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중소형 빌딩 시장에 대한 ‘풍선효과’는 없었다.

부동산 대책으로 아파트 등의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대출이 비교적 수월한 상업용 건물인 중소형 꼬마빌딩으로 자금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인상 소식과 소비 위축에 따른 자영업 위기로 중소형 빌딩 시장은 거래량과 규모 측면에서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극심한 불황으로 시장 자체가 불안정하고 임대료 불안정성으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빌딩 매입 컨설팅 회사인 리얼티코리아가 집계한 2018년 3분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광풍이 몰아친 7월에서 9월까지 중소형빌딩 매매건수는 265건이었다. 올해 말 거래량 재조사가 이뤄지면 165건이 여기에 추가될 전망으로, 총 430건으로 늘어난다. 올해 1분기 거래량은 435건, 2분기는 421건으로, 지난 1~2분기 평균치인 428건 수준과 비슷했다. 정부의 9.13 대책과 9.21 공급대책이 나온 이후의 통계도 포함돼 있지만, 특별한 등락을 보이진 않은 것이다.

중소형빌딩 거래건수의 26.4%가 159건의 50억원 이하 매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70건으로 뒤를 이은 50억~100억원 사이의 매물이 거래 액수는 가장 많았고, 2018년 2분기에 비해 유일하게 거래량이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가격대 거래 총액은 약 51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총액의 30% 수준이었다.

▲ 중소형 빌딩의 2018년 3분기 예상 거래량은 총 430건으로 올해 분기별 평균치인 428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출처=리얼티코리아.

문제는 대출 이자 대비 수익률

업계 전문가들은 중소형 상가건물 거래의 척도는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익률이 관건이라는 의견이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수석연구원은 “예전부터 상가는 수요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지만, 워낙 주택 가격도 높아 수요층이 제한돼 있다”면서 “과거와 같이 임대수익이 꾸준히 크게 발생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 수요에서 선회하는 조류로 설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소임 수석연구원은 거래되고 있는 물건을 두고 “매물은 많지만 활용 가치에 차등이 있다”면서 “강남 일부 지역처럼 평당 가격이 높더라도 입지와 배후 수요가 충족돼, 임대수익률과 시세 차익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과 달리 수요자들이 강남 지역 거래만 고수하지는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마포·용산의 강세가 최근 나타났고, 강북구 등 외곽 지역에서도 수익률이 기대되는 곳에 한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 중소형 빌딩의 개인 거래량 상호 5구는 강남구, 마포구 순으로 나타났다. 출처=리얼티코리아.

강남 제일 선호하지만 예전 같지 않아

리얼티코리아의 2018년 3분기 시장 보고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서울 시내 선호 지역이 강남구, 마포구, 송파구, 서초구, 용산구 순이라고 집계했다. 반면 투자 수익률은 대체로 3% 중반 미만에 그쳤다. 각 구별 투자수익률은 강남구가 3.27%, 마포구 3.46%, 송파구 3.44%, 서초구 3.01%, 용산구 3.38%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마포구는 지난 3분기 동안 거래수익률 1위를 기록했는데, 서강대 후문 앞 신수동 근로생활시설 건물의 수익률이 5%에 근접하면서 평균치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문소임 연구원은 “다가구 원룸으로 운용하지 않는 이상 서울 시내에서 연 수익률이 4%를 넘는 곳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50억원 이하 투자자들이 주거시설에만 머무르지 않고 근린생활시설을 추가하는 등 임대 구성을 개편하거나 매각 차익을 고려한 리모델링 등 수익률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면서도 “수요가 집중된 지역은 한정된 한편으로 상권이 지속되는 기간을 보장할 수 없어 중소형 빌딩 투자자들은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 역시 “최근 들어 ‘풍선 효과’로 일부 매물이 나오는 지역은 있다”면서도 “유동자금이 주택에서 상가로 이동하는 흐름이라 단언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가 어려운 만큼 자영업 임차수요를 필요로 하는 건물 투자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상혁 연구원은 “상가 시장은 공급 과잉이라는 시선이 많다”면서 “상권은 한정돼 있는데, 이용자 수에 대비해 도심지역뿐 아니라 신도시 택지지구와 상업·업무지구의 상가가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투자대비 수익률 5~6%를 기대하고 임대료를 높게 잡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재는 여러 모로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든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상혁 연구원은 강남지역의 매출 대비 임대료가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강남지역 주요 상권인 청담동, 압구정동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떠나면서 공실률이 크게 늘어나고 있었다. 높은 임대료만 형성된 채 상권 전체는 침체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그 결과다.

▲ 서울 종로구의 한 소형상가 공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RTI 현행 유지되지만

정부는 10월 18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가계부채 관리 점검 회의에서, 상가 등 비주택 RTI의 현행비율인 150%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임대업자가 연이은 규제의 부담을 임차인에게 넘기는 등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러나 가계대출 부실화를 막기 위해 머지않아 추가로 인상될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이란 대출로 발생하는 이자비용이 100만원일 때, 임대 수익이 그 150%인 150만원을 넘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RTI 인상을 예상하고 있는 시장을 두고 문소임 수석연구원은 “대출을 받으면 매입 자체는 쉬울 수 있으나 대출 이자를 상환할 만큼 수익률이 나오는지가 열쇠”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매입을 해도 이자 감당이 어렵고, 매입 후에도 되파는 등 투자 계획이 변경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시세 차익과 임대료를 기대하고 대부분 대출을 끌어안아 매입을 염두에 둔 투자자가 많다”면서 “아직 강행 규정은 아니지만 부실화하지 않도록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서울 종로구의 연도별 평균 수익률은 2018년 3분기 현재 3.6%대다. 출처=리얼티코리아.

정부 규제방향의 적정성을 묻자 이상혁 연구원은 “가계부채의 부실화 등 대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은 맞다”면서도 “다만 대출 규제와 양도세 등 세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시장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그래도 대출을 많이 받고 싶은 임대사업자들이 제2금융권, 고금리 신용대출 등을 찾게 되면서 오히려 대출의 질적 측면은 더욱 열악해지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이하의 대출 한도는 크게 10%까지 차이 나지만, 금리 차이는 1금융권이 3%인 반면 2금융권은 4~5%에 이르는 등 부담도 함께 커진다.

반면 서울 전통 상권인 종로구는 2016년 평균 수익률이 4.29%였지만 올해 8월까지 평균 3.60%까지 하락했다. 종로구 역시 대로변 공실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임에도 대출 이자에 맞춰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과열된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이 먼저라면서 “현재 과열된 시장은 늘어난 세금만큼 부동산 가치에 그 값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