤주/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