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분양가 협의 등으로 수개월간 분양이 지연됐던 서울 서초구 ‘서초우성1차’ 아파트가 분양가 승인을 받으면서 강남권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분양 기대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서초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리더스원’ 일반분양에 대한 분양보증서를 발급했다. 분양가는 3.3㎡당 4489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12개동으로 총 가구 수는 1317가구에 달하지만 일반분양물량은 232가구가 전부다.

이달 말 분양이 예정된 이 단지는 전용면적 84㎡가 15억원대로 단지 옆에 위치한 ‘래미안서초에스티지’의 같은 면적대 아파트 시세가 2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3.3㎡당 1500만원이 저렴해 당첨시 5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올해 1월 입주한 옆 단지 ‘래미안에스티지S’ 역시 전용면적 84㎡ 매매가격은 21억원으로 3.3㎡당 6047만원 수준이다.

당초 서초우성1차 재건축 단지는 조합과 HUG간 분양가 조율이 되지 않아 후분양 전환까지 고려했지만 분양가 합의가 이뤄지면서 분양에 나서게 됐다.

서초우성1차 조합 관계자는 “주택시장을 둘러싼 시장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고 정부정책 리스크가 높은 상황에서 후분양제를 진행할 경우 공사비 조달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2년 후에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 확실하지 않은데다 사업을 지체할수록 재건축 사업을 끌고 가기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 하에 분양가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HUG는 서울과 과천 등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정하고 인근 지역에서 1년 전 분양된 아파트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제한했다. 만약 인근에서 1년 전에 분양된 단지가 없다면 직전분양단지의 110%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제한했다. ‘서초우성1차’의 분양가 산정의 비교대상이 된 단지는 ‘신반포 센트럴자이’로 지난해 9월 공급된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250만원이었다. 해당 단지의 11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간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던 강남권 재건축 분양 포문이 열리면서 업계 역시 분양 채비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 분양시장을 고분양가관리지역으로 선정하며 분양가를 상당히 많이 제약한 상황에서 조합과 HUG간 줄다리기가 치열했던 서초우성1차 재건축 아파트가 분양가 보증을 받으면서 업체들이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면서 “분양가 역시 예상보다 낮게 나오지는 않은 만큼 향후 강남지역 분양단지들의 공급이 속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삼호가든맨션3차’는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내달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이 단지는 지난 2013년 7월 조합 설립 이후 2년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며 빠르게 사업 추진을 해왔다. 현대건설이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하는 이 단지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4300만원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큰 이변이 없는 한 11월에 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서초우성1차가 분양에 나서면서 시장이 다시 탄력을 받은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일원대우 재건축’ 단지 역시 내년 초 분양에 나선다. 이 단지는 총 가구수는 184가구로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63가구가 전부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아 지난 4월 분양을 계획한 서올 서초구 ‘무지개 아파트’ 역시 내년 1월 일반분양에 나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발표하며 분양 수요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또분양’이 쏟아져 다시 시장을 과열시킬 것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바라봤다. 1주택자의 청약기회를 축소하는 주택공급 개정안이 11월 말에 시행되는 만큼 ‘서초우성1차’를 비롯해 ‘삼호가든맨션3차’는 그 규제망을 피해가게 된다. 시세보다 수억원이 저렴해 로또분양으로 알려진 만큼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지만 인근 집값에 영향을 주기에는 부동산 시장 여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반가구 물량이 적은데다 법 개정 전에 갈아타려는 수요는 상당할 것”이라면서 “다만 이로 인해 인근 집값이 올라가기에는 시장 상황이 예전과 같지 않고 정부의 대출규제 등이 강도 높아 시장 자체에 미치는 미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