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제네릭과 신약의 중간단계라고 불리는 '개량신약'. 개량신약은 현재 한국 제약 바이오의 현주소를 나타내주는 가장 적절한 분야다. 현재 한국 제약바이오는 제네릭을 넘어서 혁신신약으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단계인 개량신약 단계라고 봐도 무난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글로벌 개량신약 시장에서 기린아로 주목받고 있다. 개량신약 분야는 저비용‧고효율로 여전히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부족한 한국 제약업체로서는 비교적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분야다.  

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의약품 수출액은 31억2040만달러로 전년 29억4727만달러에 비해 5.9% 증가해 사상 최고액을 달성했다. 이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10.7%로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박경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바이오 PD는 "세계 의약품 시장은 2007년 6335억달(약 711조원)에서 연평균 약 9.5% 성장해 2011년 9555억달러(약 1073조원)를 달성했다"면서 "이 중 개량신약의 비중은 약 14%로 2008년 1066억달러(약 119조)에서 연간 15%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국내 개량신약 생산액이 전년 2946억원보다 19.1% 급증한 3509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상위 20개 개량신약의 생산액은 2698억원으로 전체에서 76.9%를 차지했다.

국내제약바이오기업들은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혁신신약(First in class)’ 개발이 더디다고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개량신약 개발은 글로벌 제약사 R&D 비용의 1/100을 투자할 수 밖에 없는 국내 제약사의 자본력 한계에 따른 적절한 성장 방안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제약사의 성장 동력으로 개량신약이 꼽히고 있다. 유한양행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유한양행

개량신약, 저비용 고효율로 국내 제약사 성장동력

개량신약은 안전성, 유효성, 복약순응도‧편리성 등에 있어 이미 허가된 의약품에 비해 개선됐거나 의약기술에 있어 진보성이 있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인정한 의약품이다. 이는 오리지널 신약과 성분과 약효가 유사하지만,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물질을 변경하거나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제형을 바꾼 것도 포함된다.

두 가지 이상 성분을 섞어 만든 복합제도 개량신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검증된 효과에 효율과 편의성을 더하면서도 개발비용과 기간이 신약개발에 비해 경제적이라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풀이된다.

▲ 혁신신약, 개량신약, 제네릭 의약품 특징. 출처=이코노믹리뷰

업계에 따르면 대개 신약 1개 품목을 개발하기 위해선 최소 5~15년, 5000억원~1조가 필요한 것과 달리 개량신약은 최소 3년, 20억원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개량신약 중에선 매출 100억원이 넘는 약도 나오고 있어 제약사 입장에선 든든한 현금창출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신약 개발에 사용되는 R&D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개발되는 신물질 신약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개량신약에 대한 관심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확산 중이다. 혁신신약 개발 환경이 열악한 국내 제약사들도 개량신약 개발에 관심을 많이 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개량신약이 낮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제품군이라고 풀이된다.

국내 제약사 주요 개량신약 무엇?

한미약품이 개발한 고혈압복합신약 ‘아모잘탄 플러스’는 개량신약 부문을 선도하고 있다. 이 의약품은 고혈압 치료제로 활용하는 암로디핀, 로사르탄, 클로르탈리돈 등 3개 약물을 결합한 복합제다. 복합제는 소비자 입장에서 각 성분의 단일제를 각각 복용하는 것보다 비용을 아낄 수 있으면서 편리성에 따르는 복약 순응도가 높아 의료진의 처방 선호도가 높다.

한미약품의 개량신약 품목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복합고혈압약 ‘아모잘탄’ 255억원, 로지혈증치료제 ‘로수젯정’ 243억원, 염변경 고혈압약 ‘아모디핀정’ 167억원, 미국에 진출한 역류성식도염 개량신약 ‘에소메졸’ 128억원 등이다.

한미약품은 이밖에도 소화성궤양치료제 ‘HIP1601’,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HCP1701’, 고지혈‧항혈전제 3중 복합제 ‘HCP1703’를 개발 중이며 염변경 금연치료보조제 ‘HIP1502’는 11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개량신약과 관련해서 단순 의약품 복제약(제네릭)을 개발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부가가치를 창출하려고 힘쓰고 있다”면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약효를 개선하고 복용 편의성을 높인 복합제를 선도하며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미약품 '아모잘탄', LG화학 '제미메트' 서방정, 종근당 '에소듀오'. 출처=각사
▲ 한미약품, LG화학, 종근당, 유한양행 자회사 애드파마의 주요 개량신약 현황. 출처=각사

LG화학은 자체개발한 당뇨병 치료 신약 ‘제미글로’에 ‘메트포르민’을 합쳐 복합 개량신약 ‘제미메트서방정’을 만들었다. 이는 위장관 내에서 서서히 약물을 용출해 메트포르민 복용 시 흔하게 나타나는 위장관계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하루 한 번 투여로 복용 편의성을 높였다.

종근당은 올해 7월 약물 발현 속도를 개선한 역류성 식도염 개량신약 ‘에소듀오’를 필두로 7개 이상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적응증으로는 이상지질혈증 ‘CKD-337’, ‘CKD-391’, 항바이러스 ‘CKD-390’, 암 ‘CKD-841’, 2형당뇨 ‘CKD-396’, 고혈압‧이상지질혈증 ‘CKD-333’, 녹내장 ‘CKD-351’ 등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개량신약은 비공개 파이프라인을 포함해 20개 가량이다"면서 "제품 차별화의 목적과 함께 환자의 복약순응도나 편의성을 개선해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개량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자회사 애드파마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올해 5월부터 4건의 개량신약 임상 계획을 승인 받았다. 근골격계 질환 치료제인 ‘AD-101’은 전북대병원에서 60명을 대상으로,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인 ‘AD-2011’, ‘AD-2012’, ‘AD-207’은 서울대병원에서 각각 36명을 대상으로 임상1상을 진행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개량신약 임상 1상은 대상자 모집과 투여기간, 데이터 분석 등을 거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통상 약 6개월 이후 마무리된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임상 결과가 예상에 부합되게 나오면 늦어도 2019년 상반기에는 임상2상 계획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