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삼성전자를 인수한다면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단순 매매를 위한 일반투자자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FI) 혹은 전략적 투자자(SI) 입장에서 말이다. 지난 2017년 말 고점에서 매도가 옳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투자은행(IB)과 사모펀드(PE)가 인수합병(M&A)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지표를 통해 삼성전자를 바라봤다.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은 기업의 미래 잉여현금흐름(FCF)과 잔존가치의 현재가치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할인율이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기업가치는 하락한다. PER, PBR 등을 통한 상대가치보다는 절대가치를 구할 때 주로 사용된다.

WACC는 투자 대상의 부채와 자본의 요구수익률을 가중평균해 계산한다. 예를 들어 부채와 자본 비중이 30%, 70%라고 한다면 각 자산에서 발생하는 비용(이자, 배당 등)에 0.3과 0.7을 곱해 합한다.

부채와 자본은 기업의 총자산을 구성하는 요인이면서도 서로 다른 위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율에도 각각 다른 영향을 받는다. 기업 자산의 구성과 각 자산의 요구수익률에 따라 WACC도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WACC는 지난 2013년 16.74%에서 2014년 14.04%로 하락했다. 이어 2015년에는 8.99%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채비를 점차 갖췄던 셈이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 상승했다.

2016년에는 13.04%로 재차 올랐지만 2014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2017년에는 19.64%로 크게 상승했다. WACC 특성상 삼성전자 주가에 상당한 부담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등락은 차치하더라도 하반기 들어 낙폭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6년과 2018년 ‘하반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기업 분석 종료’다. 통상 이 시점에 금융투자업계는 전년도 기업의 재무자료에 대한 ‘최종 분석’을 마친다. 재무제표가 결산월 대비 늦게 공시(12월 결산법인은 3월 공시)되는 이유도 있지만 분석 과정에서는 더욱 꼼꼼히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빠른 결정을 한다면 삼성전자의 WACC 추이를 고려할 때, 매수와 매도는 2016년 4월과 2018년 4월이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 주식은 2만5000원에서 5만원으로 100% 상승했다.

 

WACC가 높아지더라도 투자자본수익률(ROIC)이 상승하면 기업가치는 오른다. 2015년 삼성전자의 ROIC는 15.90%, 2017년 28.58%다. 여전히 ROIC가 높지만 WACC의 상승폭이 가팔랐다는 점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WACC는 왜 높아졌을까.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합병비율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주주친화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발점이었으며 이는 삼성전자로 옮겨갔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2016년 총배당액은 3조99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1% 올랐다. 지난해에는 5조8263억원(전년비 46%↑)의 ‘통 큰’ 배당을 했다.

WACC의 구성지표 중 유독 자기자본비용 변화가 눈에 띄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자기자본비용은 2015년 9.3%에서 2016년 13.83%, 2017년에는 21.11%로 상승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도 이 기간 동안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배당확대가 재무건전성을 해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요구수익률이 더욱 높아지고 상승한 주가에는 결국 부담이 됐던 셈이다.

IB관계자는 “할인율이 높아지면 미래가치가 낮아져 매수를 꺼리게 된다”며 “WACC는 인수합병(M&A)에서 투자자가 인수와 최종 매각을 위한 목표치로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수자 입장에서는 WACC가 높다면 이를 낮출 수 있는 계획, 즉 재무구조 변경 등을 통해 다시 기업에 접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WACC가 낮아질 때, 삼성전자의 주가도 상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타인자본비중은 낮지만 통산 타인자본비용보다 자기자본비용에 대한 추정이 중요하다.

미래 자기자본비용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자산자본가격결정(CAPM)모형을 활용한다. CAPM의 공식은 ‘무위험수익률+베타×시장 위험프리미엄’이다. 쉽게 말해, 국공채(10년물) 수준의 금리에 해당 기업 주식을 보유할 때 주가변동성, 배당,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포함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배당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금리도 오르고 있다. 재무구조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WACC 하락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은 결국 주가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다.

국내 헤지펀드 운용역은 “삼성전자 주가하락에는 분명 이유가 있지만 과도하게 저평가된 것은 사실”이라며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국내 시장 상륙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후 자금유출입이 더 자유로워졌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4일 액면분할 후 첫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주가 하락과 함께 외국인 비중도 축소됐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과거 삼성그룹은 물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관여했다.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를 노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헤지펀드 관련)정황 얘기는 많지만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다”며 “배당확대와 액면분할에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몰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측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시장변동성 확대, 금리 상승 등 외부요인을 제외하고 특정 주체가 삼성전자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면 투자자들에게도 호재라 할 수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삼성전자를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