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십년 만에 최악의 구인난을 겪고 있는 고용 시장에서, 고용주들이 한 번의 전화 인터뷰만으로 후보자를 직접 보지도 않고 고용을 결정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출처= Grammarl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올해 22세의 자마리 파월은 지난 9월, 오레곤주 포트랜드 외곽에 있는 메이시스 백화점에 지원했다. 그가 온라인 입사 지원서를 제출한 지 12시간도 안돼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회사가 곧 전화할 테니 전화를 받으십시요.”

곧바로 회사로부터 전화가 왔고 약 25분 간의 인터뷰를 한 후, 시간당 12달러 25센트의 급여를 제공하는 정규 판매직을 제안받았다.

"좀 이상했어요, 진짜인지 의심스러웠지요. 마치 피싱 사기인 것 같았습니다.”

1969년 이래 가장 힘든 구인난을 겪고 있는 고용 시장에서, 근로자들을 유치하려고 애쓰는 고용주들이 한 번의 전화 인터뷰 후에, 후보자를 직접 보지도 않고 고용을 결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들의 이런 고용 행위는 지금까지 소매업의 계절 일자리에서 가장 흔히 보여 왔지만 이제 엔지니어, IT 전문가, 교사 등과 같이 수요가 많은 화이트 칼라 일자리까지 확대되고 있다.

메이시스 백화점 관계자는 "우리는 지원자들에게 빠르고 쉬운 채용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며 "실제 대면 면접도 여전히 하고 있지만, 빈자리가 생기면 신속하게 채워야 하는 매장 내 직책은 전화 인터뷰 채용을 하고 있고,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애슬리 쥬락은 배스앤바디워크스(Bath & Body Works)라는 회사에 전화 면접으로만 채용되었다.  출처= Ashley Jurak

텍사스 와코(Waco)에 있는 베일러 대학교(Baylor University)에 다니는 19세의 애슬리 쥬락은 휴일과 주말 고정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고향인 댈러스에서 차로 90분 걸리는 배스앤바디웍스(Bath & Body Works)의 매장을 방문해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회사의 고용 담당자는 그녀에게 전화 면접으로만 고용을 결정했다.

그녀가 매장으로 첫 출근하는 날, 온라인으로만 그녀를 봤던 매장 매니저는 "사진과 꼭 같군요.”라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센트럴 대학교(North Carolina Central University)에서 호텔관광학을 전공한 타미아 하우즈는 30분간의 전화 면접을 한 후 급식 회사에 취직했다. 회사측은 바쁜 가을 결혼 시즌을 대비해 직원들을 충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이 제시한 시간당 13 달러와 팁을 더하면 지역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녀의 현재 월급보다 좋은 조건이었다.

전화 인터뷰만으로 채용된 하우즈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내가 진짜 채용된 것인지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Reddit)의 보잉사 전용 포럼에는 전화 인터뷰 만으로 보잉의 신입사원에 채용된 얘기들이 많이 올라 있다. 보잉 채용 담당자들은 회사가, 특히 채우기 힘든 기술직과 엔지니어링 직 같이 채우기 힘든 직책은 직접 보지 않고 전화 인터뷰만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보잉사 대변인은 "매년 1 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지원한다. 우리는 후보 평가에서 가장 최근에 유행하는 방법(전화 면접)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클라호마 툴사(Tulsa)의 초등학교 영어 교사인 조디 딘은 학교 교장과 전화 인터뷰를 하고 며칠 뒤 취업 제의를 받았다. 인디애나주 포트웨인(Fort Wayne)에서 마케팅 컨설턴트로 일하던 딘은 종종 대리 교사로 일해 왔다.

직접 보지도 않고 고용됐지만 조디는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컨설턴트로서 ‘전혀 만난 적이 없는’사람들과 전화로 일하면서 관계를 잘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21세기 스타일 아닌가요?”

오클라호마가 심각한 교사 부족에 직면하면서 툴사의 공립학교들이 ‘틀을 벗어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엠마 가렛 넬슨 시 대변인은 말했다. 조디가 주 당국으로부터 받은 임시 교사 자격증은 내년 5월까지 유효하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9월 말 현재, 미국에 실업자 수보다 구인자 수가 100만 명 더 많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49년 이래 최저인 3.7%다.

인디애나폴리스(Indianapolis)에 있는 구인구직 회사 iRiS 리쿠루팅 솔루션(iRiS Recruiting Solutions)의 톰 써를로는 한 고객사가 지난 8월, 자신의 사이트에 게재된 지원자 목록에서 전화 한통으로 시스템 엔지니어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이 지원자는 흔치 않은 소프트웨어 관련 경험이 있었으며,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는 그 고객사는 중요한 직원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신속하게 채용을 결정하는 사례를 많이 봤지만 지원자를 보지도 않고 고용을 결정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전화 면접만으로 메이시스 백화점에 채용된 코릴린의 트위터
샤워를 하고 있는데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전화가 와서 전화 인터뷰를 했지요. 머리에 샴푸질을 하면서 취업이 확정됐답니다.

미국의 대형 약국체인 CVS 헬스(CVS Health)도 물류 센터 직원들을 상대로, 첫 출근하는 날까지 직접 사람을 보지 않고 채용하는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채용 담당자들은 ‘가상 업무 테스트’와 온라인 평가에서의 지원자의 성과를 바탕으로 채용을 결정한다.

CVS 헬스의 제프리 래키 인재양성 담당 부사장은 “출납원이나 본사 직원을 채용할 경우에는 여전히 대면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그 외의 업무에 대해서는, 같은 지원자가 다른 곳의 일자리도 동시에 알아보고 있으므로, 자격을 갖춘 지원자를 고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대로 일할 줄 아는 채용 담당자는 시간이 모든 거래를 망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애틀랜타에 사는 18세의 말리크 브루스는 지난 8월, 비행기 기내식 공급회사인 게이트 고메(Gate Gourmet)에 지원했다. 회사는 그에게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놀랍게도 전화를 건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브루스는 자신의 소개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는 자동 시스템의 질문에 자신의 대답을 녹음해야 했다.

"매우 혼란스러웠지요. 로봇과 대화하는 게 쉽지 않더군요.”

나중에 대면 면접 요청을 받고 면접장에 도착하니, 그곳에 온 사람들은 이미 채용이 확정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면접장에 온 것은 경력 확인과 약물 검사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돌아보았지요. 이것이 진짜 면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전화 면접에는 단점도 있다. 전화 인터뷰로는 지원자가 동료나 고객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나중에 실제 회사로 나온 사람이 전화 통화를 했던 사람인지 확인할 수도 없다.”고 아틀란타시의 크리스틴 밀러 채용 담당 국장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