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한국GM이 결국 법인 분리를 강행했다. 한국GM은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연구개발 신설법인 'GM 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가칭)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한국GM은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의 부서를 묶어 생산공장과 별도의 연구개발 신설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안건이 의결됨에 따라 연구소와 생산기술 관련 인력 3000여명이 새로 설립되는 연구소로 이동하게 된다. 한국GM의 분리 명분은 전문화다. 한국GM은 “기술 고도화와 전문화를 위한 수순”이라고 설명한다. 

업계는 한국GM의 법인 분리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핵심은 'GM의 법인 분리 목적'이다. 현재 거론되는 것은 두 가지다. 

먼저 노동조합의 힘을 빼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노동업계 의견이다. 노조는 연구소 노동자가 생직 노조에서 분리되면 연구직 노조가 힘을 이를 것이라고 본다. 국내 노조가 강성으로 불리지만 연구직 조합원은 생산직 조합원과 비교하면 조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GM은 그간 생산직과 연구직이 한 조직으로 뭉쳐 있었다. 생산직이 파업하면 연구직도 파업했다. 이는 GM 입장에선 연구 인력까지 파업에 들어가다 보니 만만치 않은 골칫거리였다. GM은 중·소형차를 개발해온 유럽 법인을 매각하면서 한국GM 연구소에 일부를 떠넘겼기 때문이다. 신차 개발에 차질이 생기는 문제다.

다른 하나는 생산공장의 구조조정이다. 자동차 업계 주장이다. GM은 수년간 한국 생산량을 줄여왔다. 지난 5월 협약을 통해 출자전환과 신차 배정을 약속했으나, 중장기 계획에는 한국GM의 역할이 불투명하다. 부평2공장은 2교대를 1교대로 전환했다. 창원공장은 신차가 투입되기 전 몇 년 동안 생산이 급감했다. GM이 한국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생산물량을 늘리거나 구조조정 해야 한다. GM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이 훨씬 수월하다. 기업을 나눠 생산 공장만 별도로 남기면 생산비와 인건비 문제만 가지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한국GM의 핵심인 연구소는 유지한 채 생산만 무게를 줄여낼 수 있다.

업계에서 주장하는 법인 분리의 목적은 두 가지다. 반면 이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는 하나로 통일된다. 두 법인 모두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생산공장은 기업이 분할되면서 생산공장 적자가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GM이 종합자동차기업에서 위탁생산 공장으로 위상이 바뀐다. 종합자동차기업의 이익은 연구개발과 브랜드, 생산능력, 영업력 등 복합적인 요소가 혼합돼 결정된다. 그러나 위탁생산 공장의 이익은 수탁 단가와 위탁생산 단가라는 단순한 수입과 비용 구조로 정해진다.

GM이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트랙스를 한국GM에 위탁하면 생산단가 차이로 인해 적자가 발생한다. 생산 단가가 더욱 낮으면 적자 폭은 더 커진다. 이렇게 되면 GM이 한국GM에 구조조정 요청을 더욱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다. 위탁생산을 위한 수탁단가에 맞춰 생산비용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도 닛산의 북미 수출용 제품을 위탁 생산하기 위해 1000여명이 넘는 인력을 구조조정을 하고 현장 노동강도를 키웠다.

분리된 연구소 역시 장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GM 연구소는 지금까지 연구 결과에 따른 지적자산물이 없다. 연구 결과는 모두 GM에 종속된다. 한국GM 내부 관계자는 “글로벌 GM이 보유한 기술은 3개의 거점인 북미와 호주, 한국 등에서 기술개발 실적을 쌓아 올린 결과”라면서 “어떠한 자동차 도면을 받는다면 이 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생산과정에서 수정이 들어간다. 한국GM에서는 도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간 기술력을 투입하고 보완된 도면을 GM 디트로이트 본사에 제공해왔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했지만 결과는 GM에 속하는 것이 한국GM 연구소의 현실이다.

연구 자산이 없으면 연구소가 지속하기 위한 힘이 없는 것과 같다. 분할돼 신설하는 연구기업은 당장 유럽을 대신해 여러 연구를 수행할 수 있지만 스스로 지속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난항에 빠질 수 있다. 생산과 분리되면서 힘은 더욱 빠진다. GM본사의 연구인력이 중국으로 분산되고 있는 만큼 중·소형차 연구도 GM과 중국으로 나뉘면 연구소 또한 생산공장과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어느 기업도 법인과 연구를 나눠 운영하는 곳은 없다"면서 "법인을 나눈다고 해도 전문성이 커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인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굳이 GM이 법인분리를 강행하는 의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지원 노동자연구소 연구원 역시 "본사인 GM도 제조와 연구는 같은 법인에서 한다"면서 "GM이 법인을 분리한 목적은 또 다른 사태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GM은 "이번 안건이 가결됨에 따라 향후 법인등기 등 후속절차를 완료하고 신차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