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용 이화여자대학교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 사진=이코노믹 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논어> 자한편(子罕篇)에 ‘각득기소(各得其所)’라는 말이 나온다.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게 된다는 뜻이다. 앞니가 음식물을 자르고 어금니가 이를 잘게 부수듯 치아가 고른 자리에 있어야 제대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 차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부품은 적재적소에 위치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

이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 박재용(44) 이화여자대학교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다. 박 교수는 자동차의 구조를 해석하고 최적화된 설계를 연구하는 차 구성분야 전문가다. 어떤 소재를 이용해 만든 특정 부품의 효율성과, 그 부품이나 구조물이 최적화가 되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울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학사를 졸업, 한양대학교에서 자동차와 기계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의공학분야(Biomechanics)에서 치아 힘의 근원과 용도에 대해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그가 연구해온 구조해석과 최적설계 분야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올드카’ 마니아다. 아버지가 타던 1996년식 재규어 ‘다임러6’와 크라이슬러의 1999년식 ‘카라반’을 물려받아 타고 다닌다. 다임러6는 20년이 넘은 차인데 40년간 100만㎞ 주행 목표를 갖고 있다. 박 교수는 “오래된 차의 특징은 실제로 크게 없다”면서 “단지 이동수단의 개념에서 접근해 자동차를 운행하다 보니 오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오래된 차의 장점은 운전자가 항시 관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단점은 차량의 상태를 운전자나 오너가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볼트 너트의 부재부터 각종 리벳과 패스너(각 부품을 고정하는 플라스틱 고정핀) 하나도 출고 상태의 것으로 유지하려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에서 박 교수는 올드카의 재미를 느낀다.

다만 그가 올드카에 접근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우리 후속세대에게 올바른 자동차 문화를 전달하기 위해 차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면서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몇 해 전 자동차미래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국토부로부터 사단법인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으로 본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공존, 어떻게 흐를까?

박재용 교수가 주장하는 올바른 자동차 문화는 무엇일까. 그는 올드카를 예를 들며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공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올드카를 타는 사람들의 특징이 한 시대를 회상할 수 있는 차를 보유한다는 성취감에 있기도 하지만, 본인이 만들어가는 차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면서 “자동차는 각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만큼 상징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내연기관 존재여부가 자동차 문화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친환경차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4년 1075대에서 2017년 1만3826대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다. 그러나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의 공존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국내 일반 국민들이 자동차를 보편화해 타기 시작한 것이 불과 30~4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내연기관차 운행을 위한 인프라가 즐비한 상태다.

물론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 공존은 이미 정해진 글로벌 과제다. 무게중심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언제든지 기울 수 있다. 박 교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내연기관의 나이가 결정될 것이다”라면서 “정부가 10년 후 도로에서 내연기관 차의 운행을 제안한다면 운행을 중지하든지 운행을 하기 위한 높은 세금을 내야 하는 방식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결국 친환경차로 수요가 몰릴 텐데, 현재 내연기관을 개발해 내는 완성차 업체에서 마음만 먹으면 전기차와 친환경차 기술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면서 “다만 회사의 손익과 정부규제, 소비자 트렌드를 예측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박재용 이화여자대학교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 사진=이코노믹 리뷰 임형택 기자

친환경차의 부품값?

업계에서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친환경차 세제구조 편향성 문제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형평성에 관한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정책에 따라 올해와 내년에 각종 혜택이 많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도 정부가 예상하는 일정 수요를 끌어올리기까지는 세제구조에서 편향성이 계속 문제로 거론될 것”이라고 봤다.

통상 현대·기아차나 한국GM,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회사의 전기차 가격은 풀옵션 기준으로 약 500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세제 혜택과 정부 지원금이 들어가면 약 3000만원 중반 수준에서 친환경차를 구매할 수 있다. 혜택이 상당히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혜택을 보고 친환경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한 가지 염두에 둘 점이 있다. 바로 애프터서비스다. 박 교수는 “지원금을 받아 3000만원대에 차를 샀지만 결국 그 차를 유지보수나 관리하기 위해서는 5000만원 차 수준에 해당하는 유지관리비를 지출해야 한다”면서 “만약 전기차 하단부 배터리 셀이 망가진다면 약 300만~500만원대 수리비가 청구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시장이 성장한다고 해서 부품 가격이 쉽게 내려가긴 어렵다. 박 교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부품사는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을 모두 포함해 850여개 정도다. 그런데 이 중 모든 중소업체가 친환경차 시장이 커진다고 해서 친환경차 부품개발과 생산으로 변경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자동차 내장재를 생산하는 업체는 친환경차에도 실내 내장재가 들어간다. 이런 업체는 시장 상황에 따라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다만 파워트레인, 즉 엔진이나 자동차변속기 같은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친환경 시장이 계속해서 커진다면 대응과 변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 속도 여부가 친환경차 활성화와 공존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토요타는 전기차 생산비 절감을 위해 2020년까지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다. 고체 배터리는 기존의 액체 및 젤 형태의 전해 물질을 고체 소제로 바꾸는 방식이다. 고체로 바꾸면 안전성이 확보됨과 동시에 충전 용량도 액체보다 크게 높일 수 있다. 주행거리 확장에 상당히 유리하다.

박 교수는 “현재 배터리가 가지는 한계점을 넘어서야 친환경차가 성장할 수 있다. 이때는 기업이 스스로 최적의 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도, 정부에 의존할 수도 있다”면서 “지금의 배터리 성능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전쟁터에서 승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분야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를 어떻게 수급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의 공존은 다음 세대를 위해 지난 역사를 남겨둠과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키다. 박 교수는 “자동차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로서 글로벌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면서 “누군가에게 명마(名馬)거나 애물단지일 수 있는 내연기관차,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친환경차. 둘의 공존은 한 국가의 역사를 기록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