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차세대 기술 도구들은 기존 광고, 미디어, 금융 산업들이 향후 필요로 하는 기술이다. 기술 산업과 기존 산업의 시너지가 극대화되면서 뉴욕이 복합 산업의 메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TripAdviso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2013년 여름, 당시 뉴욕 시장이었던 마이클 블룸버그는 기자 회견을 통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회사 스포티파이(Spotify)가 뉴욕에 사무실을 열고 이듬해까지 10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고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스웨덴에서 설립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 파이사가 뉴욕에 사무실을 낸 것은, 기술 기업들이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최고의 도시로 뉴욕을 선택하도록 만든 자신의 노력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5년이 지난 후 뉴욕은, 스포티파이 유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두 개의 랜드마크 기술기업 유치를 목전에 두며 실리콘밸리와의 정면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애플이 이미 뉴욕을 비즈니스 거점으로 삼은 데 이어 아마존과 구글이 뉴욕에서 수 천명의 인력을 고용하는 대규모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주, 아마존이 제2본사를 두 개의 도시로 분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 한 곳이 뉴욕 퀸즈(Queens)의 롱아일랜드시티(Long Island City)라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원래 제2본사 프로젝트에 5만명의 고임금 일자리를 약속했지만, 숫자가 반으로 줄어들더라도 뉴욕에 2만 5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한편 구글도 맨해튼의 웨스트 빌리지(West Village) 지역에 대규모 사무실을 마련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구글의 이번 확장 계획에 따라 뉴욕에서 8500명 이상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과 구글이 지금까지 이에 대해 확정 발표를 한 것은 아니지만, 뉴욕 기술 산업은 지난 주 전해진 이 두 소식이 기술 산업 분야에서 뉴욕이 여타 도시보다 우위적이라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며 크게 환호했다.  

뉴욕에서 유니언스퀘어벤처(Union Square Venture)를 운영하고 있는 저명한 벤처 자본가 프레드 윌슨은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뉴욕 기술 산업의 발전을 맨 앞에서 지켜봐 왔다. 뉴욕의 기술 산업은 작은 물줄기로 시작해 시냇물이 되고, 그 다음에 강이 되었다. 이제는 바다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뉴욕 기술 리더들의 비영리 네트워크인 테크:NYC(Tech:NYC)의 쥴리 사무엘스 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소식은 오래 동안 뉴욕의 기술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이 마침내 열매를 맺게 된 것”이라며 “뉴욕은 이제 국제적인 기술 허브 도시”라고 반겼다.

사실 이들의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뉴욕은 그동안 사이버 보안이나 가상 현실 연구소,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와 뉴욕 대학교(New York University)의 새 기술 캠퍼스 등, 시 당국의 투자를 포함해 기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민관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 왔다. 이와 더불어 전자상거래 사이트 엣시(Etsy), 디지털 지적재산권 관리 회사 옉스트(Yext),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몽고DB(MongoDB) 같은 뉴욕 토박이 회사들이 성장해 주식 시장에 상장되었고,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결합한 마이크로블로그 플랫폼 텀블러(Tumblr)가 10억 달러에 인수되면서 뉴욕 회사가 되었고 위워크(WeWork)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뉴욕주 감사관이 지난 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뉴욕시 기술 산업은 12만 86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새 기록을 세웠다.

이와 같이 뉴욕 기술 산업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아마존과 구글이 뉴욕에 입성하면 이들 두 회사의 향후 몇 년 동안의 기술 인력 고용 규모를 감안할 때, 사무엘스 소장의 우려대로 뉴욕 기술 인재 공급에 ‘단기간의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빅 테크에 대해 뉴욕이 진정한 강자임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뉴욕은 기술 산업뿐 아니라 광고, 미디어 및 금융의 허브이기도 하고, 그것이 기술 산업이 뉴욕으로 몰려오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사무엘스 소장은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차세대 기술 도구들은 기존 광고, 미디어, 금융 산업들이 향후 필요로 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기술 산업과 기존 산업의 시너지가 극대화 될 것이며, 뉴욕이 그런 복합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이다. 구글은 올해 초 뉴욕의 상징 중 하나인 첼시 마켓(Chelsea Market)을 매입한 것을 포함해 지난 10년 동안 뉴욕 부동산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따라서 구글이 필요한 인력은 비단 기술 인력만이 아니다. 구글은 마케팅 직원을 대규모로 채용했고 자회사인 유튜브가 창의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전진 기지를 뉴욕에 구축해 놓았다.

유니언스퀘어벤처의 프레드 윌슨은 구글이 수 년 동안 이른 바 뉴욕의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고객을 끌어 모으는 상징적 매장)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수 많은 기술 인재를 뉴욕에 끌어 들임으로써 이 지역의 다른 중소 기술 회사들도 기술 인력을 조달할 수 있는 인재 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이번에 아마존과 구글이 최종적으로 뉴욕 입성을 결정한다면, 잘 알려진 큰 앵커 테넌트 두 곳이 새로 생기는 셈.”이라며 “뉴욕이 실리콘 밸리를 뛰어 넘지는 못할지라도 뉴욕이 점점 더 중요한 도시가 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