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4일(현지시각) 예고했던 대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 10%를 부과했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이 결렬된 상태에서 두 수퍼파워의 충돌이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미국의 관세폭탄 품목은 총 5745개다. 6주간의 공청회를 통해 기존 6031개에서 다소 줄었지만 상당한 규모의 공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는 25%로 관세가 올라간다.

미국은 전력의 절반에 해당되는 카드를 썼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대미수출 규모가 5050억달러며, 초기 500억달러 관세폭탄에 이번 2000억달러 관세폭탄을 더하면 총 2500억달러의 관세폭탄을 던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500억달러의 관세폭탄을 던진 상태에서 추가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는 물론,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무력화시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강공모드와 온건모드를 동시에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국무원 신문공판실은 미국이 2000만달러 관세폭탄을 던진 순간 '미중 무역마찰 현황 및 중국 입장' 이라는 제목의 3만6000자 백서를 발표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개발도상국이며 미국은 세계 최대 선진국’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등 중국을 약간 낮춘 뉘앙스가 눈길을 끈다. 치열한 무역전쟁을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은 중국의 대국굴기와 미국의 견제다. 중국은 지난 3월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헌법을 개정하며 시진핑 사상을 명기하는 한편, 사실상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공식 추인했다.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강력한 중화민국 건설을 위한 포석을 쌓았다는 평가다.

시 주석의 권력은 중국몽(中國夢) 구현에 뿌리를 둔다. 시 주석은 2012년 11월 총서기에 오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근대 중화민족의 가장 위대한 꿈'이라며 중국몽의 시대를 선언한다.

중국몽은 크게 두 개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창단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샤오캉 시대(인민의 민생이 해결되고 기초 복지가 작동하는 시대)를 여는 한편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대동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열린 중앙위원회 1차 전체 회의(19기 1중전회)에서 새로운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포함된 정치국원 25명을 선출하며 재차 중국몽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몽은 인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한편,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추구한다. 대국굴기의 핵심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거대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그림이다.

최근 돌아가는 상황은 중국에게 불리하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두고 잡음이 나오는 한편, 중국 내부에서 성급하게 미국과 전면전을 시작한 시 주석에 대한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대국굴기를 확실히 억제하는 한편 스마트제조 2025 프로젝트처럼 ICT 기술기반 역량 강화도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두 나라의 충돌이 미국의 공격, 중국의 방어라는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다. 두 나라의 충돌은 경제를 넘어 대만과 북한 등 주변국가를 아우르는 군사적, 외교적 충돌로도 비화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미중 무역전쟁은 최소 20년은 갈 것"이라면서 "상황이 우리 생각보다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제1 수출 대상국은 중국이며, 제2 수출대상국은 미국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지금까지는 국내 수출 환경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지만,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수출 전선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내수경제가 부진한 국내 경제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내수경제가 침체기를 겪으면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그나마 경제를 받치고 있는 수출이 타격을 받으며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이코노믹리뷰>와의 8월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이 11월 중간선거 전 성과를 거두며 끝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면서 "중국을 제압하는 것이 근본적인 목표기 때문에 장기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사는 "수치로만 보면 미중 무역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면서도 "수치에 숨어있는 부분이 아직 발현되지 않았다. 국내는 기계설비를 많이 수출하는데 통계에서는 그 부분이 일부 빠진다. 통계는 부품에 주력하기 때문에 시간차를 두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몽렬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정책산업팀장은 피해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고 봤다. 하 팀장은 "IT만 보면 피해의 경중이 있다. 글로벌 서브프라임 체인의 영향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장기적으로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다. 이번 무역분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범위는 중국 공장을 통해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이 주요품목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수출 물량이 중국이라는 한 시장에만 쏠리지 않게끔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피해보는 업체가 최소화되도록 미국 정치·외교채널을 통해 한국산 품목의 제외를 요청·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미중 무역전쟁의 기간에 따라 한국 경제가 받을 충격은 달라질 것"이라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조기 종료되면 피해는 생각보다 낮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폈다. 박 단장은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미국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이란, 터키, 러시아 등은 환율문제로 자금유출이 이어지는 중이고, 그 영향에 따라 실물분야의 물동량이 줄어들면 우리의 선박 수주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석유가격이 줄어들면 브릭스를 비롯한 개도국이나, 석유·자원 수출국에 침체가 온다. 우리에게는 위기"라고 진단했다.