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물류는 산업 특성상 거의 모든 공정에 많은 인력 투입이 불가피하고 또 노동의 강도도 매우 높은 분야다. 물류는 이커머스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변곡점을 맞았고 다양한 방법의 첨단 기술이 적용되면서 큰 변화들이 시작되고 있다. 그에 따라 업무 환경도 많은 부분에서 개선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이 반영된 물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을까. 

자동 물류 분류기 ‘휠소터’로 업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CJ대한통운의 양천 SUB 물류터미널을 방문해 변화하고 있는 물류 환경 그리고 남겨진 과제들을 확인하고 왔다.   

휠소터(Wheel Sorter)란?

‘휠소터’는 자동으로 회전하는 ‘바퀴(Wheel)’가 상품을 ‘분류(Sorting)한다’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물류 자동 분류기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CJ대한통운이 국내 최초로 택배 분류 전 과정에 휠소터를 도입했다. 현재 전국 270개 CJ대한통운 물류 터미널 중 130곳에서는 휠소터가 운영되고 있다. 

▲ 대형 컨테이너 차량에 실린 지역별 상품들이 휠을 타고 분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 지역별 분류를 위해 상품의 바코드가 스캔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휠소터는 큰 단위(서울을 예로 들면 최소 구 단위) 지역별로 배정된 물류 상품을 배송차량에게 ‘나눠주는’ 일을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기능을 한다. 이커머스 업체, 오프라인 유통업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고객들에게 보내는 물건들을 싣고 온 컨테이너 규모 차량에서 상품들이 하차되면 상품들은 휠을 지나면서 1차로 바코드 인식된 후 ‘휠’을 타고 각 지역별로 정해진 위치에서 기다리고 있는 배송 차량의 위치로 전달된다. 택배 기사들은 이렇게 전달되는 상품들을 받아 배송차량에 싣는다. 

▲ 스캔으로 추출된 상품 정보에 따라 상품들은 자동 휠을 타고 각 택배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전달된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서울 양천구에 배송될 물류를 담당하는 경기도 부천시 소재 CJ대한통운 양천SUB 물류터미널에서는 하루에 약 4만 건의 물류 처리가 이뤄진다. 배송 기사 한 사람이 하루에 250~350건의 상품을 처리하는 셈이다.   

휠소터가 일으킨 변화

휠소터는 물류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인 분류작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과거에는 지역에 관계없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쏟아지는 수천 건의 상품들을 택배 기사들이 하나하나씩 직접 주소와 배송을 받을 고객이름을 확인하고 분류해야했다. 휠소터가 도입되고 이 작업을 대신하면서 택배 기사들의 업무량과 업무 강도는 줄었다. 그만큼 택배 기사들은 배송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고 택배 기사들의 근무에는 여유가 생겼다. 또 하나의 물류 터미널에서 배송을 처리할 수 있는 물동량도 점점 많아졌다.

▲ 휠소터 도입 전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 상품 분류 현장(위)과 휠소터 도입 후 분류 현장(아래). 출처=CJ대한통운(위),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배송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CJ대한통운의 배송기사 1인당 물류 처리량은 늘어났고 그에 따라 개별 배송 근로자의 수입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7년 CJ대한통운 택배기사 평균 월수입은 551만원으로 기록되면서 휠소터가 도입되기 전인 2013년 424만원과 비교해 약 30% 증가했다. 

휠소터의 도입은 물류업계에 새로운 인력 수요를 만들기도 했다. 같은 대리점 소속 혹은 동일한 지역을 담당하는 배송 기사들은 분류된 상품들을 배정된 차량 앞으로 옮겨 줄 시간제 근무 인력 ‘배송 도우미’들을 자발적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배송 기사들은 이 인력들의 인건비를 나눠 부담하고 이들에게 분류를 전담시키는 대신 더 배송에 집중해 많은 상품을 전달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었다.   

▲ 출처= CJ그룹 기업 블로그

CJ대한통운 양천SUB에서 일하는 한 배송 도우미 근로자는 “훨소터로 분류되는 물건을 받아 배송차량 앞에 잘 쌓아두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4대보험 등 근무 조건은 각 배송 대리점의 인력 업체들이 직접 관리한다.

CJ대한통운 양천SUB의 한 배송기사는 “도우미들이 상품을 잘 분류해두면 배송 업무도 훨씬 편해진다”면서 “서로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 

CJ대한통운의 휠소터 도입은 확실히 물류 업무의 편의성을 개선했지만, 이러한 변화에 모두가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는 않다. 휠소터의 상품 스캐너는 한 번에 한 개 상품에 대한 정보만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센터에서는 한 번에 상품을 분류하던 과거의 시스템보다 효율이 떨어졌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택배 기사들도 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각 센터가 맡은 지역, 그리고 처리하는 물류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휠소터를 쓰더라도 효율성은 다를 수 있다”면서 “가능하면 이 간극을 줄이고자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는 휠소터 도입으로 배송기사가 처리해야 하는 일은 늘어난 반면, 도우미들에 대한 임금 지급으로 개별 배송기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바뀌지 않았다는 불만도 있다. 실제로 CJ대한통운 양천SUB의 한 배송기사는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늘어 그만큼 수익이 늘어날 수 있는 여지는 생겼으나 배송 도우미들에 대한 임금 차원의 비용이 나가면서 수익 증가분이 상쇄되는 사례들도 많다”고 말했다. 

물류에 대한 기술 도입은 분명 변화를 이끌어내고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CJ대한통운의 시도는 분명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인적 자원 기반으로 돌아가는 물류업계 특성에 따른 문제들은 아직 산적해 있다. 물류 자동화의 효율성을 전국의 모든 배송 기사들이 공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