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ICT 기업 네이버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않다. 기술기반 전략과 플랫폼 비즈니스 로드맵을 축으로 삼아 발빠른 진격전을 보여주는 가운데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버페이의 존재감에 주목, 네이버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설과 커머스 플랫폼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 한성숙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의 높아진 금융 관심
현재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는 한편, 자회사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눈길을 끌었다. 바로투자증권은 지난해 매출 573억원을 기록한 중견 증권사며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신안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100% 중 60%를 인수하기로 했다.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라이선스 기반 비즈니스를 가동하는 한편 금융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는 “이번 인수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생활 금융 플랫폼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온 카카오페이가 본격적인 금융 비즈니스로 나아가는 첫 행보”라며, “역량 있고 발전 가능성 높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여러 제휴사들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여 사용자들이 카카오페이 플랫폼에서 차별화된 금융 라이프를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후 카카오스탁과 연계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생활밀착형 플랫폼 전략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카카오가 플랫폼을 중심으로 금융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반면,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지난해부터 소위 드루킹 사태를 겪으며 플랫폼 공공성과 관련된 논란이 커진 상태에서 민감한 금융업에 직접 진출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네이버의 큰 그림에 금융업이 없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네이버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설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될 수 없으나, 기업집단 내 ICT 회사의 자산비중이 50% 이상인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키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제정안은 입법절차를 거쳐 내년 1월17일부터 시행될 방침이다.

몇몇 제한이 걸려있기는 하지만 네이버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위한 판은 제대로 깔렸다는 평가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에 네이버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도전했던 인터파크의 재도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네이버가 전격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금융업 전반과 거리를 뒀지만 일본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라인을 중심으로 금융 플랫폼 야심을 키우고 있다. 라인은 올해 초 일본에서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하며 금융업 진출을 선언했으며 현재 라인파이낸셜은 6월 노무라홀딩스와 협력해 합작사 라인증권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라인을 중심으로 보험업 진출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가상통화 링크의 존재감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16일 싱가포르의 비트박스에서 거래가 시작된 링크는 토큰 이코노미를 중심으로 라인의 금융 플랫폼 전략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가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 금융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최근 커머스 분야를 강화한 장면도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지난달 광주 파트너스퀘어 오픈식에서 스몰 비즈니스 전략을 새롭게 구성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오픈 1년 미만인 신규 창업자는 500만원 미만의 거래액에 대해서는 1년간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스타트 제로 수수료가 눈길을 끈다. 월 거래액 800만원 이상의 입점 업체에는 판매대금의 80%를 선지급하는 퀵에스크로 프로그램도 연내 도입을 선언하는 등 파격적인 전략을 공개했다.

▲ 네이버의 소상공인 플랫폼 유인 전략이 보인다. 출처=네이버

프로젝트 꽃이 소상공인을 네이버 플랫폼에 입점시켜 상생의 가치와 데이터 확보를 끌어낸다면, 최근 공개된 네이버 모바일 첫화면 개편은 본격적인 커머스 야망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10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에서 네이버 커넥트 행사를 열고 모바일 첫화면 개편 결과를 공개했다. 구글처럼 첫 화면에 그린윈도우를 전면에 걸고 뉴스 콘텐츠와 실시간 검색어는 별도의 판으로 돌렸다. 다만 그린닷이라는 인터랙티브 버튼을 만들어 자체 생태계로의 유입을 끌어내는 전략을 보여줬다.

네이버의 개편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은 웨스트랩이다. 현재 커머스가 배치됐다. 프로젝트 꽃을 중심으로 모인 소상공인들의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며, 네이버의 오픈마켓 전략이 더욱 강력해진 분위기다. 기존 오픈마켓 입장에서는 엄청난 위협을 느낄 전망이다. 네이버는 상생의 화두를 중심으로 커머스의 빅데이터까지 노리는 한편, 추후 셀럽을 중심으로 하는 동영상 이커머스 전략까지 가동할 발판을 마련했다.

네이버의 커머스 강화는 기존 이커머스 업계에 큰 충격파를 줄 것으로 보인다. 판매 창구와 같은 단편적인 사례를 넘어, 거대 판매자와 일반 판매자의 경계가 흐릿해진 것이 눈길을 끈다. 웨스트랩에 노출되는 제품의 우선순위는 내부 랭킹 데이터와 이용자의 선호도를 통해 결정되며, 대기업의 제품이라고 최상단을 차지하는 일은 광고를 단행하기 전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전반에 충격파도 예상된다. 이미 견제구도 나왔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말 네이버가 네이버팜과 네이버페이를 사용하는 사업자와 그렇지 않은 사업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상태다.

▲ 네이버의 개편된 모바일 첫화면이 보인다. 출처=네이버

네이버페이가 있기에..."괜찮을까?"
네이버가 금융업은 물론 커머스 분야까지 빠르게 진출한다면, 그 원동력은 네이버페이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2015년 6월 출시된 네이버페이는 현재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맹주로 활동하고 있다. 결제와 같은 간단한 플랫폼 서비스는 물론 검색쇼핑부터 커머스의 온라인 라스트 마일까지 책임지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네이버의 강력한 플랫폼 위에서 다양한 콘텐츠 소비에 활발하게 소비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네이버가 새로운 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번개같은 진격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감도 감지된다.

네이버는 포털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키우고 있으며, 포털은 일정부분 플랫폼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가 자체 생태계를 강화하며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민감한 영역으로 나아간다면 당국의 상당한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의 공정위 신고결과가 예정보다 늦게 나오고 있지만 만약 네이버의 시장 독과점 문제가 민감한 금융업, 커머스 분야와 만난다면 치열한 정치적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커머스 분야에서는 힘있게 플랫폼 비즈니스는 추진해도 금융업은 사정이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네이버가 활발하게 금융 플랫폼 전략을 펼치고 있는 일본은 상대적으로 이와 관련된 규제가 유연하다는 평가다. 일본은 가상통화 시장 육성에도 적극 나서는 추세를 보여줄 정도로 관련 제도에 개방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반면 국내는 은산분리, 금산분리에 대한 정치권의 분쟁이 여전한데다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을 거치며 부쩍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 시행령 제정안이 시동을 걸었지만 아직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실효성 문제도 있다.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했으나 증권업계에서는 '찻잔 속 태풍'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단기간에 주식매매 서비스로 확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업계에 미치는 충격파는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관련 시장에 진입할 때 비슷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자체도 아직 업계에서는 확장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