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휠라코리아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1월 2일 기준 1만6367원인 휠라코리아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지난 8월 4만원대를 넘어섰다. 올해들어서만 무려 200%를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부담스러워할 만한 주가 상승이다. 지지부진한 주식시장 분위기와는 완전히 딴판의 주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전쟁터에서도 꽃은 핀다'라면서 투자의견을 '매수(유지)'로 제시했고 목표주가를 6만원(+20%)로 상향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브랜드 가치 재평가,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아 투자 매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휠라코리아는 4만3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 초 1만6000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무려 260%에 이르는 상승률이다.

한국투자증권 나은채 애널리스트가 휠라코리아에 대해 제시한 '매수(유지)' 의견은 한국투자증권의 직전 매매의견과 동일한 것이다. 올해 초 매매의견을 기준으로 볼떄도 역시 '매수' 의견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최근 분기내 발표된 전체 증권사 리포트의 컨센서스와 비교를 해봐도 투자의견은 매수(유지)로 수렴하고 있다.

▲ 목표주가의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3회이상 지속 상향조정되고 있다. 이번에는 목표가의 상승폭이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볼때 현재 주가는 이번에 제시된 목표가 보다 37.9% 저평가 요인이 존재한다는 해석이다. 출처= 한국투자증권

목표주가의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3회이상 지속 상향조정되고 있다. 이번에는 목표가의 상승폭이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볼때 현재 주가는 이번에 제시된 목표가 보다 37.9% 저평가 요인이 존재한다는 해석이다.

나 애널리스트는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보다 62% 급증한 577억원으로 추정했다. 휠라의 영업이익은 121% 급증한 328억원, 아쿠슈네트 영업이익은 20% 늘어난 250억원으로 예상했다.

또 국내 부문 영업이익도 지난해 5억원에서 126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국내 내수 매출액은 지난해 보다 약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성 높은 신발 매출 호조가 이익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주가수익배수(PER)도 연초 12배~16배에서 최근 21배로 올랐고 주가순자산배수(PBR)은 1.3배에서 2.8배가 됐다.

한국투자증권의 휠라에 대한 최근 1년동안의 투자읜견은 전체적으로 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다. 목표주가는 5만원이 고점, 2만400원이 저점으로 제시된 이후 이번에 6만원 수준으로 새롭게 조정됐다.

대신증권 유정현 연구원은 투자의견 매수에 목표주가 6만원으로 가장 공격적으로 제시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투자의견 매수에 목표주가 4만2000원으로 가장 보수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대신증권 유정현 연구원은 "휠라코리아는 전 사업부의 고른 실적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보다 67% 증가한 593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국내에서 안정된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고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브랜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앞으로 주가는 지속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젊음’을 입은 휠라는 국내 패션업계가 침체기임에도 큰 폭으로 매출이 성장했다. 이 여세를 몰아 휠라코리아는 휠라가 태어난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에 금의환향(錦衣還鄕) 해 지난 달 한국 글로벌 대표 브랜드로서 그 위상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100년을 넘긴 휠라가 다시 한 번 재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브랜드 리뉴얼과 유통 구조 개선 등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 휠라코리아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실적 성장은 물론, 휠라가 탄생한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에 단독 브랜드로 올라 대한민국 K-패션의 위상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출처= 휠라코리아

꼬리가 몸통을 삼켰다

휠라를 얘기할 때 ‘꼬리가 몸통을 삼켰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휠라코리아는 2007년 모회사인 휠라그로벌의 상표권과 사업권을 인수했다. 해외 지사가 본사를 인수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 소도시 비엘라에서 휠라 가문 형제들이 속옷을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1970년대 들어서 스포츠웨어를 내놓으면서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특히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비외른 보리’가 휠라 제품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뒤 글로벌 인기 브랜드가 됐다. 1980년대에는 스포츠화 분야에 도전해 성공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1990년대까지 승승장구한 휠라는 유럽 시장이 부진하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휠라는 수년간 적자를 이어가다 2003년 윤윤수 현 휠라그룹 회장이 미국 헤지펀드와 함께 설립한 지주회사 SBI에 매각됐다. 이후 윤 회장은 2007년 전 세계 휠라브랜드 사업권을 관리하는 지주회사인 휠라 룩셈부르크를 인수하며 휠라 브랜드의 새 주인이 됐다.

