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고성능 브랜드 N 준중형차 '벨로스터 N'의 수동변속기. 사진=현대자동차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기자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10년째 수동 변속기 자동차를 타고 있다. 도로가 정체되면 잦은 변속에서 밀려오는 피곤함이나, 언덕길에서 정차했을 때의 불안감은 이로 말할 수가 없다. 오랜 시간 수동 변속기 자동차를 운행해보면서 깨달은 수동 자동차 운전의 주의사항을 모아봤다.

수동 변속기 차량은 운전의 재미가 남다르다. 엔진의 힘을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은 수동변속기의 큰 장점이자 재미다. 언덕에서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1단에 놓고 출발하거나, 변속이 다소 귀찮을 때 2단에 두고 천천히 출발할 수 있다. 특히 도로 상황에 따라 RPM을 최대한 끌어올려 빠르게 변속하는 등 레이스를 방불케 하는 주행이 가능하다. 반면 특정 단수에 맞춰 안정적인 주행도 가능하다. 저녁 시간이 되면 3차선부터 1차선까지 밀고 들어오는 스포츠카나 총알처럼 달리는 택시를 피해 일정 단수에 놓고 가속페달만 조율하는 연비 주행을 할 수 있다. 변속하는 모든 순간 내 자동차와 조금 더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런 모든 과정을 위해서는 특별한 수동 자동차 관리법을 알아둬야 한다. 차를 멈추기 위해 기어를 중립으로 두는 것은 차가 완전히 정차한 뒤에 해야 한다. 수동 차량 운전자는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기어를 중립에 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특히 경사가 있는 내리막길에서는 사고 위험이 커진다.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달리면 평상시보다 정차 거리가 길어진다. 그러면 브레이크 오일 온도가 올라가면서 브레이크가 고장 날 확률도 높아진다. 엔진 브레이크의 도움 없이 브레이크만으로 차를 세워야 하므로 브레이크 패드 마모도 심해진다. 따라서 차를 멈춰야 하는 상황이 오면 완전히 차가 멈춘 뒤 기어를 중립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동 차를 처음 구매하고 2년 만에 변속기를 통째로 갈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경사로가 있는 언덕에서는 클러치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아 1단으로 변속해 출발해야 한다. 이후 클러치 페달을 밟은 발을 ‘천천히’ 떼야 한다. 약간의 진동이 느껴지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던 발을 가속페달로 옮겨 힘을 실어 밟아주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가속 페달을 밟을 때 클러치 페달을 너무 빨리 떼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다. 수동 변속기 차량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는 언덕길에서 차가 뒤로 밀릴까 두려워 클러치를 빨리 떼는 경향이 있다. 클러치와 가속페달이 교차하는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시동이 꺼지게 된다. 다만 너무 느린 속도로 하면 차가 뒤로 밀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출시되는 차량은 언덕길밀림방지(HAC) 기술이 장착돼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의외로 주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옷차림이다. 수동 차량을 처음 운전하는 초보자는 외투를 꼭 벗고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 쉴 새 없이 손과 발을 움직여야 하는 수동 차량은 변속기를 조작할 때 방해가 될 수 있다. 특히 너무 타이트한 하의는 변속이 많은 수동 차량 특성상 피로감을 더욱 키운다. 슬리퍼 또한 벗겨지기 쉽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가속 페달이 전해주는 미세한 진동을 포착하기 위해 너무 두꺼운 굽의 신발도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