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최윤섭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 서비스·건강관리(Health Care)가 융합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전 세계를 기준으로 2014년 210억달러에서 2020년 1015억달러까지 약 4.8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에서 헬스케어 창업을 육성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창업기획자(Accelerator) 기업 중 하나인 락헬스(Rock Health)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올해 3분기를 기준으로 68억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이미 지난해 총 투자 규모인 57억달러를 넘어선 금액이다.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 이해 당사자 사이의 갈등 등으로 산업 활성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평가된다. 이와 관련, 현직 의료인뿐만 아니라 투자자, 규제 전문가, 변호사, 회계사,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구조 전문가 등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 기업인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에 관심이 주목돼 최윤섭 DHP 대표를 <이코노믹리뷰>가 만났다.

학부 시절부터 융합기술에 관심 많아… 신산업분야에서 활약

최윤섭 DHP 대표는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서 보낸 학부 시절, 컴퓨터 공학과 생명 공학을 복수 전공하고 전산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바이오와 IT융합을 대학 때부터 추구하던 사람이다”면서 “나의 근본에 대해선 연구하는 사람, 과학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에서 연구조교수로 재직하다가 KT융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를 거쳐 녹십자홀딩스에 자문을 제공하는 등 신산업분야,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약한 전문가다. 그는 현재 DHP를 이끌면서 1인 연구소 업무와 함께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에서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현재 공동 창업자 2명과 DHP라는 액셀러레이터 기업을 운영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를 설립하고 과학자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 발굴, 헬스케어 분야 연구와 함께 업계 사람과 정보를 교류하고 이를 다시 책, 강의, 유튜브 등에서 공유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크게 세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대표의 인생 목표는 남들과 다른 고유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는 “같은 값이면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한때 전통적인 신약개발 분야와 관련해 연구를 했지만, 새로운 것이 더 없을지 고민하다가 디지털 헬스케어가 애초에 본인이 지향하던 방향성과 유사하므로 본격 해당 분야에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 실현에 대한 책임감 느껴

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대개 벤처 캐피털(VC), 대기업, 정부 등과 연계하는 일반 스타트업 생태계와 달리 한국에서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환경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를 간단히 살펴보면 환자, 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당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기업, VC, 보험사, 병원 등이다. 초기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이러한 의료계 이해관계자들과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최윤섭 대표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일반 스타트업과 달리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관계된 이해관계자가 다수다. 출처=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최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비용을 절감과 함께 환자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인의 치료를 돕기 위해 분명히 필요한 산업이다”면서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직접 도울 수 있도록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막에서도 꽃은 핀다는 말이 이 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이라면, 우리는 꽃이 필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혁신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헬스케어 산업과 관련한 한국의 상황은 최근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과 차이가 있다. 스콧 고틀립(Scott Gottlieb)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FDA의 전통적인 의료기기 심사 기준은 새로운 종류의 의료기기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규제를 개선해 혁신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7월 말 FDA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와 관련 개별 제품을 심사하는 것이 아닌 제조기업에 기반을 둔 규제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엄격한 조건을 갖춘 기업에 자격을 미리 부여하면, 이 기업은 별도의 인허가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제품을 시장에 내보일 수 있게 된다.

최 대표는 “한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은 4중고, 5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DHP는 초기 창업기업에게 더 어려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생태계를 구축하고 성공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DHP의 전문가는 의학혁신 원해… 어려운 상황에도 목표 위해 원칙 지켜

DHP의 강점은 의료계와 관련한 전문성과 의학혁신에 대한 의지다. 최 대표는 “DHP에서는 일반적으로 투자사가 검토하는 것을 다 하면서도 의학적으로 타당한지, 의사가 보기에 한국에 필요한 사업인지 모두 고려한다”면서 “돈은 잘 벌 수 있을 것 같은 사업이지만,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거나 환자와 의료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의학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DHP의 투자 집행 현황은 2년 만에 총 8건으로 2016년 투자 집행 1건, 지난해 2건 수준이었지만, 올해 목표인 5건을 조기에 달성하면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후속 투자 유치는 총 3건으로 67억원 규모다.

미국 락헬스는 연간 800개의 초기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검토하고 이 중 1%의 회사에 투자하는 것에 비하면, 한국은 해당 분야에서 불모지 수준이다. DHP는 업계의 규모를 키우고, 창업을 장려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관계자가 DHP와 삼성서울병원이 함께 개최한 디지털 헬스 해커톤에서 팀 빌딩을 이루기 전 안내를 하고 있다. 출처=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DHP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 규제, ICT 디자인 전문가 파트너는 총 최 대표와 공동 창업자 2명을 포함해 총 18명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DHP 오피스 아워를 열고 매달 2~3개 스타트업을 초청해 한 시간씩 무료로 자문을 제공한다. 최 대표는 “오피스 아워는 매우 공을 들이는 행사다”고 설명했다.

DHP는 또 삼성서울병원과 헬스케어 해커톤을 공동 개최해 유망한 아이디어와 스타트업 팀을 발굴,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DHP 헬스케어 스타트업 서밋에서는 헬스케어·의료 전문가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DHP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의 데모 행사가 이뤄진다. 이 행사에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 기관, 의료계, 액셀러레이터, 산업계, VC, 법률·특허, 보험, 의료기기, 금융, 학계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DHP는 위와 같은 사업에 기반을 두고 올해 3분기 위탁운용사(GP) 자격 획득을 시작으로, 2019년 1분기 헬스케어 전문 초기 투자 펀드 결성, 2분기 중소벤처기업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TIPS) 주관사 선정을 목표로 세웠다.

최 대표는 “미래 의료과학이 디지털 헬스케어 방향으로 간다는 확신이 있다. 짧은 기간엔 쉽지 않겠지만, 이 확신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