휠라 관계자는 “여러 경쟁사 중 휠라코리아가 최종 인수자로 결정된 데는 다른 이유도 있지만 당시 휠라의 전세계 27개 지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이어온 윤 회장이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달 2019년 S/S(봄/여름) 밀라노 패션위크에 참가해 성황리에 마쳤다. 휠라의 밀라노 패션위크 참가는 1911년 브랜드 창립 이후 첫 패션쇼라는 점, 스포츠브랜드로서 단독쇼는 이례적이라는 점 등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휠라로선 금의환향에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실적’ 휠라코리아 주목해야하는 이유

휠라코리아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76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6537억원) 보다 3.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89억원) 대비 73.8% 늘었다. 2분기에는 매출 7901억원, 영업이익 115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에는 ‘브랜드 리뉴얼’과 ‘신발 유통구조 개선’을 꼽을 수 있다.

휠라 부활의 원동력은 국내사업 실적 개선이다. 30대와 40대의 브랜드라는 노후화 된 이미지로 휠라는 국내 시장에서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윤 회장은 2016년 레트로 트렌드에 맞춰 10대와 20대를 겨냥해 브랜드에 ‘젊음’을 입히는 등 브랜드를 전면 리뉴얼하고 경쟁력 없는 사업부문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금세 효과가 나온 건 아니었다. 2015년 806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은 2016년 118억원 내려앉으며 휠라는 큰 위기를 겪었다.

▲ 윤윤수 휠라그룹 회장의 브랜드 리뉴얼과 유통 구조개선 단행은 휠라의 제2의 도약에 밑바탕이 됐다는 평이다. 출처= 휠라코리아

윤 회장 부자는 이에 굽히지 않고 1990년대 유행한 큰 로고 티셔츠, 현대적 감성을 입힌 운동화 등을 선보이며 10, 20대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1970년대 휠라의 테니스화를 본뜬 ‘코트 디럭스’ 신발은 2016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130만족이 팔렸고 복고풍 어글리 슈즈 인기를 타고 ‘디스럽터 2’는 100만족 가까이 판매되며 회사 실적을 견인했다.

그 결과 휠라코리아는 해외 사업까지 연결한 전체 실적으로는 매출이 2016년 9671억원에서 지난해 2조 5303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영업이익도 2016년 118억원에서 지난해 2175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유통 구조 개선도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 윤 회장은 소매 위탁 매장을 줄이는 대신 ABC마트, 슈마커, 폴더 같은 대형 신발 멀티숍으로 도매 유통을 늘려 재고 부담을 줄였다. 이는 10대 20대의 소비패턴과도 맞아떨어져 일거양득의 효과를 봤다. 더불어 2009년 중국 푸젠성 진장지역에 글로벌 신발 소싱센터를 건립해 신발 샘플을 자체 개발하면서 생산 단가를 크게 낮췄다.

아이틀리스트, 풋조이 등 브랜드를 보유한 전 세계 골프용품 1위 기업 ‘아쿠쉬네트’를 인수했다. 2007년에는 중국 내 3위, 로컬브랜드 1위인 안타스포츠와 합작해 현지 법인 ‘풀 프로스펙트’를 설립하는 등 해외 사업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올 초 휠라코리아 단독 대표이사로 취임한 윤 회장의 아들 윤근창 사장은 2007년 휠라USA에 입사한 뒤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을 역임하며 적자에 허덕여온 미국 내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았다.

▲ 휠라코리아는 해외 사업까지 연결한 전체 실적으로는 매출이 2016년 9671억원에서 지난해 2조 5303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영업이익도 2016년 118억원에서 지난해 2175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출처= 대신증권

앞으로 전망도 긍정적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휠라코리아는 전 사업부의 고른 실적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67% 증가한 593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국내에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고 밀라노 패션위크 참가 등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브랜드 재평가로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유통구조를 개선하면서 재고부담이 줄고 제품단가가 하락했다”면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실적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유통구조를 도매로 확대하면서 도매 시장이 큰 신발부문이 1분기 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리브랜딩 효과가 신발에서 의류로 확대되면서 의류도 실적이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말 밀라노 패션위크 참가에 대해 “대부분 참가한 브랜드들이 명품 브랜드 중심으로 스포츠 브랜드가 단독으로 들어온 건 이례적인 성과라 주목을 많이 받았다”면서 “그동안 가성비과 디자인이 좋은 아이템으로 10대들에게 빠르게 반응을 모았는데 밀라노 패션위크 통해 20대, 30대를 사이에서도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인지하는데 다리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