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남양유업이 5년 만에 흰우유 가격을 대폭 올렸다. 지난 8월 서울우유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용량은 줄이고 가격은 올려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16일 순차적으로 우유제품의 가격을 평균 4.5%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으로 남양유업 대표 우유제품인 ‘맛있는 우유 GT’ 200ml는 33원, 500ml는 50원이 인상된다. 1L는 900ml로 용량이 변경된다.

▲ 남양유업이 5년 만에 흰우유 가격을 대폭 올린다. 용량은 줄이고 가격은 올려 꼼수 인상 논란에 불씨를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남양유업

남양유업의 이번 인상은 2개월 전 서울우유 가격 인상폭(3.6%) 보다 큰 평균 4.5%다. 특히 1리터 대용량은 용량을 900l로 줄여 실질적인 가격 인상폭은 11.1%다.

흰우유 가격 상승은 원유가격 상승이 원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 지난 2016년 원유가격이 인하됐을 때 관련 기업들은 최종 소비자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당시 낙농진흥회는 리터당 940원인 원유가격을 922원으로 18원 내렸다. 원유가격 인하는 지난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원유가격 인하에도 소비자 가격을 내리지 않았던 것은 남양유업 등에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우유의 소비자가격은 원유가격이 내리더라도 마케팅과 인건비 등의 변동요인이 크기 때문에 우유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유값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격 인하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유업계가 과거 원유가격이 올랐을 때 발 빠르게 우유값을 인상한 것과 달리 우유가격 인하와 관련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비판받았다. 서울우유를 제외한 유업체들이 원유가격이 올랐을 때는 바로 적용하고 가격이 내릴 때는 이런저런 핑계로 가격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갑질 논란 여파 이후 내리막을 걸어왔다. 당시 남양유업은 갑질논란으로 2013년 22억원, 2014년 2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우유가격인상이 실적부진을 이겨내기 위한 타개책이라지만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는 것이 중론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기준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1170억원, 51억이다. 이는 전년 보다 각각 5.8%, 87.8% 감소한 수치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이후 5년 만의 가격 인상”이라면서 “원유가격 인상 외 그동안 누적된 생산과 물류비용 증가, 주 52시간 근무제도 도입으로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인상에 따른 가계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통채널별로 할인 행사와 덤증정 프로모션을 연말까지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