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 기대수명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사는 동안 아플 것에 대한 걱정도 함께 늘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약해져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병원비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건강보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건강도 중요하지만 늘어난 기대수명만큼 살아가려면 그에 맞는 생활비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늘어난 기대수명에 비해 평균 은퇴 연령은 65세로 낮게 예상되면서 100시대를 살아갈 생활비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연금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장수가 낳은 건강‧노후 생활비 걱정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OECD 평균 기대수명은 지난 2008년 79.1세에서 2012년 80.0세, 2014년 80.7세, 2016년 80.8세로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더 빠르게 올라가는 추세다. 2008년 79.6세였던 평균수명은 2010년 80.2세, 2013년 81.4세, 2014년 81.8세, 2015년 82.1세, 2016년 82.4세로 빠르게 올라갔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젊은 층인 20대는 10명 중 약 2명, 30대는 10명 중 1명꼴로 실제 100세 이상까지 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비은퇴자 4명 중 1명은 90세 이상까지 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만족하는 경우는 10명 중 1명꼴로 100세 이상까지 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비은퇴자 중 자신의 수명을 가장 길게 예측한 사람은 최대 120세였다”며 “적어도 80대까지 살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전체의 약 절반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미래에 대한 걱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죽음에 대한 걱정에서 점차 장수에 대한 걱정으로 옮겨 간 것이다. 이는 건강과 노후 생활비에 대한 걱정으로 구체화됐다.

 

실제 비은퇴자 7명 중 6명은 은퇴 후 건강상태가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나이가 들수록 은퇴 후의 건강상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심지어 60대 이상의 92%는 은퇴 후의 건강상태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본인의 건강상태가 좋다고 인식하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도 은퇴 후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큰 불안감을 갖고 있다.

윤성은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은퇴 후에는 여가시간의 증가, 생활패턴의 변화로 건강상태가 개선될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은퇴자의 약 86%는 은퇴 후 건강이 더 나빠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치매보험부터 헬스 케어 서비스까지

비은퇴자들은 주로 노후에 가장 걱정되는 건강 문제로 ‘암(41%)’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치매(24%)’와 ‘뇌혈관질환(30%)’이 뒤를 이었다. 고혈압과 당뇨 등의 만성질환에 대한 불안감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우리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은 일생에 한 번 암을 겪는다. 최근 암 생존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어 금전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윤성은 연구원은 “치료비용뿐 아니라 재활과 생활 등의 추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고령화와 함께 치매환자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치매와 장기요양에 대한 준비 역시 빠트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건강보험도 진화해왔다. 단순한 질병에 대한 보장에서 다양하고 특화된 질병에 대한 보장, 추후 생활비까지 더한 상품들로 달라졌다. 암보험을 비롯해 치매·간병에 특화된 보험 상품들이 구체적으로 생겨나고 고객들의 필요에 따라 보장도 달라지고 있다. 이들 보험은 보험사와 상품별로 다르지만 진단비와 함께 수술비, 치료비, 생활비, 사망보험금, 추후 관리 등 다양한 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암보험 약관에 ‘암의 직접치료’ 정의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에 내년부터는 암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이들도 ‘암 입원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이 판매될 예정이다.

그동안 암보험 상품은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위해 입원해야 암 입원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암의 직접치료’ 여부와 상관없이 암을 진단받고 입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입원 치료한 경우에도 입원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최근에는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헬스 케어 서비스까지 더해져 고객의 건강관리도 함께 도와주고 있다. 보험사들이 가장 많이 선보인 헬스 케어 서비스로는 금연에 성공할 경우 혹은 많이 걸을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줌으로써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있다.

 

 

노후 대비 위한 연금보험과 연금저축보험

건강 염려와 함께 오래 살 경우 생활비에 대한 걱정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연금보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연금과 관련한 보험 상품으로는 일반 연금보험과 연금저축보험이 있다.

연금보험은 보험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가 면제된다. 5년 이상 보험료를 내고 계약기간 10년 이상을 유지할 경우 10년 뒤 평생 비과세다. 다만 보험료를 내는 기간 동안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연금보험은 세제 비적격 상품으로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다.

반면 연금저축보험은 세제 적격 상품으로 보험료를 내는 동안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 400만원 한도로 13.2%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금을 받을 때는 비과세 혜택이 없어 연금소득세가 과세된다. 만 55세부터 69세까지는 5.5%의 연금소득세가 과세되며 만 70세부터 79세까지는 4.4%, 만 80세 이상은 3.3%가 과세된다. 만일 중도에 해지할 경우에는 기타소득세 16.5%를 내야 한다.

한 보험설계사는 “연봉이 3000만원 이상이라면 연금저축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고 만일 3000만원이 넘지 않는 연봉을 받고 있다면 일반 개인 연금보험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최근녕 KB생명보험의 신영업채널부 부장은 “연금저축보험은 생명·손해보험사와 함께 은행, 증권사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판매하고 있다”면서 “특히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이 종신보장성, 수익률(적립률), 적립률의 안정성, 유지율 등의 이유로 타 업권보다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의 연금저축보험은 확정된 기간에만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타 업권의 연금저축 상품과 달리 사망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따라서 압도적인 고령화 속도로 인해 장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명보험의 종신 보장 기능이 삶의 재정적 안정을 평생 보장해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생보사의 연금저축보험 유지율은 지난 2016년 9월 기준으로 다른 업권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녕 부장은 “이 같은 높은 유지율은 일반적으로 상품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가입했으며 가입 후에도 불만이 적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가구가 노인가구화돼가면서 중산층의 13.1%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재정고갈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국민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연금저축에 대한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인구고령화 등으로 2044년 이후부터 수지적자가 발생해 2060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금 관심 부작용 ‘연금전환종신보험’

연금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연금전환형 종신보험이 등장했다. 이 상품은 종신보험에 연금전환 기능을 더한 상품이다. 많은 불완전판매가 발생했고, 끊이지 않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문제는 일부 설계사들이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인 것처럼 속여서 판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원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2014년에는 금융감독원이 연금전환형 종신보험을 판매중지하는 등 리콜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금전환형 종신보험에 대한 불완전판매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윤 연구원은 “100세 시대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도록 장수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해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노후생활비, 의료·간병비 등 장수 리스크를 대비할 소득원이 충분한지 점검해보고 자신에게 알맞은 상품으로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