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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큐레이션] 에스토니아 최초 여성 대통령의 화두 "정부의 ICT 활용"

개발의 주도가 아닌 활용에 방점...절묘한 균형감각 눈길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10.12  12: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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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케르스티 칼률라이드(Kersti Kalijulaid) 에스토니아 대통령이 방한해 국내 ICT 업계는 물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가지고 있는 국내 정부에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ICT 기술의 발전과 활용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물론 이상과 현실의 절묘한 균형감각을 논해 눈길을 끈다. "IT 강국 코리아"라는 환상을 먹고사는 현 정부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더 시그니처

에스토니아의 저력
10일부터 12일까지 방한했던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에스토니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가장 젊은 대통령이다. 2016년 10월 에스토니아 5대 대통령에 올랐으며 자국의 ICT 스타트업 육성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토니아는 1940년부터 소비에트 연방 소속이었으며 1991년 독립한 발트3국 중 하나다. 2003년 유럽연합에 가입하며 나라의 기틀을 만들었으며 국가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ICT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했다. 그 유명한 스카이프를 개발한 스카이프 테크놀로지가 바로 에스토니아 기업이다.

에스토니아의 인구는 한국의 2% 수준, 국토 면적은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빠르게 국력을 키우고 있다. EU 경제자유지수, OECD EU 조세경쟁력, 세계경제포럼 선정 기업가정신, 세계은행 디지털 국가 인덱스 등에서 1위로 선정되며 작지만 강한 나라를 표방한다. 

에스토니아의 저력은 정부가 ICT 기술의 활용에 적극적이라는 것에 있다. 대부분의 정부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이용 가능하고, 모든 시민과 주민들에게 디지털 아이디가 발행된다. 에스토니아는 최초로 전자영주권을 발행한 곳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한국을 떠나지 않고도 EU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면서 "한국과 에스토니아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행한 이레지던시(e-Residency) 오트 베터 부대표는 “전자영주권 제도는 한국의 우수한 기업들, 특히 스타트업의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고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정부에 따르면 전자영주권을 도입한 후 현재까지 167개국 4만6919명이 전자영주권을 발급받았고, 이 가운데 약 4800여명이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은 전자영주권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 중 하나다. 전자영주권 발급 국가 순위 13위로 현재까지 총 1262명이 전자영주권을 취득했다는 설명이다.

   
▲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더 시그니처

무엇이 에스토니아를 강소국으로 만들었나
에스토니아는 국내 ICT 업계에서도 '연구대상'이다.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곳에 위치했고 인구도 적지만 그 이상의 ICT 저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가의 볼륨이 낮다는 점이 빠르고 민첩한 ICT 유연성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기에는 에스토니아 정부의 의지와 특유의 방법론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에스토니아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ICT 혁명을 이끌고 있지만, 판의 주도권은 철저하게 민간에게 있다. 정부는 민간이 주도해 만든 ICT 기술과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차용해 활성화를 돕는 쪽으로 방점이 찍혔다. 실제로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10일 환영만찬장에서 "에스토니아는 2005년 온라인 투표를 도입했을 정도"라면서 "정부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활용했다는 점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ICT 기술 활용에 대해 두 가지 시사점이 있다.

현재 국내 ICT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정부의 규제지만, 정부가 전사적으로 민간의 손을 끌어주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지자체 스마트시티 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하며 정부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만 활용하는 것을 넘어 민간 참여를 독려하는 등 분위기가 변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반면 에스토니아 정부는 정부가 판을 깔아준 후 민간이 볼륨을 키우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2008년 다양한 민간의 블록체인 기술을 정부 서비스에 직접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연스럽게 윈윈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판을 깔아준다는 자체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부처 중심으로 자금을 투여해 프로젝트성으로 ICT 성과를 이루려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소프트웨어 혁신성장을 위해 일자리 2만개 창출을 목표로 건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정부는 기술개발을 위해 기계적으로 자금을 투여하고 이를 일자리 창출이라는 프레임에 가둬 정치의 영역으로 끌고오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도 마찬가지다.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의욕적으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선언했으나, 관 중심의 로드맵이라는 리스크가 상당하다. 등장한 육성방안도 스타트업 일반이나 공유경제 로드맵과 차이점이 없을 정도로 '허브 조성' '지원 강화'라는 단어가 반복되고 있다. 반면 에스토니아 정부는 존재하는 정부 서비스에 블록체인 등 필요한 기술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작업을 최우선에 둔다.

ICT 기술에 취해 이상과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 자세도 눈길을 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글로벌 블록체인 정책 컨퍼런스 GBPC 2018(Global Blockchain Policy Conference)에서 가상통화를 두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가 꼭 사용될 필요는 없다"는 회의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모았다. 정부가 주도하는 가상통화 공개까지 추진했던 나라의 대통령의 발언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조심스럽게 나서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현재 국내 정부는 가상통화 압박 기조를 유지하며 단순하게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토큰 이코노미와 같은 플랫폼 전략에 대한 고민도 없고,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를 위한 큰 그림도 부재하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등 주로 자본시장 주도로 ICT 기술 발전의 큰 틀이 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큰 고민이 없는 국내 정부와 달리, 에스토니아는 가장 빠르게 앞서가며 가장 많은 고민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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