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라이크코리아 김희진 대표.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바이오(생명공학) 산업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산업 분야다. 특히 식품·식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바이오산업은 인구 증가에 대응한 식량 생산의 간극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전 세계 대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한 스타트업이 거둔 성과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업체는 세계 최초로 송아지에서부터 성우(成牛·다 자란 소)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경구(經口)투여 바이오 캡슐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축산에 대해서는 기준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일본 축산농가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일본을 넘어 약 ‘10억 두’에 이르는 글로벌 축산 시장에 우리 기술로 도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이 업체, 경구(經口)투여 바이오 캡슐 ‘라이브케어’의 개발업체 유라이크코리아의 김희진 대표이사를 만나 라이브케어 기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라이브케어’는 어떤 기술인가? 

라이브케어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경구투여 바이오 캡슐’의 이름이다. 이번에 개발에 경구투어 바이오캡슐이라 함은 성우(成牛·다 자란 소)나 송아지의 입으로 투여하는 캡슐을 의미한다. 이 캡슐은 유라이크코리아가 연구 노하우와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다. 유라이크코리아는 ‘송아지 관리를 위한 경구투여용 바이오 캡슐과 이를 포함하는 질병관리 시스템’으로 특허를 취득했다. 

라이브케어는 축우(畜牛, 집에서 기르는 소)의 입 안으로 투여되는 라이브케어는 가축의 위장에 머무르면서 체온과 활동량 그리고 건강상태 등을 측정해 분석한 정보를 어플리케이션 서버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유라이크코리아는 라이브케어를 통해 수집한 약 800만건의 축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3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송아지에게 최적화된 바이오 캡슐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기존의 가축 건강관리 시스템이 주로 다 자란 소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과 차별화된 점이다. 

▲ 유라이크코리아 김희진 대표.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라이브케어로 기대되는 효과는?

송아지는 면역체계가 확립되기 전 질병으로 인한 폐사율이 높은 가축 중 하나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국내 농가에서 사육되는 한우 송아지의 경우 폐사율이 약 13.2%에 이르며 특히 생후 2주경 송아지의 폐사율이 17.2%로 가장 높다. 대개는 소화기 질병, 호흡 질병 등으로 조기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송아지들이 질병으로 죽어나가면 축산 농가에는 송아지 한 마리에 수 백만원대 경제적 부담이 전가되고 동시에 축산업 전체의 수익성도 떨어진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송아지들의 주된 폐사 원인이 되는 질병들은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의료 조치만 취하면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유라이크코리아는 여기에 주목해 송아지가 성우가 될 때까지 소의 몸 안에서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바이오 기술을 연구했고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송아지부터 성우까지 모든 축우의 건강과 질병 관리로 경제성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축산업의 안전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축산물 이력제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덧붙여,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송아지를 포함한 전 세계 축우 수는 약 10억5000만마리다. 우리의 기술이 전 세계의 축산 농가에서 검증되고 브랜드가 알려지면, 그로 인해 예상되는 경제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측에서 먼저 공급 요청을 했다는데 

맞다. 그간 우리의 연구 결과들이 일본에 어떻게 알려졌는지 어느 날 일본의 한 업체가 우리에게 기술 시연을 요청했고 이것을 계기로 유라이크코리아는 일본 축산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일본 시장 진출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특히 일본은 식품산업과 직접적 연관이 된 가축에 대해서는 사람과 똑같은 안전 기준을 적용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요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본 시장 진출 준비를 위해 회사 직원들은 현지 협력사와 함께 밤낮으로 산더미처럼 쌓은 일본어로 된 서류를 검토하고 처리했다. 결국 우리는 일본 측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모두 만족시켰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6월 유라이크코리아는 일본의 글로벌 IT기업 소프트뱅크가 주관하는 ‘제3회 소프트뱅크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선정됐다. 소프트뱅크의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은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과 소프트뱅크의 자원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일련의 노력으로 일군 성과들에 힘입어 지난 8월 유라이크코리아는 일본 홋카이도 쿠시로(釧路)에 위치한 농장과 50만달러(약 5억6965만원) 규모의 라이브케어 1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라이브케어로 관리하는 일본의 소는  마리는 가치가 1000만원에 이르는 최고급 축우 품종으로 잘 알려진 와규(和牛) 송아지다. 

[라이브케어 일본 총판업체 THE BETTER 다이스케 노구치 이사 인터뷰] 

▲ 일본 내 라이브케어 총판을 담당하는 THE BETTER 다이스케 노구치 이사(사진 가운데)와 THE BETTER 협력업체 SKY의 김택승 대표이사(사진 오른쪽).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유라이크코리아의 협력사가 된 이유는? 

-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의 고령화는 축산업 종사자 인구수도 감소시키고 있다. 농가의 축산 관리자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다 보니, 소에 대한 건강관리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식자재 유통과 관련한 사업을 하던 도중 일본 축산업계가 소의 건강관리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알게 됐고, 이후 유라이크의 기술을 접한 뒤 일본에는 이 수준의 기술이 없어 시장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일본은 축산 선진국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라이브케어와 비슷한 기술이 없나 

- 없다. 물론 가축의 건강관리를 하는 첨단 장비들은 있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모두 소의 목이나 발목에 장착하는 것으로 소가 격하게 움직이면 파손되기 쉬워 관리가 까다롭고 장비도 매우 고가다. 라이브케어는 소의 체내에 들어가기 있기 때문에 외부 압력으로 파손될 일이 거의 없다.     
 
THE BETTER가 일본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 라이브케어를 일본의 농가에 판매하는 총판업무를 담당한다. 그 외로 일본 전역의 축산조합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영업을 하는 업무까지도 우리가 담당한다. 

일본에서 기대하는 라이브케어의 경제효과는
아직은 직접 판매로 인한 경제 효과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정부에서는 농축산업과 첨단 IT기술의 융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 소의 총 사육 두수는 약 420만 두 그 중 성우는 약 300만 두, 송아지는 120만 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송아지 한 마리의 경제 가치가 최소 80만엔(약 800만원)임을 감안할 때 이들의 폐사율을 낮추는 것은 우선 일본 축산업계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라이브케어 제품을 들고 있는 THE BETTER 다이스케 노구치 이사, 유라이크 코리아 김희진 대표이사, THE BETTER 협력업체 SKY의 김택승 대표이사(왼쪽부터).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유라이크코리아의 추후 목표가 있다면   

내년에는 송아지용 캡슐 판매로 인한 매출 2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그리고 전 세계 축산업계까지 사업의 반경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 첫 걸음으로 지난 9월 유라이크코리아는 덴마크 외교부 산하 덴마크 투자청, 코펜하겐 지역 투자진흥 기구와 협력해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유라이크코리아는 내년 초 유럽 17개국 축산업의 허브 역할을 하는 덴마크에 유럽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며, 덴마크 정부로부터 초기 진출을 위한 지원을 받는다. 

장기 목표가 있다면, 우리의 기술로 전 세계 축산농가의 송아지 폐사율을 낮추는 일에 일조해 우리나라가 세계 축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