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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주택가격을 움직였을까 ①] 유동성·소득 증가, 밸류 조정…문제는 ‘빚’

부동산 왜 '움직이는' 종합예술이라고 할까

이성규 기자 dark1053@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10.12  09: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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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기본 가치와 함께 ‘주거’ 목적의 필수소비재 차원은 물론 좀 더 나은 환경을 원하는 인간의 심리도 반영된다.

글로벌 자산 동조화 현상으로 국내 부동산시장은 글로벌 경제 영향도 불가피하다. 각국이 기준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무리한 정책은 국내 경제 전반에 독(毒)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잡으려다 한국 경제 잡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예상치 못한 실기(失期)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정정책(세금)과 통화정책(금리)이 만나는 순간이다. 한국 부동산, 더 나아가 한국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부동산은 여타 자산과 비교해 특수성을 지닌다. 임대사업자에게는 투자재이자 은행대출 시 담보 역할을 한다. 또 주택은 ‘주거’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비재이자 필수품이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주택의 수요와 공급에 미치는 요인도 ‘특수’하다. 여타 자산 대비 전망이 어려운 이유다.

최근 국내 주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정책이 유효할지 여부를 두고 논쟁은 격화되는 모습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후 주택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예측 문제는 큰 관심을 모았다. 불규칙한 변동은 그 자체만으로 수요자와 공급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당시 근거 없는 전망은 불안한 움직임을 더욱 부추겼다.

   
 

주택가격 변동성이 축소된 시기는 2012년부터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등락은 이전만큼 높지 않았다. 이후 주택시장은 하락보다는 상승에 무게가 실렸다.

정책과 함께 위험(변동성)이 낮아지면서 시장참여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변동성이 낮아졌다고 해서 수요가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예측이 다소 수월할 뿐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9·13’ 대책은 서울 지역을 겨냥했다. 전국 대비 서울의 집값 상승 속도가 유독 빠르기 때문이다. 집값의 고평가 혹은 저평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을 보면 2014년 서울 지역은 9배 수준이다. 연간 소득이 1000만원이라면 주택가격은 9000만원이라는 뜻이다.

같은 시기 전국 PIR은 약 5배다. 서울 주택가격이 지방의 2배 높은 수준이다. 올해 3월 기준 서울의 PIR은 12.1배로 전국(5.7배) 주택가격의 2배를 웃돈다. 서울과 전국의 주택가격 격차가 벌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프라, 교육 등의 요건을 생각하면 왜 서울이 더 오를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답이 나온다.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서울’은 성장성과 자본력이 우수한 기업이다. 삼성전자처럼 시장을 주도한다. 투자자들은 주도주에 몰리기 마련이다. 서울 집값 상승을 투기로 단정 짓기 어렵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의 PIR은 11.2배다. 코스피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 주당순이익 대비 주가비율)은 9월 말 기준 11.2배다. 주택과 주식을 절대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두 지표는 각 자산의 대표 가치측정 기준이다.

몇 년의 소득으로 집을 살 수 있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PIR과 투자 시 수익으로만 몇 년을 벌어야 원금회수가 가능한지를 알려주는 PER은 유사성이 있다. 두 지표를 동시에 보면 PIR이 높을 때, PER은 낮아진다. 반대로 PER이 높을 때 PIR은 낮아진다.

측정기간(2012년 1월~2018년 9월) 동안 각 지표가 서로 엇갈렸지만 코스피와 주택의 가치는 동반 상승했다. ‘지역주택가격 변동의 장단기 결정요인에 관한 실증분석(윤성민, 손승화, 이정인)’은 코스피 주가지수 변화는 장기적으로만 주택매매가격에 선행한다고 설명한다. 또 양(+)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대체효과보다 소득효과(부의효과)가 더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코스피는 ‘마의 영역’이라 불리던 2100선을 돌파해 지난 2017년 초 돌파했다. 올해 초에는 2600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주택가격 상승은 소득(임금)증가의 영향도 있지만 ‘부의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은 ‘돈은 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는 말을 증명했고 그 과정에서 모든 자산 가치가 높아졌을 뿐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주도한다. 주택시장은 누가 주도할까. 답은 막대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은행이다. 서울 주택가격이 본격 상승한 시기는 2015년부터다.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2014년 상반기부터 늘기 시작했다.

주담대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과거 연구결과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그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은 여기서 일부 풀린다. 대출 규제·완화에 집중된 만큼 각 정권이 추진한 부동산 시장 부양과 억제는 차기 정권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주택시장에 장단기 모두 영향을 미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재차 인하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2년이다. 대표적 유동성 지표인 광의통화(M2)의 월별 잔액은 2013년부터 증가율이 높아졌고 2014년 부동산 규제완화로 그 속도가 빨라졌다.

그 배경에는 은행대출이 자리 잡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부동자금은 늘고 은행의 재원은 더욱 풍부해졌다.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은행의 신용창출 과정이 활발해지면서 시중 유동성도 늘어난 것이다.

   
 

주택은 ‘사용가치’가 있다. 주식·채권과 ‘같은’ 자산으로 취급한다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는 것이 옳다. 주식·채권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집이 없으면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세라는 특수한 주거 제도가 있다. 통상 전세가격 상승은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가격은 2013년부터 상승했다. 당시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엄습하고 있던 시기였다. 자산 가치 하락을 우려한 실소비자들은 주택구매보다는 전세로 몰렸다.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 관련 자금 대출은 어렵지 않았다.

전세는 집을 사기엔 자금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선호한다. 자가를 보유한 사람도 주거는 물론 통근, 교육 등의 적절한 전세를 찾는다. 이들은 ‘편의성’을 고려하는 공통점이 있다. 자금규모를 고려한 최적의 위치를 선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학군 등은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주택가격 상승률이 다른 이유다.

‘사용가치’는 결국 시차를 두고 주택가격을 끌어올리게 된다. 실제로 주택가격은 전세가격 상승 이후 2년이 지나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전세가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주택가격 상승세가 더 빠른 것이 원인이다.

수요 측 요인뿐만 아니라 주택공급 측면 문제도 있다. 2016년 기준 주택보급률은 102%다. 그러나 서울은 96%로 가구수 대비 주택이 부족하다. 지난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에서 빠져나간 인구는 70만명에 달한다. 오르는 집값을 버티지 못하고 서울을 떠난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지난 2012년 94.8%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공급정책은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종합하면 현재 서울 주택시장 상승은 유동성과 소득증가로부터 시작됐다. 특히 저금리는 ‘사용가치’를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보탰고, 사용가치는 주택시장의 하방경직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주식시장과의 상대적 가치를 비교하면 주택시장을 버블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이 모든 것은 ‘빚’으로 만들어졌다. 글로벌 시장의 동조화가 강해지는 만큼 부동산은 내부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리인상 등 외부 요인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기세력 근절’이라는 구호를 앞세운 섣부른 정책이 한국 경제를 위한 근본 처방이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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