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 주말 전해진 한 소식은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 10월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선언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카카오가 식재료 배송기업 마켓컬리 인수를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소식이 확산되자 카카오와 마켓컬리 양 측은 인수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신선식품이라는 범주가 기본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사례이기도 했다.

 

‘마켓컬리’ 인수설, 모두가 납득한 이유

마켓컬리 인수설로 소문이 돌았던 기업은 카카오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의 이커머스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마켓컬리는 인수 대상 후보로 거론됐다. 그만큼 마켓컬리는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들 중 가장 돋보였다. 마켓컬리는 1인 가구 인구 증가에 따른 시장변화에 맞춘 서비스로 성장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신선 식자재나 한 끼 식사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마켓컬리가 최초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서비스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서비스 개선으로 마켓컬리는 배민프레시, 더반찬 등 경쟁 업체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다.

여기에 마켓컬리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인기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 시즌2>의 공식 협찬업체로 PPL 마케팅을 전개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 마켓컬리는 인기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의 협찬사로 PPL 광고를 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출처= 채널A

마켓컬리는 2015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약 3년 만에 국내 온라인 식품 배송업체 매출 1위에 올랐다. 마켓컬리는 농산물우수관리(GAP)인증 친환경 식재료와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사용하는 식품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포지션 전략과 더불어, 전날 밤 11시 이전 주문 상품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하는 ‘샛별배송’으로 차별화를 추구했다.

이러한 접근은 국내 1인 가구 소비자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매출도 급격하게 늘었다. 사업 첫 해인 2015년 30억원대였던 마켓컬리의 매출은 이듬해인 2016년 174억원, 2017년 465억원까지 오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마켓컬리는 지난해의 약 3배가 넘는 매출 16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이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은 새벽시간 배송 시스템을 안정화한 점, 믿을 수 있는 식자재를 배송하는 프리미엄 전략, 그리고 여기에 젊은 소비자들에 포커스를 맞춘 마케팅의 성공은 현재 독보적인 마켓컬리의 입지를 만들었다.

여러 요인이 더 있겠지만, 유통업계에서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얼리버드(Early Bird, 일찍 일어나는 이들을 위한)’ 경쟁을 하게 한 요인도 마켓컬리의 성공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마켓컬리는 투자업체들에게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마켓컬리는 한국투자파트너스·DS자산운용·LB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로부터 약 1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6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마이다스의 손’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3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마켓컬리의 성장에 대해 DB 금융투자 차재헌 연구원은 “마켓컬리가 시작 단계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신선식품의 품질을 보존하기 위한 유통, 물류 등 기업 내부 프로세스 구축으로 창업 이전부터 신선식품을 서울권에 새벽배송하던 데일리쿨을 인수해 물류를 내재화했다”면서 “여기에 수요예측 시스템, 쇼핑몰 시스템(앱)과 같은 시스템을 자체 구축해 마켓컬리는 상품, 물류, 운영에 걸친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설립 후 2년 만에 판촉비 증가 없이 프리미엄 온라인 식품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고 평가했다.

 

이커머스 필수요소 ‘신선식품’

카카오와 마켓컬리가 인수설로 함께 언급될 때 업계가 이를 납득한 것은 이커머스 업계의 기본 역량이 된 ‘신선식품 서비스’ 고정화도 영향을 미쳤다.

몇 년 전만 해도 소비자들은 신선식품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온라인 거래가 잘 이뤄지는 품목은 아니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저장·유통 기술력을 경쟁적으로 확보하고 여기에 배송 서비스 강화까지 이뤄내면서 신선식품은 이커머스 업계의 필수 경쟁력으로 굳어졌다. 현재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모두 신선식품을 전면에 내건 서비스들을 운영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2016년 11월 업계 최초로 신선식품 직매입 배송 서비스 ‘신선생’을 선보이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신선식품 서비스 도입 경쟁은 시작됐다. 이후 티몬은 지난해 1월 ‘티몬프레시’를 선보였고 SK의 11번가는 지난해 신선식품 스타트업 ‘헬로네이처’를 인수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이베이코리아의 큐레이션 쇼핑몰 G9도 신선식품 전문 판매관 ‘신선지구’로 쿠팡도 ‘쿠팡프레시’ 서비스를 선보여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업체들의 시장 참여로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9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9월 한 달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발생한 온라인 쇼핑 총 거래액은 9조1283억원으로 기록됐다. 이 중 거래액 9753억원을 기록한 음식료 상품군은 1조2204억원을 기록한 여행·교통서비스(13.4%), 9861억원을 기록한 의류(10.8%)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거래액 증감률로는 총 거래액 1조2134억원 중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1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5%라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 출처= 통계청

마켓컬리는 카카오와 '남남'이 되는가?

두 업체의 부인으로 카카오의 마켓컬리 인수와 관련된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기업과 기업 간 인수합병은 최종 협상이 체결되기 이전에 나오는 모든 예상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표현될 수 있다. 그렇기에 카카오의 마켓컬리 인수가 완전히 좌절되고 앞으로도 논의될 가능성이 0이 된 것은 아니다. 양 측 입장 발표대로 두 회사가 정말 인수에 대해 검토조차 안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인수 여부를 떠나 마켓컬리가 이제 막 이커머스를 시작하려는 카카오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됐다는 것 자체다. 마켓컬리의 성장은 대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11번가를 사이에 두고 롯데와 신세계가 벌인 이커머스 확장 경쟁이 정점에 이른 2017년 마켓컬리는 인수대상 1순위 업체로 항상 거론됐다. 한동안은 쿠팡의 인수설이 돌기도 했다. 카카오와 얽힌 소식에 대해 업계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라는 의견으로 일련의 내용을 긍정한 것에도 이러한 배경이 반영돼있다.

일련의 사건으로 업계에서는 마켓컬리는 이커머스를 염두하는 업체들에게 더 주목을 받는 업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의 마켓컬리 인수에 대한 해프닝은 아마도 최근 다시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와 신세계의 이커머스 경쟁 구도와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들의 시장 참여로 달라지는 이커머스 판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와 마켓컬리의 이야기로 이커머스 업계의 계산은 더 복잡해졌다. 분명 마켓컬리는 현재 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 업체들에게 상당히 매력 있는 인수 대상이 틀림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