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TV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영상 시청 수단으로의 TV가 가진 가치를 모바일 기기들이 대체하며 최근에는 중장년층마저 TV를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기기의 등장을 촉발시킨 이동통신기술의 발전과 고화질, 고품질 콘텐츠의 등장으로 아이러니하게 대화면 TV의 생명력도 재조명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유튜브 천하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TV의 시대는 끝나나
디지털 마케팅 업체 메조미디어가 공개한 2018 디지털 동영상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일주일 평균 기기별 동영상 시청 비중을 설문조사한 결과 40대의 36%가 모바일 기기라고 답했다. TV는 34.7%로 근소하게 뒤졌다. 10대에서 40대까지는 모두 TV보다 모바일 기기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50대는 여전히 TV가 주요 시청 수단이다. 응답자의 39.1%가 TV를 주로 시청한다고 밝혔으나 모바일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29.1%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58%는 1년 전보다 TV 시청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10대에서 40대는 모두 TV보다 모바일 기기를 더 자주 시청하고 있으며, 50대는 아직 TV를 더 선호하지만 그 비율이 점점 역전되고 있다는 평가다. 나아가 TV의 전반적인 장악력도 느슨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의 핵심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유튜브의 성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국내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의 8월 앱 사용 시간을 집계한 결과 20대에서는 유튜브가 65억분을 기록, 45억분의 카카오톡과 20억분의 네이버를 눌렀다. 30대도 유튜브가 1위다. 50억분을 기록해 41억분에 그친 카카오톡에 앞섰다. 40대도 유튜브가 42억분으로 1위다. 네이버가 40억분으로 2위, 카카오톡이 34억분으로 3위를 기록했다. 50대에서도 유튜브가 64억분으로 1위, 카카오톡이 54억분으로 2위다. 유튜브 천하, 모바일 기기 천하다.

많은 사람들이 TV를 외면하며 주요 방송사의 매출도 떨어지고 있다.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KBS는 2015년 5052억원, 2016년 4207억원, 2017년 3729억원으로 매출이 지속 줄어들고 있으며 그나마 JTBC가 2015년 1217억원, 2016년 1233억원, 2017년 2185억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CJ계열도 2015년 3184억원, 2016년 3471억원, 2017년 3367억원으로 준수한 흐름을 보여주는 선이다. 나머지는 2012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하락 일변도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간광고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한편 지역 케이블 방송사와의 지상파 콘텐츠 재송신 협상에 목을 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자체 N-스크린 플랫폼을 가동하는 한편 콘텐츠 제공을 골자로 하는 연계 비즈니스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유료방송 업계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케이블은 다양한 악재를 만나 주춤하고 있으며 그 자리를 IPTV가 빠르게 메우는 행간에는 통신기술과 콘텐츠 비즈니스의 결합이라는 마중물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IPTV 업체들은 결합상품 출시를 통한 시장 장악과 빠른 모바일 기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러한 행보는 초읽기에 들어간 케이블 인수합병이라는 현상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7년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보고서 보면, IPTV 시장에서 KT는 20.21%, SK브로드밴드는 13.65%, LG유플러스는 10.89%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KT의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는 10.33%다. 케이블 플랫폼인 MSO는 CJ헬로가 13.10%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티브로드가 10.24%, 딜라이브가 6.54%, CMB와 현대HCN이 각각 4.93%와 4.28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현재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을 기점으로 위성과 IPTV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CJ헬로, KT는 딜라이브 인수설이 나돌고 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TV, 아직 한 방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다양한 모바일 시청 환경이 확장되며 TV의 존재감이 흐려지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도 패블릿 기조가 강해지는 한편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통해 색다른 접근 방식마저 보여주고 있다. 내 손안의 모바일 기기 크기가 커지는 현상은 추후 PC는 물론 TV의 영역도 크게 잠식할 수 있다.

TV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당장 TV의 종말이 벌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초대형 UHDTV의 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화질 콘텐츠에 대한 수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5G의 등장으로 방대한 콘텐츠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등, 고화질 콘텐츠는 이른바 실감 미디어의 패러다임을 품고 안방을 공략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로는 만족할 수 없는 시청자들의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함이다. 이 대목에서 초대형 TV의 가치가 증명된다.

70인치 이상 초대형 TV는 UHD, 즉 4K(800만 화소) 이상의 해상도가 필수다. TV가 아무리 커도 시연되는 콘텐츠의 화질이 떨어지면 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UHD TV로 대표되는 초고화질 시장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수량 기준 처음으로 FHD TV를 추월했고 올해는 1억대 출하가 예상된다. 2014년 대비 약 10배 성장이며 전체 TV시장 중 45%다. 초고화질 TV의 필수기능인 HDR(하이다이나믹레인지 TV) 기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HDR TV 출하량은 지난해 1220만대에서 오는 2021년 4790만대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HDR 기술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HDR10+와 돌비가 주도하는 돌비비전으로 양분돼 있다.

초대형 TV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75인치 이상의 TV를 초대형 TV로 규정했을 때, 강력한 존재감이 발휘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75인치 이상 TV 출하량은 지난해 119만2000대였으나, 올해에는 47% 이상 증가한 175만7000대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200만대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 수요는 북미(6%)와 한국(6%)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는 과거 대형이라 인식되었던 55인치 수요층이 65인치 이상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16년 18%에서 지난해 31%로 2배 성장했으며 올해 65인치 TV 시장은 55인치 TV 시장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75인치 TV 시장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 삼성의 QLED 8K TV가 보인다. 출처=삼성

삼성전자는 최근 QLED 8K 국내 출시에 돌입한 바 있다. QLED 8K TV는 퀀텀닷 기술에 8K 해상도를 접목해 압도적인 화질을 구현하는 제품이다. 특히 최대 4000니트(nit) 밝기를 기반으로 구현한 뛰어난 명암비와 색재현력, 최상의 HDR(High Dynamic Range)영상 지원 등으로 기존 TV와 다른 현실감과 몰입감을 제공한다. 내 손안의 모바일 TV가 트렌드가 되고 있으나, 삼성전자가 QLED 8K TV를 출시한 행간을 읽어야 한다.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은 모바일 동영상 시청 패턴을 창출했으나, 초고화질 TV의 시대도 동시에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