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현실은 ‘위기는 기피의 대상’이다. 투자시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음을 가다듬어도 실제 위기 발발 시 버텨낼 재간이 없다. 투자자 중 90%가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는 이유다.

손실을 보기 싫다면 투자의 대가들을 ‘흉내’라도 낼 필요가 있다. 시장 변동성이 강해지는 현재 MOAT(‘경제적 해자’ ETF)가 그 수단이 될지 주목된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드는 가장 큰 이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다. 결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중국이 한발 물러서거나 두 국가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것.

후자로 간다면 미국도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중국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강약의 차이일 뿐, 시장은 미국의 승리를 예상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현재 상황이 불편하다. ‘미국의 승리’를 점치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마저도 불안하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당장 ‘장사’에 차질도 생긴다. 글로벌 경제 위기설의 근원지로 미국의 긴축통화정책만을 지목할 수 없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벅스다.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 중 하나인 만큼 중국의 ‘보이콧’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적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무역전쟁은 투자심리마저 위축시켰다.

스타벅스의 주가는 지난 2015년 하반기 이후 50달러 초반에서 60달러 초반의 횡보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의 호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진한 퍼포먼스다.

올해 6월에는 50달러를 이탈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된 시기다. 현재는 다시 상승해 58달러 후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사건이 있었다.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아크만의 헤지펀드 퍼싱스웨어캐피탈이 스타벅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퍼싱스퀘어캐피탈은 스타벅스 주식 1520만주를 주당 51달러에 사들였다. 총 7억7520만달러 규모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최고의 주식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주식’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이 두 단어는 또 다른 사람을 떠올리게 만든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렌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다.

버핏은 투자 원칙으로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를 강조했다. ‘해자’란 성곽을 둘러싼 깊은 연못이란 뜻으로 성이 쉽게 함락될 수 없도록 한 요소다. ‘경제적’이란 단어와 만나 기업의 브랜드파워, 독점적 지위 등을 말한다.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기업은 높은 시장점유율이 특징이다.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동시에 매출도 꾸준히 증가한다. 버핏이 지난 1988년부터 투자한 코카콜라가 대표적인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기업이다.

버핏은 수많은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기업에 투자해왔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불리는 이유다.

최근 버핏은 그의 진가를 또 한 번 입증했다. 지난 2016년 투자한 애플이 성장을 지속하면서 큰 수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시장이 놀랐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기피하는 IT기업에 투자해 성과를 거둔 데 있다.

2016년 애플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줄어든 505억6000만달러였다. 애플의 분기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2003년 1분기 이후 처음이었다. 애플의 실적 부진을 두고 스마트폰 시장 포화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단순히 생각하면 최악의 투자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시장 포화’는 애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해당된다. 스마트폰 판매 성장률은 둔화될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교체수요가 발생한다. 애플의 브랜드와 시장지배력을 감안하면 최소 ‘경제적 해자’라는 그의 투자원칙을 지킨 셈이다.

MOAT, ‘경제적 해자’ ETF

시장의 출렁임은 늘 있는 일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처럼 등락이 심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기업의 흥망성쇠, 더 나아가 경제의 호황과 불황도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 글로벌 증시는 비관론이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언제 위기가 발발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가장 좋은 투자는 ‘좋은 주식을 싸게 매수’하는 것뿐이다. ‘좋은 주식’에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버핏과 아크만의 사례로 보면 결국 ‘경제적 해자’가 답이다.

▲ MOAT, S&P500, 나스닥 추이(2012년 5월=100) [출처:한국거래소, 인베스팅닷컴]

모닝스타와 같은 리서치 기관에서는 기업 평가 시 경제적 해자 개념을 사용한다. 이를 실제 투자에 활용하고 그 성과를 증명하기 위한 상장지수펀드(ETF)인 MOAT(VanEck Vectors Morningstar Wide Moat)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MOAT가 보유한 상위 10종목은 화이자, 도미니언 에너지, 메드트로닉, 월트 디즈니, 허쉬, 바이오젠, 짐머 바이오멧 홀딩스, 컴퍼스 미네랄스 인터, 길리어드 사이언스, 스타벅스 등이다.

MOAT의 과거 성과는 탁월하다. 2012년 5월 이후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은 142%다. 같은 기간 미국 대형 우량주 중심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의 수익률은 113%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69% 상승했다.

MOAT가 나스닥 상승폭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기업은 최소 10년 이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장기로 갈수록 수익률 격차는 더욱 강해진다. 현재 미국 증시 밸류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도 나스닥이 부러움의 대상만은 아니다.

지난 2008년과 같은 위기가 발생한다면 MOAT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기업이라고 해서 주가가 무조건 상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는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결국 투자의 성과는 기업의 마지막까지 살아남는지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기업의 ‘성(城)’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시장변동성 확대는 MOAT에 반가운 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