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이 전체 중국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국내 수출도 막힐 수 있다. 미 금리인상 등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수출 호조로 버텨온 한국경제에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보호무역기조를 확대하는 가운데 중국에 대해서는 대규모 추가관세 부과 등 통상압력을 대폭 강화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초기인 2017년 반덤핑, 상계관세 등 무역구제조치 조사개시 건수는 전년대비 59%(84건) 증가했다. 미국 통상법에 근거한 수입규제 가능성 조사도 병행했다. 작년 11월에는 중국산 알루미늄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26년만에 처음으로 실시(상무부 직권)했다.

올해 들어서는 주로 자국 통상법에 근거한 수입규제 조사결과를 토대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3월에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7~9월에는 통상법 301조 위반을 근거로 3차례에 걸쳐 약 2500억달러(2017년 대중 수입액의 50%) 규모의 대중 수입품에 10~25%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 출처:한국은행

해당품목들의 대중 무역적자액은 1531억달러로 전체 대중 상품 무역적자액(3756억달러)의 40.8%를 차지한다.

미국의 대중 통상압력 강화를 위한 조치는 자국 통상법이 주를 이룬다. 과거 사용빈도가 낮았던 부문이다.

미국의 대외통상권한은 원칙적으로 의회에 있다. 그러나 무역관련 법 제정을 통해 상무부, 국제무역위원회(ITC), 무역대표부(USTR) 등 행정부 소속기관에 조사·집행권한을 위임한다.

대표적으로 정상가격 이하 수입품이나 국내산업 훼손 가능성 여부와 관련한 행정기관의 조사·집행 권한을 ‘관세법’(반덤핑 및 상계관세)과 ‘통상법 201조’(세이프가드)에 규정한다. 미국의 국가안보 훼손과 무역행위 방지 등에 대해서도 무역규제 조치를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올해 대중 수입품에 대한 추가관세는 미국 통상법에 근거하면서도 ‘무역확장법 232조’와 ‘일반 301조’가 주로 활용됐다. 전자는 1995년 이후 원유, 철강 수입 관련 2건, 후자는 2000년 이후 4건에 불과하다.

▲ 출처:한국은행

2016년 이전 조사된 반덤핑, 상계관세 등 무역구제조치는 연간 50~60건 수준이다. 대부분은 민간기업의 청원에 의해 실시했다. 1980~2016년간에는 12건 뿐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보호무역조치가 정부 주도로 시행되면서 대상 품목이 광범위하게 확대됐다. 2018년 7~9월중 추가관세가 부과된 대중 수입품의 전체 수입에 대한 비중은 품목수 기준 77.8%, 금액으로는 46.6%, 적자규모로는 40.8%를 차지한다. 이중 생산비용 상승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미국 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 통상압력 강화와 속내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는 중국의 국제무역기구(WTO) 가입(2001년) 후 빠르게 증가했다. 2000~2017년 중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네 배(820억달러→3357억달러), 전체 적자 대비 중국 비중은 세 배 가까이 상승(22.0%→60.8%) 했다.

항목별로는 소비재(2017년 기준 60.9%)와 자본재(39.6%)를 중심으로 상품 수지에 적자가 집중됐다.

미국 무역 당국은 대중 무역불균형 심화 원인과 관련 중국의 불공정무역관행을 지적하고 나섰다. 미중간 평균 관세율 격차와 더불어 수출입규제, 기술장벽 등의 비관세장벽 등을 심각한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고려했다.

중국의 평균 수입관세율(2016년 기준)은 7.9%다. 미국 2.9%, 세계 평균 6.2%를 큰 폭으로 상회한다. 반면, 관세와 비관세장벽 수준을 수치화한 무역자유화지수는 73.2로 미국과 세계평균을 하회한다.

▲ 출처:한국은행

미국 학계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대중 무역적자 누중이 미국내 제조업 경기부진과 일자리 축소이 주요 원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무역불균형 시정요구 확대 배경이다. 특히 2000년 미중 무역관계 정상화가 기존 고용과 신규 창출 측면에서 미국 제조업 고용 부진의 주 원인으로 지적됐다.

실증분석 사례에서는 2000~2007년중 미국 제조업 고용감소분의 26~55%를 대중국 수입 확대로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올해 7~9월 중 실시한 중국 수입품(약 2500억달러 규모)에 대한 추가관세는 단기적으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축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000억달러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이 내년 예정대로 상향조정(25%)되면 무역수지 적자 개선 효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모든 수입품에 대한 20% 상호관세 부과시 2017년 대비 대중 수입 1256억달러, 대중 수출이 323억달러 감소해 전체 대중 무역수지는 933억달러 개선될 것으로 분석됐다.

▲ 출처:한국은행

그러나 전체 경제 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무역수지 적자 축소로 일부 개선효과는 있지만 소비자 물가상승, 교역량 위축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포인트 내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통상압력 강화는 단순 무역불균형 때문만은 아니다. 미 정부는 중국의 주요 세계화 전략인 ‘일대일로’와 ‘중국제조2025’ 추진으로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첨단제품에 대해 선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제조 2025’에 대해서는 통상정책으로 견제, ‘일대일로’에 대해서는 인도와 태평양 지역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WTO 규범 상충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전면적 관세율 인상 등을 강행하는 이유는 미국에 우호적 무역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최근 합의된 NAFTA 개정안 등 무역협정 재협상에서도 미국측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또 미국 다국적기업들이 중국 내수시장에 보다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중간 무역분쟁이 미국의 양호한 경제여건과 중국의 미국측 요구사항 수용 곤란 등으로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와 여타 국가와의 통상협상 진전 등은 대중국 통상압력 장기화를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IMF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 세계 GDP는 장기적으로 0.1~0.4%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시 중국이 가공무역 수출을 줄이고 내수중심 성장정책을 강화해 글로벌 공급체인도 유의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의 가공무역 수출 감소는 대중 중간재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중간재 대중 수출은 전체 대중 수출의 78.9%를 차지한다. 또 자동차 추가관세 부과 등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압력 조치 강화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