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가 12일 입법예고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시행되는 11월 이후로 추첨제 해당 물량에서도 무주택자 우선공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출처=국토교통부.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국토교통부가 무주택자의 분양 기회를 넓힐 목적으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개정을 예고하면서, 분양 계획이 미뤄진 북위례, 판교 대장지구 등의 청약 조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12일 입법예고에 따르면 앞으로 분양권·입주권 소유자는 무주택자에서 제외하고, 추첨제로 입주자를 선정할 때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11월 중 실행에 옮겨질 계획이다.

개정안은 추첨제 우선 공급 대상자 안에 1주택자도 포함하되,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처벌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공공택지의 전매제한도 최대 8년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10월 중 잡힌 분양 일정이 이르면 개정안 시행 이후인 11월 이후에서 늦으면 내년까지도 미뤄질 전망이다. 이에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해당 지역인 위례 신도시 북위례 지역, 판교 대장지구 등 분양을 앞둔 건설사에 분양보증 연기를 공지했다.

국토교통부가 함께 발표한 ‘규제영향분석서’는 투기과열지구·청약과열지역·수도권·광역시에 공급하는 민영주택은 추첨제를 적용할 때 대상 주택수의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규정하고 있다. 추첨제 대상 주택의 나머지 25%를 무주택자와 처분 조건을 서약한 1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이후 유주택자에게 순서가 돌아간다.

이 규정을 따르면 무주택자는 전체의 50%에 해당하는 가점제 외에도, 나머지 50%의 물량 중 추첨제 75%, 25%에 총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전체 비중으로 따지면 추첨제 75%까지 전체 물량의 87.5%에 해당한다. 거꾸로 1주택자는 전체 물량의 12.5% 안에서만 기회가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분양 일정이 지연된 북위례포레자이 부지.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10월 중 공급이 무산된 북위례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무주택자의 기회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 조달이 만만치 않아, 결국 돈 많은 무주택자만 덕을 볼 것 같다”고 예상했다. 또한 1주택자들이 진입할 문도 작아져 경쟁률은 더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례 신도시 J공인중개사는 “청약가점은 거의 70점에 육박할 것이지만, 70점 이상 통장이 이미 많이 사용된 상황”이라면서 “지난 분양시즌과 비교해 60점대 중반의 청약 가점을 가진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1주택 실소유자들은 북위례 가운데 하남에 해당하는 민간 5500세대, 서울에 해당하는 1900세대를 ‘사실상 마지막’ 갈아타기 물량으로 보고 있었지만 이제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전했다. 북위례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낮은 분양가(3.3㎡당 약 2000만원 이하로 예상) 대비 높은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주목을 받은 곳이다.

T공인중개사는 “전매제한은 헌법 중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융통이 쉬운 1주택자의 거래가 제한되면 부동산 시장은 더 경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역 D공인중개사는 “북위례 자이 약 600가구 가운데 특별공급이 빠지면 450가구 정도 된다”면서 “무주택자가 가점제 50%와 추첨제 가운데 75%에서 당첨된 이후에, 나머지 50~60가구 사이에서 1주택자들이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주택자는 최소한 분양가의 30%를 자기 돈으로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면서 “얼마 전 ‘로또 분양’이란 평이 나온 미사 파라곤의 수요자도 계약금 20%와 중도금 10%가 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돈 있는 무주택자’만 청약이 가능할 것이란 평도 덧붙였다.

▲ 판교 테크노밸리의 배후수요를 지닌 판교 대장지구(사진 왼쪽) 역시 분양 지연을 면치 못했다. 출처=다음지도.

판교 테크노밸리의 주택 수요 폭발로 개발에 들어선 판교 대장지구 역시 사정은 만만치 않다. 판교 대장지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이 합작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세워 개발 중인 곳이다.

해당 지역은 평당 분양가가 북위례 지역에 비해 높은 23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대장지구는 민간 택지지구로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40평대 이상 물건은 중도금 대출도 어렵고, 주택 공급 개정안으로 1주택자들의 유입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대장지구를 취급하는 D공인중개사는 “9.13 대책이 적용되기 전 급하게 거래하려는 움직임이 어려워졌다”면서 “분당·판교 지역 주택 보유자들 가운데 이곳으로 갈아타려는 수요에 제동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가 강력해 1주택자는 당첨의 가능성도 낮고, 낮더라도 기존 주택을 팔아야 법으로도 자금 융통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상황이 번거로워져 굳이 급하게 청약을 해야 할 매력요인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무주택자는 높은 분양가를 감당해야 한다. 중개사는 “얼마 전 정자동 ‘더샵’의 분양가가 25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됐다. 이곳도 판교 영향권으로 분양가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점제 대상 물건 가운데 저층의 작은 평수는 중도금 대출이 나오고, 가점도 60점대 중반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판교는 그나마 여력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