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솔로 사회> 아라카와 가즈히사 지음, 조승미 옮김, 마일스톤 펴냄.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성인 남녀의 ‘의무’다. 일가친척은 물론 초면의 어르신도 미혼의 청년들을 보면 “쯧쯧, 결혼해야 어른이 되지”라고 잔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이런 장면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결혼 안 하면 고독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등 직장 내 미혼자들에게 언어로, 집단따돌림으로 가해지는 ‘독신 괴롭힘’(Single Harassment)은 사회문제가 될 정도다.

정부 차원에서도 결혼·출산기피 현상으로 인구가 급감하는 ‘인구절벽’을 우려하고 있다. 인구절벽이 경제와 국가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라고 여긴다. 특히 정부는 미혼 증가와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개인 가치관이 아닌 사회구조 탓으로 판단하여 저리대출·임대주택 제공 등 혼인장려책과 동시에 분유·기저귀 값 지원과 보육시설 확충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책은 각종 통계를 통해 결혼을 둘러싼 공고한 기존 인식에 일격을 가한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솔로사회로 달려간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50세 일본인 가운데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비율, 즉 생애미혼율은 5% 미만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가파르게 높아졌다. 2015년에는 생애미혼율이 남성 23.4%, 여성 14.1%였다. 2035년에는 더 높아져 남성 28.9%, 여성 19.1%에 달할 전망이다. 남성의 4명 중 1명 이상, 여성의 5명 중 1명이 결혼하지 않고 산다는 것이다. 미혼·이혼·사별을 합할 경우 독신자 비율은 2035년 15세 이상 일본인의 48%에 육박할 전망이다. 대략 일본인 4800만명이 솔로가 된다는 얘기다.

생애미혼율 증가는 경제적 기반의 지속성·안정성이 사라졌고 남녀고용기회균등법(1986년) 시행으로 일하는 여성이 대폭 증가한 때문이다. 여성이 경제적 자립을 이루면서 이혼·출산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했다. 무엇보다 이혼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낮아졌다. 결혼해도 이혼할 수 있다는 비율이 1979년 20%대에서 1997년에는 54.2%로 급등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과반을 훌쩍 넘어선다.

결혼하고도 자녀를 낳지 않는 ‘생애무자녀’ 비율도 1950년생 기혼여성에서는 4.8%에 그친 반면 1990년생 기혼여성에서는 13.8%나 됐다. 거의 3배나 늘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여성이 결혼만 하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기저귀·분유값 지원·보육시설 확충으로 출산율 저하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자신감에는 재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저자는 여러 통계를 통해 “결혼이 필연적이던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비혼과 무자녀인 솔로로 살아가기를 능동적으로 택한 사람들의 사회, 솔로사회가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잣대로 비혼(非婚)을 매도하고 문제시할 것이 아니라 눈 앞에 다가온 솔로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변화를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바람직한 솔로사회는 개개인이 고립이 아니라 자립하면서 개인 간에 서로 연결된 사회다. 이를 위해 기존 공동체뿐 아니라 새로운 커뮤니티를 찾아 관계성과 연결성을 구축하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태도와 자립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2016년 4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유명한 호세 무히카 前 우루과이 대통령은 일본도쿄외국어대학 강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여러분, 인생길을 혼자 걷지 마세요. 꼭 가족을 가지세요. 단순히 ‘피로 연결된’ 가족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사고방식으로 연결된 가족을 말합니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가족입니다.”

책 한 켠에는 가족 중심 소비와는 확연히 다른 솔로들의 소비행태를 분석하고 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각각 다른 품목을 사는 신축성 있는 ‘메리하리’ 소비,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가치나 체험에는 1엔과 1초도 아까워하지만 가치를 인정한 것에는 돈이나 시간을 아낌없이 쓰는 ‘에모이’ 소비 등이 소개된다. 저자는 전반적으로 솔로사회의 소비관은 소비를 통해 인정욕구, 성취감 등 정신적 가치를 얻으려는 것으로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