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가족 구성원이 많아 가장을 중심으로 돌아갔던 가정이 최근에는 1인 가구 증가 등 개인 중심으로 바뀌었다. 생명보험 시장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한 가정의 경제력을 담당했던 가장의 무게는 항상 무거웠다. 그의 부재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종신보험이었다. 지금의 40~60대가 이 세대에 해당된다. 이들은 이미 종신보험을 가입한 반면, 현재 20~30대들은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다. 종신보험은 점차 남의 얘기가 될 뿐이다.

젊은 세대들은 늘어난 평균 수명 때문에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이 더 크다. 종신보험에서 건강보험과 연금보험으로 시선이 옮겨진 이유다. 그러나 높은 보험료는 젊은이들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했고 이는 온라인보험과 소액보험으로 보험 상품의 트렌드가 바뀌도록 만들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젊은 나이에 병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면서 유병자보험 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본격 1인 가구 시대 생명보험에도 영향 미쳐

과거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지금은 1인 가구 시대로 향한다. 마트에만 가도 1인 가구를 위한 과일부터 야채, 생활용품 등이 다양하다.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고깃집도 생겼다. 이 같은 변화는 생명보험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22만3862명이었던 5인 이상 가구는 2016년 119만9804명으로 줄었다가 2017년에는 114만2328명으로 줄었다. 반면 1인 가구는 2015년 520만3440명에서 2016년 539만7615명, 2017년 561만867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줄어든 가구 수는 가장을 중심으로 가입했던 종신보험에서 개인의 위험을 대비하는 보험으로 시선이 바뀌는 생명보험의 트렌드 변화를 이끌었다. 과거 생명보험 하면 떠올렸던 종신보험을 이제는 떠올리지 않게 된 이유다.

 

 

종신보험, 이제는 보험사의 과거 전유물

종신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가정이 있는 가장이 주로 가입한다. 1인 가구 등 남겨진 가족을 생각할 이유가 없는 주체라면 자신이 우선이다. 결혼을 한 사람들도 결혼을 안 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종신보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신의 건강과 노년이 걱정인 것이다.

보험료도 중요하다. 젊은 세대들은 보험 설계사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따져보고 가입하는 것을 원한다. 생명보험 시장에서 종신보험 대신 건강보험과 온라인보험, 소액보험, 변액보험이 새롭게 떠오른 이유다.

 

온라인보험, 저렴한 보험료 등에 꾸준한 인기 상승

온라인보험은 접속과 검색, 비교, 구매 등 보험 상품 가입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온라인을 통해 해결하는 보험 상품을 말한다.

 

온라인보험의 초회보험료를 기준으로 판매 규모를 살펴보면 2012년 말 약 15억원에서 2014년 말 47억원, 2015년 말 76억원, 2016년 말 93억원, 2017년 말 약 102억원으로 무려 7배까지 증가했다. 초회보험료는 보험 계약자가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으로 낸 보험료를 뜻한다.

온라인보험은 무엇보다 다른 채널의 보험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한 특징이 있다. 온라인보험의 인기는 계속 높아졌고 단독 질병보장을 특화한 상품과 신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게 됐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블록체인을 적용한 신개념 생명보험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또 온라인보험은 사업비가 적게 드는 특징도 있다.

소순영 생명보험협회 부장은 “생명보험의 신계약 판매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보험은 소비자에게 저렴한 보험료와 간편한 가입절차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보험, 단독 질병 특화 상품으로 진화

온라인보험은 점차 높아지는 인기에 힘입어 당뇨병과 유방암 등 특정 질병만을 단독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질병 특화 상품으로 진화했다. 기존에는 암보험과 질병보험 등에서 다양한 종류의 질병을 함께 보장했다면 온라인보험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질병만을 선택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급부도 분리했다. 보험급부는 보험사고에 관해서 급부되는 금전적 급부 또는 현물 서비스를 말한다.

입원비와 수술비 등 질병치료를 위한 특정 급부를 집중 보상하는 것이다. 기존 보험에서는 진단비, 입원비, 수술비 등 급부를 분리해 가입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온라인보험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질병치료 목적의 특정 급부를 분리해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소순영 부장은 “이와 함께 온라인 소액보험이 등장했다”며 “보험판매와 유지에 드는 비용은 최소화되고 질병 특화, 급부 분리를 통해 1만원 미만 수준의 보험료로도 보험 설계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보험의 신개념 생명보험 서비스

아울러 최근 온라인보험은 기존의 공인인증서 없이도 카카오페이 인증을 통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매년 갱신이 필요한 공인인증서 없이 지문, 홍채 등 바이오 인증 서비스만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또 모바일 기능을 강화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보험금 청구와 보장내용 확인, 보험료 납입 등 주요 업무들을 처리할 수도 있다.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제공하던 보험약관은 모바일 약관으로 제공하며 검색기능을 통해 약관 중 자신이 찾고 싶은 조항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병원에서 치료비를 결제할 경우 자동으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도 있다.

조정우 생명보험협회 대리는 “고객의 보험금 청구에 대한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보험금 청구가 누락되는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됐다”며 “현 시범사업 중 추후 안정화 단계를 거쳐 모든 고객에게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온라인보험은 인공지능 로보텔러 해피콜 서비스와 챗봇을 통해 실시간으로 SNS 상담도 운영한다. 기존의 상담서비스가 영업(업무)시간에 한정됐던 반면 인공지능 기술은 24시간 365일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